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40여년…韓보다 심각한 우리, 한국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김리안 2024. 9. 1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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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탈원전한 지 44년 된 스웨덴의 원전 업계 인력난 등은 한국보다 더 심각합니다. 이제 스웨덴 정부가 다시 원전을 짓기로 했으니 한국과 같은 해외 공급사들(의 도움)이 절실해졌습니다."

이를 위해선 재생에너지를 비롯해 원전과 같은 무탄소 전원을 모두 가동해야 한다는 게 스웨덴 정부의 판단이다.

스웨덴 정부는 지난해 8월 "탈원전을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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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칼 베리뢰프 스웨덴 원자력발전 조정관. /사진=김리안 기자


"탈원전한 지 44년 된 스웨덴의 원전 업계 인력난 등은 한국보다 더 심각합니다. 이제 스웨덴 정부가 다시 원전을 짓기로 했으니 한국과 같은 해외 공급사들(의 도움)이 절실해졌습니다."

칼 베리뢰프 스웨덴 기후기업부 원자력발전 조정관(사진)은 지난 2일(현지시간) 스톡홀름에 위치한 비즈니스 스웨덴 빌딩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스웨덴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력 수요가 2045년이면 현재의 2배인 300테라와트시(TWh)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공지능(AI)뿐만 아니라 그린수소 등 녹색 산업에서 필요한 전기의 양이 급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재생에너지를 비롯해 원전과 같은 무탄소 전원을 모두 가동해야 한다는 게 스웨덴 정부의 판단이다. 원전도 무화석연료(fossil-free) 미래의 일부라는 시각에서다.

스웨덴 정부는 지난해 8월 "탈원전을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1980년 탈원전을 결정한 지 40여년 만이었다. 스웨덴 정부는 2035년까지 2500메가와트(MW)급 대형 원전 2기를 추가하고, 2045년이 되기 전에 1000MW급 10기를 추가로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베리뢰프 조정관은 "하지만 탈원전 이후 재정 등 모든 정책 분야에서 원전에 관한 항목이 사라졌다"며 "이를 회복하기 위해 관련 규제 등을 정비하거나 신설 중이다"고 말했다.

사진=AFP


스웨덴 정부는 현재 원전 투자가 원활해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동원하고 있다. 우선 기존에 10년 걸리던 허가 과정을 1년 반으로 대폭 간소화할 계획이다. 단 원전의 안전성 관련 수준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게 최대 과제다. 재정적인 뒷받침도 마련되고 있다.

최근 원전 분야 재정 지원에 관한 3단계 대정부 제안이 이뤄지면서다. 전체 프로젝트 비용의 최대 75%까지 정부가 저금리로 대출하는 게 대표적이다. 베리뢰프 조정관은 "이를 통해 총 5000MW 용량의 원전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대략 3000억 스웨덴크로나(SEK)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머지 25%(약 1000억 SEK)는 시장에서 민간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원전 프로그램에 총 4000억 SEK가 투입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밖에도 스웨덴 정부는 차액결제거래(CfD), 위험 수익 공유 메커니즘 등을 마련해 원전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들에 일정 수준의 수익을 보장할 계획이다.

그는 "이 모든 세부사항들을 지금 이 자리에서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결국 우리의 메시지는 정부가 원전 신(新)사업 파이낸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좋은 제안이 준비가 됐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스웨덴 정부는 빠른 절차를 위해 환경, 지역사회 등과 관련된 10개 이사의 영향성 조사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칼 베리뢰프 스웨덴 원자력발전 조정관. /사진=김리안 기자


▷스웨덴의 원전 기술 현황이 궁금하다.
지금 현재 스웨덴에서 보유하고 있는 원전 대부분은 우리가 직접 지은 것들이다. 하지만 그건 매우 오래전 일이었고, 오늘날엔 우리는 다시 직접 그걸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나라의 벤더들에게 기대고 있다. 아마도 한국도 그중 하나가 될 것이다.

▷전력 수요가 2배 느는 만큼 원전도 더 짓겠다고 했는데, 재생에너지로 증가분을 다 채울 수는 없는 건가.
300TWh는 엄청나게 많은 양이다. 또한 우리는 전력 생산의 조절이 가능한(dispatchable), 날씨에 좌우되지 않는 기저 전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원전이 필요하다.

▷지금 원전의 비중은 얼마고 어떻게 변할 것인가.
현재 원전의 비중은 전체 전기에서 33% 정도(3분의1)를 차지하고 있다. 2045년이 되면 다른 발전원도 함께 증가하는 만큼 원전 비중은 비슷하게 유지되거나 조금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가폭이 제일 큰 발전원은 풍력발전이 될 것이다.

▷원전 비중을 계속 3분의 1로 유지하는 이유는 뭔가.
발전원 시스템의 밸런스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일정 정도의 해상풍력도 필요하고  수력발전도 필요하다. 수요반응 같은 소비 측면의 유연성도 필요하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저 전원도 매우 중요하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다.

▷에너지 안보를 위해 에너지 믹스를 추구하겠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의 안보를 위해서 필요하다.

▷탈원전을 폐기한다고 할 때 국민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여론이 원전에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그래서 정책이 바뀌었다. 국민 여론이 바뀐 데에는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 (우크라이나 전쟁에 의한) 에너지 위기 등이 원인이 됐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수력 발전이 풍부한 북부에 비해 전기료가 비싼 남부에서 물가가 급등한 것도 가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국민들이 원전으로 눈을 돌리게 만든 배경이다.

▷원전은 건설기간이 오래걸린다. 왜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원전이 대안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우선 남부에서 주민들이 (수자원이 부족해) 전력 부족 위기가 심각한 걸 몸소 겪었다. 또한 북부의 산업체는 향후 70 TWh의 전력을 소비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H2그린스틸이나 LKAB 등 기업들 대부분은 녹색 산업을 표방해 친환경 전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원전을 택한 것이다.

▷그동안 스웨덴 정부의 역할은 뭐였나.
우리는 지난 40여년 간 원전을 둘러싸고 수많은 정치적 논쟁을 벌여왔다. 이전 정부에서는 방사능 안전 기관에 원전의 안전성 등에 관한 조사를 내렸다. 2022년 새 정부가 들어섰고, 현 정부는 관련 장애물들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권 변화에 따라 달라졌다는 의미인가.
이전 정부는 예전 프레임워크를 그대로 따랐다. 204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가 목표였다. 하지만 새 정부는 '100% 저탄소 에너지'를 목표로 완전히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 

▷한국은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 업계나 관련 인재 양성 시스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웨덴 상황은 어떤가.
한국의 상황과 완전히 똑같다. 하지만 우리의 문제는 원전 인재를 잃은 기간이 40여 년이라는 점이다. 한국보다 더 심각하다는 의미다.

▷그럼 어떻게 원전으로 돌아갈 생각인가.
한국의 도움을 희망하고 있다.

▷한국은 원전 방사능 폐기물 처리 관련해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스웨덴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스웨덴의 핵폐기물 관리 업체가 정부에 제안을 해서 승인한 게 있다. 이로 인해 현재 스웨덴에선 2개 지자체가 핵폐기물 처리장을 유치하기 위해 경합을 벌였고, 그중 한곳이 최근 선정됐다. 원전 유치는 결국 주민 참여(public engagement)의 문제다. 어떤 시설을 유치하면 지역사회에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여러 사회적 혜택을 가져올 것이라는 걸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

▷소형모듈원자로(SMR) 계획이 궁금하다.
2035년까지 2500MW를 추가로 짓기로 한 계획에는 SMR도 포함돼 있다. 정부가 대형이나 소형 등 특정 원전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민간 산업체가 어떤 원전을 선택할지가 중요하다.

▷한국과의 협업을 기대한다고 하셨는데, 한국이 입찰에 들어가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한국은 매우 훌륭한 원전 지식을 갖고 있다. 어디를 선택할지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의 문제다. 내가 아는 선에서 한국은 계속 꾸준히 원전 관련 일감을 수주해왔다. 다른 나라에서도 새로운 원전을 지을 능력도 있다.

▷한국 원전 관련 자료를 검토했을때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사례를 봤을 때 적시에, 계획된 예산(on time, on budget) 안에 해냈다는 게 매우 인상깊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KPF 디플로마 기후변화대응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보도됐습니다.

스톡홀름=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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