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시청역 참사 재발 않게…보행 위험지역에 ‘튼튼 가로수’ 2000그루 심는다
교통전문가 “자연 볼라드 역할 가능”

튼튼 가로수는 일종의 볼라드(자동차 진입 억제용 말뚝)로 교통섬 등 보행자 다수가 머무르는 곳에 차량이 덮치는 걸 막는 역할을 한다. 충돌에 견딜 수 있도록 느티나무나 은행나무, 단풍나무 등 상대적으로 밑동이 단단한 종류로 심을 예정이다.
튼튼 가로수 규격은 ‘줄기가 지름 20cm 이상’으로 일반 가로수의 2배다. 현행 서울시 가로수 조성 및 관리 조례 시행규칙에 따르면 가로수 규격은 지름 10cm 이상에 높이 3.5m 이상이다. 지름은 성인 가슴높이를 기준으로 한다.
서울시는 가로수가 철제 볼라드의 단점을 일부 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철제 볼라드는 △충격 흡수력이 부족해 차량 충돌 시 운전자 피해가 크고 △장애인 등 보행 약자에게 걸림돌이 되며 △자연환경과 도시 경관을 해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가로수가 햇빛이나 비를 막는 그늘막으로 쓰일 수 있는 점도 고려됐다.
튼튼 가로수가 신호등이나 운전자 시야를 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시는 가로수 높이 4m 미만 부분은 가지치기하는 등 교통 환경에 맞게 관리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국 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름 20cm 이상 가로수는 차를 막는 데 효과적이란 연구가 있다”라며 “가로수가 ‘자연 볼라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가로수가 보행자 보호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나무는 차량과 충돌해 부러지면서 운전자와 보행자에 가하는 2차 충격을 줄이는 버팀목이 될 수 있다”라며 “차량 방어뿐 아니라 그늘도 만들고 경관도 좋아지는 일석삼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적절한 교통 환경에 제한적으로 심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무작정 튼튼한 물체로 도로를 잔뜩 막는 방법은 되레 차량 단독 사고 시 운전자 피해를 키울 수 있다”라며 “가로수를 심더라도 나무 크기와 도로 폭 등 다양한 환경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이달 서울 중구 시청 인근부터 시범사업 형태로 50그루를 심고, 시 전역 보행자 위험지역에 튼튼 가로수 총 2000그루를 심을 예정이다. 구체적인 장소는 자치구별로 취합한 자료를 통해 선정한다. 식재 비용은 그루당 약 200만 원으로 총 약 40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추석 연휴 이후 시청역 사고와 관련해 보행자 안전 취약 지역 조사 결과를 포함한 종합 안전 대책 계획을 발표한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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