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시험 대체 ‘오가노이드’에 475억 투입… 글로벌 표준 주도[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식약처, 표준화 연구사업 총력
장기·조직 3차원 세포로 배양
인간 반응 정확하게 예측 장점
시간·비용 절감 윤리문제 해소
국제공인시험법으로 등재 목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간 장기를 닮은 유사체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동물대체시험법 실용화를 위한 표준화 연구사업을 수행한다. 식약처는 올해부터 5년간 475억 원 규모 예산을 투입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글로벌 표준에 대한 주도적 역할을 할 계획이다. 오가노이드는 인간 장기나 조직을 3차원 세포로 배양한 장기모사체로 실제 인간에 대한 반응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대체시험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표준화된 오가노이드 활용 독성평가법 마련해 국제공인 시험법으로 제안=10일 식약처 등에 따르면 독성 및 효능 평가 등에 오가노이드 기술을 활용하려면 표준화가 필수적이다. 국내 여러 부처에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오가노이드 원천기술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국내외에서 정식으로 인정받은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안전성 평가법은 아직 없다. 안전성 평가법을 제품허가를 위한 검증자료 생산에 사용하기 위해선 OECD 같은 국제기구에서 공인시험법으로 인증받아야 한다. 인증된 시험법을 사용해 얻은 평가 결과만 규제 과정에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인증을 위해서는 개발된 시험법에 대한 표준화를 통한 국제 검증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나 역분화줄기세포에서 배양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생체물질로 표준화 과정이 일반 물질에 비해 까다롭다. 식약처는 체계적 표준화를 위한 연구사업을 수행하고 산학연관 오가노이드 전문가들로 구성된 오가노이드 표준화연구회(OSI·Organoid Standard Initiative)를 운영하고 있다.
식약처는 향후 연구사업의 지속적 수행과 산학연관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표준화된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독성평가법이 마련되면 OECD 및 국제표준화기구(ISO) 등의 국제공인 시험법으로 제안하고 등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4월 파리에서 개최된 OECD 국가시험지침 프로그램 조정자 작업반 규제당국자 회의(WNT·Working Group of National Coordinators of the Test Guideline Programme)에서 식약처 연구사업으로 수행한 간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간독성평가 시험법의 국제공인 시험법 등재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4월 개최된 OECD WNT 회의에서 식약처가 제안한 역분화줄기세포(iPSC) 기반 간 오가노이드 활용 표적 장기 독성시험 상세검토보고서 제안서가 신규 개발 프로젝트로 최종 채택됐다. 식약처는 한국동물대체시험법 검증센터를 운영해 개발한 피부감작성, 안자극, 피부자극 동물대체시험법을 OECD 시험 가이드라인으로 등재한 바 있다.
◇안전성·유효성 뛰어나고 윤리적 문제 극복=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동물대체시험법은 동물을 이용한 독성평가에 비해 안전성·유효성이 뛰어나고 윤리적 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동물보호를 요구하는 세계적 규제 동향에 따라 동물 대체 시험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는 의약품 승인을 위한 비임상시험에 동물 외 다른 대체 시험법도 인정한다는 식품의약국 현대화법 2.0(FDA Modernization Act 2.0)을 제정하고 3.0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동물을 이용한 독성평가는 사람과 개체 차이로 인한 안전성 문제가 있다. 품목 허가 전 비임상시험에서는 독성이 드러나지 않다가 사람이 복용하면 독성을 나타내 시장에서 퇴출되는 의약품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동물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고 동물실험 의존도를 줄여 윤리적인 면에서 사회적 가치를 보장하고 실험 시간·비용 절감 등 경제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오가노이드는 다양한 질병의 근원적 치료법도 제공한다. 정상 세포뿐 아니라 암세포에서도 오가노이드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암에서 유래한 오가노이드는 종양 생성 기전에 대한 연구부터 개인 맞춤형 항암제 개발까지 대부분 종양 연구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오가노이드 기반 재생치료제는 직접 손상된 조직에 이식해 조직손상을 복구할 수 있는 근원적 치료제가 될 수 있다. 최근엔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인공장기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도 있다.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오가노이드산업의 후발주자로 상용화 및 서비스 관련 시장이 아직 크지 않으나 글로벌 시장 동향과 맞물려 향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줄기세포 시장은 2018년 5억 달러(약 6697억 원)에서 2025년 9억8540만 달러(1조3199억 원)로 연평균 10.7%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업체들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오가노이드를 개발해 신약이나 화장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시험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맞춤형 의약품 수요 증가에… 간·뇌·폐 등 오가노이드 연구 활발
■ 세계 각국에선…
인도, 3차원 구조 미니 간 개발
스위스, 새 피부조직 만들기도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오가노이드 시장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망막을 비롯해 간, 뇌, 폐 등 다양한 장기의 오가노이드를 만들거나 관련 치료제 개발 등 연구에 나서고 있다.
10일 시장조사업체 인사이트 파트너스에 따르면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 규모는 2022년 25억728만 달러(약 3조4462억 원)에서 2027년 122억615만 달러(16조3501억 원)로 5년 새 3.87배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종양 모델링·검체은행(바이오 뱅킹)·개인 맞춤형 의약품에 대한 수요 증가, 실험동물의 대안 개발에 관한 관심 증가 등이 오가노이드 시장 급성장세를 견인할 것으로 분석됐다. 주요 장기별 오가노이드 글로벌 시장 비중은 간, 장, 신장, 췌장, 폐가 약 8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2019년 기준 장 오가노이드가 24.0%, 간 오가노이드가 23.2%를 차지하며 우세한 점유율을 보였다. 2027년에는 오가노이드 시장에서 간 23.5%, 장 23.4%, 신장 21.3%, 췌장 12.6% 등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오가노이드 시장 선발주자 국가들은 현재 망막, 간, 뇌, 폐 등 다양한 오가노이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미국에선 최첨단 줄기세포 및 3D 오가노이드 모델을 통해 신경계 질환에 대한 의약품도 개발하고 있다. 인도는 2016년 젤리 성분의 바이오 잉크로 원하는 모양의 지지체를 만들고 세포를 증식·분화시켜 3차원 구조의 미니 간을 개발하기도 했다. 2017년 스위스에선 소량의 피부조직으로 100배 크기에 달하는 새 피부조직을 만드는 기술이 개발된 바 있다.
오가노이드 기술 관련 특허출원은 2010년부터 지속해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해 2월 기준 주요국별 특허출원 건수는 미국 339건, 일본 281건, 중국 252건, 한국 229건, 유럽 197건 등의 순이다. 오가노이드를 치료제로 개발하는 시도 역시 계속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 기관은 국내 오가노이드 사이언스사와 일본의 도쿄(東京)의과치과대학, 고베(神戶)시립안과병원 및 오사카(大阪)대학병원 등이 있다. 현재 네덜란드에서 임상시험 1상으로 1건을 비롯해 일본에서 재생의료 임상연구 3건, 한국이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1건 등 총 5건의 임상시험 및 연구가 국내외에서 승인돼 진행 중이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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