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가계대출 옥죄기…은행들, '실수요자' 판단 고민

이경남 2024. 9. 1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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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다주택은 대출 제한' 방침 명확히
차주마다 상황 다른데…예외 규정 마련 어려워
연말 갈수록 대출수요 증가…'실수요자' 정의 어쩌나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옥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누구에게 대출을 내어주어야 하는가'가 은행권의 고민거리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일단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다주택자'를 실수요자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연말 대규모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예정돼 있는 상황이어서 현재와 같이 유주택자를 무조건 제한했다가는 풍선효과 등의 부작용이 따를 수 있어 현재 조치를 이어갈 지에 대해서는 고심중인 모양새다. 

이번주들어선 실수요자 판단에 대한 고민이 커지면서 일시적 2주택자와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1주택자의 전세자금대출 등에 대해서도 실수요로 보고 대출을 푸는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갚을 능력 돼도'…다주택자는 'NO'

지난 6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서울 정부청사에서 가계부채 관련 브리핑을 갖고 현재와 같은 기조로 가계부채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병환 위원장은 앞으로도 최근과 같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추가 규제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했다. DSR의 도입취지인 '빌릴 수 있는 만큼만 빌려라'를 가계부채의 핵심 관리 기조롤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은 상환능력과 상관없이 제한해야 한다는 의중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실수요자를 금융당국이 정의하기는 쉽지 않고 적절하지는 않다"라면서도 "(은행들이)다주택자 대출 제한, 갭투자 제한을 하고 있는데 개념적으로 보면 여러 채 집이 잇는 사람이 또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우선순위가 뒤에 가 있다"라고 말했다.

다 같은 다주택자 아닌데

현재 은행들이 시행하고 있는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제한 조치가 과거 정부차원에서 시행했던 다주택자 대출에 비해 예외 적용 사안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어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정부 금융당국은 집 값 상승 억제를 위해 담보인정비율(LTV)규제를 강화함과 동시에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을 옥죄는 조치를 취했다. 다만 당시 주택 추가 매입 이후 일정 기간 내에 기존 주택 처분 시에는 대출을 내어주는 등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예외 조치도 함께 실행했다. 세대 독립을 하게 되는 신혼부부와 같이 고려해야 할 사안이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은행들은 대출 차주가 속한 가구가 다주택자라면 일단 대출 불가로 판단하는 모습이다. 예외를 허용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편법을 통해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일단 비대면 대출의 경우 전산 상 주택을 보유하지 않았다는 것이 입증돼야만 대출이 되는데 예외규정을 하나하나 따지기 쉽지 않다"라며 "다만 상식적인 범위에서 예외를 둬야 한다고 판단되면 영업점에서 심사 시 고려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일부 은행들은 진짜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에 한해서는 대출 취급 대상이 아니더라도 대출을 내어준다는 방침을 세웠다. 

우리은행 측은 결혼예정 혹은 상속으로 인해 일시적 다주택자가 되는 경우에는 주택담보대출을 해주기로 했다. 아울러 △직장변경 △자녀교육 △질병치료 △부모봉양 △이혼 △분양권·입주권 보유 △분양권 취득의 경우 전세대출 취급 대상으로 분류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1주택 보유 세대더라도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대출 취급 조건을 명확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역시 오늘(10일)부터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내어주기로 했다. 생활안정자금의 경우는 보유주택의 세입자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으로 생활안정자금 주택담보대출 신청한 차주 대상으로 대출을 취급한다. 

결혼, 상속, 출산, 의료비가 필요한 경우에는 주택담보대출 대신 신용대출의 문을 열어두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이 차주들의 경우 연소득의 100%가 넘더라도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예외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다양한 실수요자 사례에 대해서는 담당부서의 전담팀을 통해 소비자의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 예정이다"고 말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연말 '대규모' 주담대 수요는 어쩌나

일단 당장 유주택자에 대한 대출을 옥죄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주춤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관건은 올해 4분기 즈음부터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르면 이달부터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점이 주택담보대출 수요를 이끌 요인으로 꼽힌다. 자연스레 시장금리가 떨어지거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으로 대출금리가 내려가 이자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을 받으려는 차주가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은행이 가산금리를 조정해 공급을 조절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최근 은행들이 주담대 공급 조절을 위해 금리를 조정한 것을 두고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에 이같은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은행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가 하락하면 현재는 대출 제한 대상이 아닌 무주택자들의 대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라며 "당분간은 가계대출을 조절해야 하는데 무주택자의 수요가 몰릴 경우에는 과거처럼 지점별 대출취급액을 기준으로 모든 대출을 중단할 가능성도 있어보인다"고 짚었다.

연말 수도권에 대규모 주택 입주 물량이 대기중이라는 점도 문제다. 대표적으로 오는 11월 1만2032세대가 입주 예정인 올림파크 포레온(구 둔촌주공아파트)이 있다. 

대규모 수요가 있지만 정작 공급은 확실한 답이 없는 상황이다. 은행마다 주택담보대출에 더해 전세대출 가능 여부를 두고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금까지는 신한은행만 신규 공급 주택에 대한 전세대출 제한 조치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한 상황이다. 사실상 신한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의 경우 대출 차주가 현재 대출 제한 대상이라면 전세대출도 취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연말 입주 예정인 주택 중 분양자의 상황에 따라 대출이 나올수도 안 나올수도 있다"라며 "현재까지는 대출 제한 조치에 걸린다면 대출이 안나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 억제 정책과 맞물려 입주를 못하는 가구들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은 맞다"라며 "은행 방침이 달라질지는 향후 가계대출 추이, 정부의 정책 방향 등을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부동산 빅데이터 기업 직방은 올해 하반기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이 16만4633가구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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