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1100명 입주… '둔촌주공 분교' 사태 향방은

이화랑 기자 2024. 9. 1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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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용지→공공공지' 변경시 주민공람 의무화
조합 사업비로 학교 설립하는 정비사업장 발생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며 학교 설립 비용을 둘러싼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주체들의 갈등이 늘고 있다. 서울시는 학교용지의 공공공지 전환에 대한 주민공람 의무화 조례를 신설했지만 학교 설립 비용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 교육부가 서로 미루는 '핑퐁 게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아파트 내 학교 설립 문제를 놓고 사업자들과 교육당국이 비용을 미루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며 학교 예산을 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교육당국의 입장이나, 자녀 양육 세대가 많은 신축 아파트의 특성상 계약자들은 학교 인프라 부족 문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에 놓였다.

서울 최대 정비사업으로 꼽히는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올림픽파크 포레온'(1만2032가구)은 입주를 앞두고 이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서울특별시의회는 최근 조합과 시의 갈등 사례를 계기로 학교용지 전환에 대해 주민공람을 의무화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10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최근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전환할 경우 30일의 주민공람 기간을 의무화하는 조례가 신설됐다.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소속 김영철 의원(국민의힘·강동5)이 발의한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지난 5일 임시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공공공지란 주요 시설물 또는 환경 보호, 경관 유지, 재해 대책, 보행자 통행과 주민 휴식 공간 확보를 위해 설치하는 시설이다. 공공공지 지정시 시민 휴식공간과 공원·산책로 등이 조성된다.

기존에는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전환시 주민공람 등 주민 의견청취가 필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올림픽파크 포레온 등 일부 단지에서 용지 전환 문제를 두고 조합과 시와 마찰을 벌이며 이 같은 절차가 마련된 것이다.

김영철 의원실에 따르면 학교용지의 공공공지 전환시 주민공람 의무화 단서 규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제11조제1항제10호에 신설됐다. 앞으로 학교용지가 공공공지로 바뀌는 경우 30일 이상 주민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의원실 관계자는 "학교용지의 공공공지 전환은 관련 조례에서 '경미한 변경'에 해당해 주민설명회·주민공람·지방의회 청취 등을 생략할 수 있었지만 학교에 대해선 의무화하자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입주 추정인구는 3만여명이다. 교육청과 시는 당초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단지 내 중학교 신설을 취소하고 학교부지의 공공공지 전환 방안을 검토했지만 조합이 이에 강력 반발했다. 지난 6월과 7월에 입주예정자들은 서울시청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중학교 도시형캠퍼스' 설립 추진으로 갈등 봉합에 나섰다. '서울형 분교'를 설립해 학급 수요 규모에 따른 폐교와 과밀·과대 학교를 분산하는 것이 목적이다. 둔촌주공 중학교 분교는 2029년 3월 개교가 목표로 18학급 504명이 예상된다. 건축비 등 시설 비용 약 280억원은 시교육청이 부담하기로 했다. 내년 4월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해야 확정된다.


'학교 설립 갈등' 사업장 증가… "흑석고, 조합이 건축비 다 내"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자 학교 설립을 두고 마찰을 빚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이 늘어나는 가운데 학교용지의 공공공지 전환에 대한 주민공람 의무화 조례가 신설됐다. 사진은 지난 2월 서울 송파구 둔촌주공 재건축 건설현장 모습. /사진=뉴스1
오는 11월 올림픽파크 포레온 입주를 앞두고 교육청은 중학생 수 약 1096명 증가를 추정한 반면 입주예정자들은 총 3000명의 학령인구를 추산했다. 강동송파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둔촌주공 학령인구 공식 수치가 집계된 것은 없고 입주예정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이승희 올림픽파크 포레온 입주예정자협의회 부회장은 "교육청이 최선의 방법을 고민하고 대책을 제시했다면 수긍할 수 있었을 텐데 주먹구구식 업무 처리와 분교형 학교 도입의 찬반마저 나뉘었다"며 "현재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느끼고 반대 의견도 적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협의회 추산 입주자 중 중학생 수가 내년 1600~1700명 정도"라며 "중학교 신설이 무산되면 조합의 학교용지 부담금이 377억원 발생한다"며 "해당 토지를 기부채납하고 용지 부담금까지 내야 하는 우려가 가장 크다"고 덧붙였다.

앞서 교육청은 2020년 중앙투자심사에서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중학교 신설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학생들을 인근 학교에 분산 배치해 학교 총량을 줄이는 게 합리적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학령인구 부족 현상으로 올림픽파크 포레온과 유사한 갈등을 겪는 사업장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2026년 설립되는 흑석고(가칭)는 학교설립 비용을 조합이 부담하기로 했다. 흑석동에 일반고 설립이 검토된 건 2006년부터다. 흑석동과 노량진 일대가 총 2만가구 규모 뉴타운으로 지정고시 되면서 시교육청은 인근 학교를 동작구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학부모 반대 등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흑석뉴타운의 흑석고도 설립 추진이 쉽지 않았는데 조합이 건축비마저 모두 부담하기로 하면서 중앙투자심사 없이 학교를 신설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서울시가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갈현1구역과 이문4구역 재개발 학교용지는 이달 공공공지로 변경 예정이다. 가재울7구역과 한남3구역 재개발 학교용지는 각각 이달과 다음 달 공공공지 변경 심의를 한다.

이화랑 기자 hr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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