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美 AI 진단 시장서 주도권 잡을 韓기업은?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미국 인공지능(AI) 진단 시장이 급성장 중인 가운데 현지 진출을 준비 중이거나 진출에 성공한 국내 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기업 중 일부는 환자 생사를 결정하는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해 경쟁력을 갖췄단 분석이 제기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제이엘케이(322510)와 딥노이드(315640), 코어라인소프트(384470)는 자체 연구와 임상시험을 통해 AI 진단 솔루션이 골든타임 확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갖는다. AI 기술이 단순히 진단 보조 개념을 넘어 환자 생명을 구하거나 후유증 발생 확률을 낮춘다는 것을 수치로 입증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제이엘케이는 자체 개발한 뇌졸중 진단 솔루션으로 골든타임을 최대 110분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환자 진단부터 치료에 소요되는 시간을 110분 단축하면 환자가 후유증 없이 건강한 생활을 할 확률은 두 배 높아질 수 있다.
통상 뇌졸중 환자 생사가 결정되는 골든타임은 3시간으로 전해진다. 환자가 골든타임 안에 병원에 도착해도 발병 후 1시간 30분 이내 혈전 용해제를 투여하지 않으면 심각한 장애가 남을 가능성이 3배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제이엘케이는 골든타임 사수를 위해 자체 개발한 총 11종의 AI 진단 솔루션 외에도 의료진들 간 실시간 소통을 위한 ‘스냅피’(Snappy)를 출시했다. 스냅피란 의료 네트워크 서비스로 쉽게 말해 ‘의료진 대화방(톡방)’을 말한다. 스냅피는 PC, 모바일 환경에서 구동할 수 있다. 스냅피는 언제 어디서나 환자의 뇌졸중 관련 임상 및 영상 정보와 AI가 해석한 정량적인 분석 값의 실시간 공유가 가능해 빠른 치료 방침 결정에 큰 도움을 준다.
병원 간 이동 거리가 먼 미국 시장에서 스냅피는 더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제이엘케이의 설명이다. 뇌질환 의심 환자가 컴퓨터 단층촬영(CT)을 찍으면 AI 솔루션이 영상을 자동 분석해 관련 의료진들에게 알람을 보내고 곧바로 ‘대화방’이 생성된다. 이 방에서 의료진들은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면서 수술이나 시술 여부, 추가 검사 여부 등을 결정한다. 의사가 수술실에 도착할 때쯤이면 모든 수술준비가 끝나있는 식이다.
김동민 제이엘케이 대표는 지난달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뇌졸중 진단 의사들이 24시간 병원에 대기할 필요가 없다”며 “이 때문에 의사들에게 AI 솔루션은 한마디로 꼭 필요한 존재가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AI 진단 솔루션의 사용성이 극도로 발달하면서 미국의 AI 뇌질환 진단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자료에 따르면 미국 시장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는 글로벌 의료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45억달러(약 19조5000억원)에서 2030년에는 1880억달러(약 257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48.1%에 달한다.
제이엘케이는 미국 진출을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제이엘케이는 지난 6월 AI 전립선암 진단 솔루션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510(k) 승인을 획득하면서 미국 진출 물꼬를 텄다. 제이엘케이는 연말까지 5개 솔루션에 대한 FDA 인허가 신청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제이엘케이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연결기준 약 3억6000만원, 영업적자는 약 67억원을 기록했다.
“AI 쓰면 뇌동맥류 검출 66분 단축”
AI 진단 기업 딥노이드는 임상시험을 통해 판독 시험을 최대 66분까지 단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딥노이드가 개발한 ‘딥뉴로(DEEP:NEURO)’는 뇌 자기공명 혈관조영술 검사(MRA) 의료 영상에서 뇌동맥류 검출 및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AI 진단 솔루션이다.
딥뉴로는 국내에서 이미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딥뉴로는 지난해 8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평가를 거쳐 혁신의료기술로 선정됐다. 혁신의료기술로 지정이 되면 한시적 비급여 대상으로 돼 임상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
딥노이드가 국내 상급종합병원에서 진행한 환자 332명의 임상시험 결과, 딥뉴로를 활용했을 때 영상의학전공의보다 66분, 영상의학전문의보다는 60분의 판독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딥노이드는 차기작인 ‘딥체스트’(DEEP:CHEST)의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딥노이드는 한 차례 FDA로부터 서류 보완 요청을 받았고 추가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딥체스트는 흉부 엑스레이에서 이상부위를 검출해 폐질환 여부를 진단하는 솔루션이다. 딥노이드는 내년 중 딥체스트의 FDA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영상 판독 시간 60% 단축”
코어라인소프트는 이미 FDA 허가 제품을 9개나 보유하고 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주력 제품인 심혈관 진단 솔루션을 활용했을 때 판독 시간을 60% 가까이 단축한 점을 확인했다.
코어라인소프트의 주력 제품으로 AI 심혈관 진단 솔루션 ‘에이뷰 씨에이씨(AVIEW CAC)’가 꼽힌다. 코어라인소프트는 해당 솔루션을 활용해 최대 5개 결절이 있는 87개 CT 영상과 결절이 없는 43개 영상 등 총 130개 영상에 대해 성능 평가 연구를 실시한 결과, AI 없이 영상판독에 평균 585분 소요됐으나 AI를 이용하면 평균 235분으로 60% 가까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내용은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북미영상의학회’(RSNA 2023)에서 발표됐다. AI를 이용해 검출한 폐 결절을 적시에 식별하고 관리할 수 있게 돼 환자 치료 효과를 향상시키는 가능성도 확인했다고 코어라인소프트 측은 설명했다. 코어라인소프트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22억원, 영업적자는 66억원을 나타냈다.
석지헌 (cak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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