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진짜 그림이라고?”...세계를 놀래킨 ‘극사실주의 끝판왕’ 김영성 작가를 만나다
말문이 막힌다. 그럼 대체 어느 나라 작가의 작품일까. 주인공은 바로 우리나라에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극사실주의 작가이자 ‘하이퍼리얼리즘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김영성 작가의 ‘무· 생· 물’ 시리즈다.
김 작가는 물고기, 잡초, 달팽이 같은 생명체들과 유리, 천, 금속 등 물질의 공존을 테마로 광고나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처럼 극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작은 생명체의 섬세함과 함께 유리, 금속 물질의 광채나 반사, 빛의 굴절 등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작가는 매일 밤 수십 자루의 세필을 쓰며 작업에 몰두한다.사진이나 모니터 화면보다 사실적인,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독보적인 리얼리티를 구현해내는 도전을 하는 중이다.
그는 자연 속에서 접한 생물들과 우리 주변의 작은 동물들을 소재로 해 현대사회의 삭막함과 현대인의 허무함을 비판적으로 그려낸다. 작은 생명체를 현대미술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환경 문제와 기후변화 위기 등 우리 사회에 당면한 문제들을 다룬다.
현대인의 화려한 외면과 그 이면에 숨겨진 불안과 허무를 날카롭게 반영해 관객에게 깊은 사색과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마치 고도로 발달된 물질문명의 혜택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것 같지만 생태계 파괴, 자원의 고갈을 비롯해 지나친 물질만능주의에서 오는 상실감까지 업고 사는 우리 현대인의 모습을 비추어보도록 하는 의도다.
서울 강남의 ‘갤러리 나우’에서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김영성 작가의 개인전 ‘무· 생· 물’전을 앞두고 갤러리 나우에서 김 작가를 만났다. 사진보다 더 사진 같은 작품을 그리는 ‘천재 작가’의 삶을 들여다봤다.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한두 점도 아니고 이렇게 여러 점을 그렇게까지 많은 에너지를 쏟는 의도가 무엇이냐는 말이죠. 큰 의도라면 그런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이게 그림이야 사진이야?’하는 관심에서 출발해 자세히 보게 만들고, 그림 앞에 멈춰 세우는 거죠. 그 다음 이제 제가 말하고자 하는 걸 전하고 싶어요. 이런 작고 예쁜 것들을 인간이 정한 목적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그냥 이 자체로 보면 안 되냐고. 작품을 통해 사람들의 의식을 전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작품을 내고 있어요.
저는 제 자신이 그림을 잘 그리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매미를 그리는 숙제가 있었는데, 너무 어려운 거예요. 이렇게 그리기 힘든 것도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나중에 그림을 제대로 배워 이 그림을 다시 그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죠.
중·고등학교 시절엔 혜화동에 살면서 인사동 전시를 자주 보러 다녔다. 당시 극사실주의 회화가 유행이었고, 작가도 그림 공부를 열심히 해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꿈을 키워왔다.
목표로 삼았던 홍익대 회화과 진학에 성공하고 4학년 때 공모전이나 졸업 초대전 등을 해오며 자연스레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작가 활동을 24년 정도 해 왔고, 무생물 시리즈는 2006년부터 시작했다.
졸업하고 작가로 활동하면서 골프 연작을 많이 그렸는데, 이때 그림이 꽤 팔리면서 자신감이 조금 붙었어요. ‘이제는 내가 어릴 때 계획하던 동물 그림을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고, 2006년 곤충 그림을 시작으로 지금의 무생물 연작이 이어졌죠.
그리고 원하는 모습이 나올 때까지 수많은 사진을 찍는다. 모든 기획을 마치면 어시스턴트 조수들과 협업해 오랜 시간 작업에 몰두한다. 작품을 완성하는 데 최소 몇 개월, 최대 4년까지도 걸린다. 어느 하나 애착이 안 가는 작업이 없어 작품이 팔릴 때마다 ‘시집을 보내는 기분’이라고 한다.
한국에선 사실 극사실주의의 인기가 높지는 않거든요. SNS에 작업 과정들을 올리면서 외국 갤러리들로부터 러브콜을 많이 받았어요. 뉴욕 워터폴, 런던 플러스 원, 비엔나 펠렉스 홀러 등 해외 갤러리에서 연락을 받아 전시들을 많이 하게 됐고, 작품들이 세계로 시집을 가게 되고 그렇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 작가는 작품이 항상 부족한 작가다. 직원들하고 열심히 해도 큰 작업이 있을 경우에 1년에 서너 점 나오는 해도 있다. 작은 작업이 많을 때는 6~7점 나온다. 해외 전시에도 작품을 보내야 되고 작품이 팔리기도 해 오리지널 작품이 많지 않다.
이번 갤러리 나우 개인전을 통해 많은 이들이 김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다양한 생각을 나누어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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