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은 해리스, 베팅업체는 트럼프… ‘돈의 예측’도 팽팽[Global Window]

민병기 기자 2024. 9. 1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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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Window
‘역대급 박빙’ 美대선 TV토론 앞둔 해리스 vs 트럼프
해리스, 8월 한달간 3.6억달러
트럼프 모금액수의 2.8배 달해
‘누가 대선 승자가 될까’ 예측에
해리스가 배당률 더 높게 나와
주요 경합주 여론조사는 ‘박빙’
‘족집게’ 전문가들 전망 엇갈려
그래픽 = 권호영 기자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11월 5일 미국 대선 초반 판세를 좌우할 후보 간 첫 TV토론을 하루 앞두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역대급 박빙 구도가 계속되고 있다. 후원금 모금 액수에서는 8월 후보 교체 후 바람몰이 중인 해리스 후보 측이 상대를 압도하고 있지만 주요 베팅 사이트들은 조심스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예견하고 있다.

전국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다소 앞서지만 경합 주 여론조사는 오차범위 내 박빙 양상이다. 그간 대선 때마다 ‘족집게’로 불렸던 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린다. 단 아직 선거인단의 ‘색깔’이 정해지지 않은 7개 경합 주 중에서도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네바다가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데에는 대부분의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이 일치된 견해를 내놓고 있다.

◇돈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 미국 선거는 ‘돈의 전쟁’이라고 부른다. 대규모 유세단을 꾸려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해야 하고 격전지에는 천문학적 액수를 투입해 광고를 퍼붓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개인이 특정 후보에게 후원할 수 있는 한도는 정해져 있지만 개인, 기업, 특정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액 상한이 없는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통하면 무제한적인 선거자금 모금이 가능하다. ‘쩐의 전쟁’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그만큼 후원금이 많이 몰리는 후보가 화제성과 경쟁력에서 앞서고 있다는 방증이 되기도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물러나고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떠오른 뒤 후원금 모금 규모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크게 앞서고 있다.

해리스 대선 캠프는 8월 한 달간 3억6100만 달러(약 4797억 원)의 선거자금을 모금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앞서 트럼프 캠프가 발표한 8월 모금액 1억3000만 달러보다 세 배 가까이로 많은 액수다. 이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월 기준으로 가장 많은 금액이기도 하다. 자연스레 캠프가 보유하고 있는 자금 측면에서도 해리스 캠프가 지난달 30일 기준 4억400만 달러로 트럼프 캠프(2억9500만 달러)보다 1억 달러 이상 앞서고 있다. 최근 복수의 공화당 관계자들을 만나고 온 한 인사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자신하는 공화당 인사들마저 해리스 캠프의 선거자금 모금액과 속도에는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또 다른 ‘현장’인 베팅 사이트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소 앞서고 있다. 폴리마켓에서는 8일(현지시간) 기준 누가 이번 대선 승자가 될 것 같냐는 예측 베팅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52%, 해리스 부통령이 47%로 나타났다. 미국 베팅업체 보바다에서는 트럼프의 배당률이 -115, 해리스의 배당률이 -105였다. 이 같은 배당률은 100달러를 기준으로 음수의 경우 100달러를 얻기 위해 베팅해야 하는 금액을 의미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소 우세하다는 예측이다. 영국 베팅업체 베트365 역시 트럼프 1.72, 해리스 2.10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을 다소 높게 전망했다.

◇여론조사도 경합으로 = 미국 일간 NYT가 시에나대와 함께 지난 3∼6일 실시해 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48%, 해리스 부통령이 4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포기를 선언한 직후인 지난 7월 22∼24일 실시한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46%, 트럼프 전 대통령이 48%였던 것과 비슷한 수치다. 모두 오차범위(±3%포인트) 내에 있다. 통계학적으로 우위를 따질 수 없는 수치라는 의미다.

7개 경합 주별로 따져 봐도 안갯속 판세다. 선벨트(햇볕이 뜨거운 남부 지역)인 네바다,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등 4개 주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각각 48%로 동률이었다. 러스트벨트(쇠락한 동북부 공업지대)인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 3개 주에선 각각 1∼2%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해리스 부통령이 앞섰다. 270투윈(270 to win) 등 실시간 판세 분석 사이트 등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이 러스트벨트 세 곳을 모두 승리할 경우 270명의 선거인단을 얻어 신승할 수 있지만 여론조사 상으로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선벨트를 모두 이기고 러스트벨트 한 곳을 이기는 등의 ‘승리방정식’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조사에서도 대체로 해리스 부통령이 전국 단위 조사에서는 오차 범위 내 근소하게 앞서고 있지만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했던 2016년 대선 때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전국 득표에서 300만 표가량을 더 얻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리스 부통령의 우세를 점치기 어렵다.

경합 주별로도 대체로 위스콘신과 미시간은 해리스 부통령이, 노스캐롤라이나와 애리조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합우세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지만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네바다는 “(두 후보가) 딱 붙어있다”(공화당 관계자)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펜실베이니아는 19명, 조지아는 16명의 선거인단이 걸려있어 전체 판세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두 캠프 모두 막대한 선거자금과 인력을 두 주에 투입하고 있다.

◇전문가 판세도 백중세 = 족집게로 불리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엇갈린다. 지난 10번의 대선 중 9번을 맞힌 앨런 릭트먼 미국 아메리칸대 석좌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대선 결과 예측 공식에 따라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대표적인 ‘족집게’ 전문가인 네이트 실버의 ‘실버 불레틴’은 민주당 전당대회 직후 해리스 부통령이 주요 경합 주에서 앞서나가다 다시 모두 백중세 혹은 트럼프 우위로 돌아섰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세를 조심스레 전망했다.

결국 주요 경합 주 7곳의 결과에 따라 승부가 갈릴 전망이지만 이 지역의 민심은 ‘개표함’을 열어봐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실제 펜실베이니아주는 4년 전 바이든 대통령이 불과 1.17%포인트 차로 승리했고 2016년엔 트럼프 전 대통령이 0.72%포인트 차로 이겼다. 4년 전 바이든 대통령은 애리조나와 조지아에서 이겼는데, 두 곳의 격차는 불과 0.26%포인트와 0.3%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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