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알리 레이장 "짝퉁 논란 안 억울해… 해결책 낼 것"
"한국 기업과 상생하며 신뢰받는 기업 될 것"
"빠른 배송보다 다양한 선택지 제안 중요"
레이장(Ray Zhang) 알리코리아 대표의 말에서 알리의 현주소와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
지난 3일(현지 시각)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에서 만난 장 대표는 기자단의 취재 열기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12월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발표 등을 통해 공식 석상에 섰지만 한국 기자들과 면담을 위해 따로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장 대표는 "한국은 내게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6년 전 한국에 처음 와서 혈혈단신으로 사업을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알리코리아는 내게 자식과도 같다. 그만큼 한국은 매우 특별하며 행운의 땅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2018년 장 대표 혼자 미약하게 시작했던 알리코리아는 2024년 현재 본사와 지사를 합쳐 한국 관련 인원만 120명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는 "알리는 한국에 돈만 벌러 온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어 상담원을 늘리고 케이베뉴를 론칭한 것은 한국 소비자 및 셀러와 상생하며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한국 각계의 파트너와 협력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알리는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K상품과 셀러가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최근 4년간 2550여개 한국 중소기업의 수출을 지원했고 그 결과 지난해 1300억원의 수출액을 달성했다. 지금까지 알리바바 플랫폼을 통해 판매된 한국 상품의 누적 매출은 34조3000억원에 이른다. 현재 알리바바의 타오바오와 티몰 등 다양한 플랫폼에 7000여개의 한국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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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에서 알리가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가품(짝퉁) 논란이다. 이는 비단 알리만의 이슈는 아니다. 알리에 따르면 플랫폼 내 짝퉁 제품은 전체 판매 물품 중 1%도 되지 않는다. 취재팀은 장 대표에게 짝퉁과 관련해 한국 언론이나 정부의 비판이 과도하지 않은지, 억울하지는 않은지 물었다. 그는 유쾌하게 웃으며 놀라운 답변을 내놓았다.
"플랫폼 내에 1억5000만개 상품이 있는데 그걸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혀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이 무엇일까에 더 관심이 있다. 어떻게 하면 더 발전된 기술로 짝퉁을 걸러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방법 등이다."
알리는 짝퉁 및 유해 상품을 사전 예방하기 위해 AI 외에도 샘플링 테스트를 실시한다. 암행어사처럼 무작위로 물건을 주문해 검수하는 작업이다. 현재 중국에서 외부기관을 통해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 기준이 아닌 한국 기준에 맞춰 테스트하고 있다. 여러 번 문제를 반복하는 셀러는 알리가 정한 기준에 따라 불이익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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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도 이제 절반은 한국인이다. 한국인이 '빨리빨리'를 좋아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고 농담을 건네며 "당일배송만이 이커머스의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알리가 제공하는 배송 서비스는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모든 소비자가 빠른 배송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배송 기간을 줄일수록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라고 짚었다.
이어 "빠른 배송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다른 선택지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예를 들어 하루빨리 받고 배송비를 20% 더 지불하느냐, 느리게 받더라도 더 싸게 사느냐 중에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현재 3년 이내 구축을 목표로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있다. 인천공항이나 평택 외에도 여러 후보지가 있다. 기술적인 부분이나 건설, 리소스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 파트너사와 협력할 생각이다. 내년 상반기에 위치와 규모 등을 발표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장 대표는 알리를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셀러, 소비자, 직원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총매출 등 수치에 집중하기보다 한국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이것이 제대로 실현된다면 5년 이내에 한국 이커머스 이용자의 50% 이상이 알리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알리는 9월 중 글로벌 셀링을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그룹이 보유한 180개 국가와 지역, 1억5000명의 소비자에게 한국 상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세계 시장 진출을 돕겠다는 포부다. 알리바바 그룹 내 플랫폼을 통해 한국 상품 거래 규모를 연 10조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알리는 오는 25일 셀러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셀링 론칭 관련 간담회를 진행한다.
항저우(중국)=황정원 기자 jw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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