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알리 레이장 "짝퉁 논란 안 억울해… 해결책 낼 것"

항저우(중국)=황정원 기자 2024. 9. 10. 09: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레이장 알리코리아 대표, 가품 해결 집중
"한국 기업과 상생하며 신뢰받는 기업 될 것"
"빠른 배송보다 다양한 선택지 제안 중요"
3일 중국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에서 레이장 알리익스프레스코라이 대표가 한국 시장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알리는 한국에 돈만 벌러 온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 소비자 및 셀러와 상생하며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진=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三人行 必有我師焉(삼인행 필유아사언). 공자 술이(述而)편에 3명의 친구가 길을 가면 그 가운데 반드시 스승이 있다는 말이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코리아의 첫번째 선생은 경쟁자다. 잘하는 부분을 배울 수 있다. 두번째는 소비자다. 불만을 남기면 이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번째는 직원이다. 사내에서 전략이나 오류에 대해 언제든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항상 오픈돼 있다."

레이장(Ray Zhang) 알리코리아 대표의 말에서 알리의 현주소와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

지난 3일(현지 시각)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에서 만난 장 대표는 기자단의 취재 열기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12월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발표 등을 통해 공식 석상에 섰지만 한국 기자들과 면담을 위해 따로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장 대표는 "한국은 내게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6년 전 한국에 처음 와서 혈혈단신으로 사업을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알리코리아는 내게 자식과도 같다. 그만큼 한국은 매우 특별하며 행운의 땅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2018년 장 대표 혼자 미약하게 시작했던 알리코리아는 2024년 현재 본사와 지사를 합쳐 한국 관련 인원만 120명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는 "알리는 한국에 돈만 벌러 온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어 상담원을 늘리고 케이베뉴를 론칭한 것은 한국 소비자 및 셀러와 상생하며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한국 각계의 파트너와 협력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알리는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K상품과 셀러가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최근 4년간 2550여개 한국 중소기업의 수출을 지원했고 그 결과 지난해 1300억원의 수출액을 달성했다. 지금까지 알리바바 플랫폼을 통해 판매된 한국 상품의 누적 매출은 34조3000억원에 이른다. 현재 알리바바의 타오바오와 티몰 등 다양한 플랫폼에 7000여개의 한국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장 대표는 "K패션, K팝 관련 상품이 현재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한국 소비자가 저렴한 물건을 좀 더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돕고 한국 셀러와 중소기업이 전세계에 K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알리의 가치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짝퉁·유해 제품 비난에 "전혀 억울하지 않아"


레이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 인터뷰는 지난 3일(현지시각) 중국 항저우에 있는 알리바바 시시 캠퍼스 A구역에서 진행됐다. 사진은 A구역 입구 전경. 2013년부터 근무 공간으로 운영됐으며 밤늦은 시각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 /사진=황정원 기자
그는 알리의 경쟁력을 '만능 알리' 한마디로 압축했다. 가장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만능이란 단순히 최저가로 상품을 제공하는 것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배송을 비롯해 소비자 경험(UI, UX) 등 광범위하게 모든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에서 알리가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가품(짝퉁) 논란이다. 이는 비단 알리만의 이슈는 아니다. 알리에 따르면 플랫폼 내 짝퉁 제품은 전체 판매 물품 중 1%도 되지 않는다. 취재팀은 장 대표에게 짝퉁과 관련해 한국 언론이나 정부의 비판이 과도하지 않은지, 억울하지는 않은지 물었다. 그는 유쾌하게 웃으며 놀라운 답변을 내놓았다.

"플랫폼 내에 1억5000만개 상품이 있는데 그걸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혀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이 무엇일까에 더 관심이 있다. 어떻게 하면 더 발전된 기술로 짝퉁을 걸러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방법 등이다."

알리는 짝퉁 및 유해 상품을 사전 예방하기 위해 AI 외에도 샘플링 테스트를 실시한다. 암행어사처럼 무작위로 물건을 주문해 검수하는 작업이다. 현재 중국에서 외부기관을 통해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 기준이 아닌 한국 기준에 맞춰 테스트하고 있다. 여러 번 문제를 반복하는 셀러는 알리가 정한 기준에 따라 불이익을 받는다.

셀러 교육을 진행하는 방법도 있다. 의외로 짝퉁이나 유행상품을 판매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셀러도 많다고 한다. 장 대표는 교육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조금씩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한국에 최신 설비 물류센터 구축할 것


레이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가 3일 중국 항저우에 있는 알리바바 본사에서 한국 취재팀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황정원 기자
국내 플랫폼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배송 서비스에 대한 답변 역시 흥미로웠다.

그는 "나도 이제 절반은 한국인이다. 한국인이 '빨리빨리'를 좋아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고 농담을 건네며 "당일배송만이 이커머스의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알리가 제공하는 배송 서비스는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모든 소비자가 빠른 배송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배송 기간을 줄일수록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라고 짚었다.

이어 "빠른 배송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다른 선택지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예를 들어 하루빨리 받고 배송비를 20% 더 지불하느냐, 느리게 받더라도 더 싸게 사느냐 중에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라고 제안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해외 물류를 담당하고 있는 차이냐오 항저우 DLJ 물류창고. '번개 분류 시스템' 등의 첨단 물류 분류 시스템과 국제 특송을 위한 160만개의 저장 공간이 있어 하루 최대 40만건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 /사진=알리바바
초미의 관심사인 국내 물류센터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화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한국 물류센터는 중국 차이냐오 우시에 있는 스마트 물류센터에 준하는 최신 설비를 갖출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현재 3년 이내 구축을 목표로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있다. 인천공항이나 평택 외에도 여러 후보지가 있다. 기술적인 부분이나 건설, 리소스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 파트너사와 협력할 생각이다. 내년 상반기에 위치와 규모 등을 발표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장 대표는 알리를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셀러, 소비자, 직원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총매출 등 수치에 집중하기보다 한국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이것이 제대로 실현된다면 5년 이내에 한국 이커머스 이용자의 50% 이상이 알리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알리는 9월 중 글로벌 셀링을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그룹이 보유한 180개 국가와 지역, 1억5000명의 소비자에게 한국 상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세계 시장 진출을 돕겠다는 포부다. 알리바바 그룹 내 플랫폼을 통해 한국 상품 거래 규모를 연 10조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알리는 오는 25일 셀러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셀링 론칭 관련 간담회를 진행한다.

항저우(중국)=황정원 기자 jwhwang@mt.co.kr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