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왜 몰랐을까… 30년전 그 시절이 주는 아쉬움과 그리움[주철환의 음악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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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엔 추억여행이 제격이다.
그때는 왜 그랬을까.
'서울의 달'에 깔린 다른 노래(제목 '그때는 왜') 또한 들을 때마다 심장을 후벼 판다.
'가까운 건 모두 다 내 것이 아닌 듯 고집스러운 눈으로 세상을 보았지. 그대 날 위해 흘렸던 많은 눈물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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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엔 추억여행이 제격이다. 돈도 안 들고 짐도 안 싼다. 여행사는 없어도 가이드(그 시절 그 노래)는 대동하자. 추억의 음악은 어제도 오늘도 우리를 만나게 한다. 30년 전(1994년) 추석은 9월 20일 화요일. 방송사는 추석이라고 쉬지 않는다. 떡집이랑 비슷하다. 손님들이 줄 섰는데 문 닫을 순 없다. 야외촬영을 마친 주말드라마 팀이 버스에서 내린다. 한석규, 최민식, 채시라 등등. 인기 연속극 ‘서울의 달’ 주인공들이다.
이 드라마로 깜짝 데뷔한 연기자가 한 명 있다. 내가 연출하던 ‘TV청년내각’에서 인턴PD로 활약하던 대학생 이훈은 원래 영화감독 지망생이었으나 외모나 음색이 ‘리틀 이덕화’의 느낌을 풍겼다. 극 후반부에 제작진이 채시라의 동생(제대군인) 역을 찾는다는 소문을 듣고 오디션에 가보라고 한 게 시작이었다.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청년이라 노심초사했는데 비중이 크지 않은 배역이라 무리 없이 그 세계에 입문할 수 있었다.
여름을 지나며 새까맣게 그을린 정인PD에게 노래로 인사를 건넨다.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 이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장철웅이 부른 드라마 OST(제목 ‘서울 이곳은’)인데 원래 제목은 ‘휴식을 위하여’다. 사람 좋은 정PD는 그래도 웃는다. “한 달만 지나면 고생 끝이야.” 원래 50부작으로 기획했는데 시청률이 천정부지라 결국은 76회(10월 16일)가 돼서야 끝을 냈다.
1994년은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 아깝게 세상을 떠난 정인(1955∼2007)보다 20년 후배인 신원호PD(1975년생)는 ‘응답하라 1994’로 그 시절을 소환했다. 로이킴이 리메이크한 ‘서울 이곳은’도 드라마 속에서 부활했다. 그 노래에서 특별히 애창하는 부분이 있다. ‘그 무엇도 될 수 없는 나의 슬픔을 무심하게 바라만 보는 너.’
그때는 왜 그랬을까. 그 무엇도 될 수 없던 한심한 나와 그걸 바로잡아주지 못한 무심한(아니면 무정한) 너. ‘서울의 달’에 깔린 다른 노래(제목 ‘그때는 왜’) 또한 들을 때마다 심장을 후벼 판다. ‘가까운 건 모두 다 내 것이 아닌 듯 고집스러운 눈으로 세상을 보았지. 그대 날 위해 흘렸던 많은 눈물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
고집스러운 눈으로 한쪽만 바라볼 때 우리는 뒤에서 흘리는 눈물을 보지 못한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류시화 시집) 비극의 시간은 조금 짧아졌으리라. ‘그때 왜 난 그것을 알지 못하고 멀리만 떠나갔을까. 돌아와 알게 된 소중함을 느껴도 이젠 늦은 후회뿐.’(장철웅 ‘그때는 왜’)
밤하늘을 보니 한쪽으로 기울었던 달이 둥글게 원만해졌다. 달님에게 묻는다. 자신에게 이름이 많다는 걸 그대는 알고 있나. 사람들은 그냥 보이는 대로 이름 붙인다. 반만 보이면 반달, 반의 절반만 보이면 초승달, 안 보일 땐 그믐달. 그러나 달은 언제나 보름달이다. 추석엔 이 노래로 소원을 빌어야겠다. ‘내 마음이 넓어지고 자유로워져 너를 다시 만나면 좋을 거야.’(‘서울 이곳은’)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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