“무대 안팎 모든 것 관리… 우리에게 무관심할 때 가장 뿌듯”[공연을 움직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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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서 관객의 관심은 무대에 있다.
무대 외에는 관심 갖거나 신경 쓸 일이 없을 때, 온전히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김 팀장은 "관심 밖에 있을 때 뿌듯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수 있겠네요. 우리 일이 그렇습니다"라며 "문제없으면 찾지 않고, 보이지 않는 그런 존재"라고 했다.
시설팀은 8명인데 이들이 살펴야 할 것은 1250석 대극장·325석 중극장·204석 소극장 등 공연장에서 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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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문제없으면 안 찾는 존재”
조명·온도·전력·내부바닥재 등
팀원 8명이 24시간 2교대 관리
공연 중 정전됐을 때 가장 아찔
올여름 전력량 대응해 ‘무사고’
언제든 화재 대비하는 직업병도
“우리에게 무관심할 때, 가장 뿌듯하다고 하면 믿으실까요?”
공연장에서 관객의 관심은 무대에 있다. 무대 외에는 관심 갖거나 신경 쓸 일이 없을 때, 온전히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관객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바로 공연장 시설팀이다. 시설팀은 관객의 손발이 닿는 곳뿐 아니라 닿지 않는 곳까지 사실상 모든 것을 관리한다. 공연장 입구의 자동문, 그 문과 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 등을 움직이는 전력, 내부 바닥재와 천장 조명과 관람에 적정한 온도 유지 그리고 방재 설비 등이 시설팀 몫이다.
시설팀은 이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어긋나는 순간, 무대 주인공보다 더 큰 관심을 받게 된다. 공연의 성패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도 있다. 그래서 업무 중 가장 뿌듯한 순간이 언제인지에 관한 질문을 받고 ‘무관심’이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렸을 것이다. 지난달 말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시설팀 김준엽 팀장, 임창민 과장, 남기만 대리를 만났다. 김 팀장은 “관심 밖에 있을 때 뿌듯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수 있겠네요. 우리 일이 그렇습니다”라며 “문제없으면 찾지 않고, 보이지 않는 그런 존재”라고 했다. 임 과장과 남 대리는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 여러 상황이 나올 수 있는데 사고 없이 지나간다는 것 자체가 뿌듯하죠”라고 입을 모았다.
시설팀에게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언제일까. 김 팀장은 “10년쯤 됐나. 공연을 하고 있는데 전기가 들어왔다, 나갔다 한 거예요”라고 돌이켰다. 당시 이 센터 주변 일대가 정전이 됐고 그 여파로 예정에 없던 암전이 발생한 것이다. 약 30초 만에 돌아온 전력으로 공연을 재개했지만 여전히 생생한 그날 기억이 이들 표정에서 엿보였다. 전력 사용량이 역대 최고치를 찍었던 이번 여름은 긴장감이 더했지만, 10년 전 정전 직후 마련했던 비상 발전기까지 포함한 3중 전력으로 무사고 공연을 치러냈다. 임 과장은 “사람도 수술을 하는 부위가 있고, 그게 20년쯤 되면 또 문제가 생기잖아요”라며 “한정된 여건에서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손보고 있다”고 했다.
시설팀을 한 단어로 표현해 달라고 하자 공연장의 ‘주치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내년에 개관 20주년을 맞는 이 센터를 건축하던 때 공사과장이었던 김 팀장은 센터 내부를 말 그대로 속속들이 알고 있다.
개관 이듬해 임 과장이 입사했고, 남 대리는 올해로 근무 햇수 10년을 채웠다. 시설팀은 8명인데 이들이 살펴야 할 것은 1250석 대극장·325석 중극장·204석 소극장 등 공연장에서 그치지 않는다. 주민 체육·편의시설과 각종 연습실, 그리고 센터 사무실까지 24시간 4조 2교대 체계로 관리한다. 센터의 앞마당에서 발생하는 사고까지 챙겨야 하는 시설팀의 신경은 항상 곤두서 있을 수밖에 없다.
시설팀으로 일하다 보면, 퇴근하고도 정작 관객으로서는 무대에 집중하기 어렵다. 김 팀장은 “공연을 보는데 혹시 불이 나면 내가 어디 가서 밸브를 만져야 할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돼요. 직업병”이라고 했다. 다른 어느 곳을 가든 그곳 바닥재부터 신경을 쓰게 된다는 이들이다. 남 대리는 “심각하지 않으면, 딱히 시설 민원은 넣지 않으려 하는 편”이라며 “고생할 거 아니까”라고 했다. “동병상련”이라는 임 과장의 한마디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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