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서 “일본인 치워버려라” 막말... 中 외국인 혐오 사건 잇따라
최근 중국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혐오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경제 둔화 속에 외국인 투자 감소 상황을 우려하는 중국 당국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중국 관영매체 인민일보 산하 환구인물에 따르면, 지난 7일 중국 유명 관광지인 청나라 때 황실 정원 원명원에서 일본인 관광객 2명이 봉변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숏폼 플랫폼에서 32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왕훙 ‘아인(亞人)’은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막말하는 영상을 올렸다. 일본인 여행 가이드가 이 남성에게 사진을 찍게 조금 비켜달라고 요구한 게 발단이었다.
‘아인’은 이를 거절하면서 “당신들 일본에서 왔나. 방금 일본어를 들었는데 일본인 맞느냐”고 물었다. 일본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남성은 “나보고 일본인을 위해 비켜달라고 하는 거냐”고 화를 냈다. 가이드가 “부탁도 못 하냐”고 되묻자 “여기 원명원에서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원명원에는 1860년 외국 군대가 파괴한 유적지가 남아있다.
‘아인’의 억지 주장에 관리소 직원이 등장했지만, 더 심한 반응이 나왔다. 관리소 직원은 “(일본인은) 못 들어온다. 일본인들 증오한다. 그놈들 치워버리는 거 나도 찬성한다”고 말했다.
영상이 공개된 후 네티즌들은 “일본인 관광객들의 사진 촬영을 이유 없이 막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대국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환구인물은 전했다. 게다가 왕훙의 아이디 ‘아인’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따온 이름이었고, 그가 미국 유학 중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결국 ‘아인’은 계정에서 수백 개의 동영상을 빠르게 삭제했다.
환구인물은 “맹목적인 외국인 혐오는 민족적 대의가 아니며 ‘아인’은 아무도 자신을 응원하지 않을 줄은 몰랐을 것”이라고 그의 행동을 비판했다. 또한, 일본인 인플루언서가 중국인 관광객들을 ‘뇌 없는 애국자’라며 조롱한 사건을 거론하며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악의적으로 욕설을 퍼붓는 이들은 정말 존경스럽지 않다”고 했다.
중국에서 일본인만이 범죄 대상이 된 건 아니다. 지난 3월 쓰촨성에서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네덜란드 기자 2명이 폭행당했고, 지난 6월에는 중국 지린시의 한 공원에서 중국인 남성이 미국인 대학 강사 4명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일도 있었다. 같은 달 중국 장쑤성에서는 흉기를 든 남성이 일본인 학교 버스를 기다리던 여성과 아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중국 당국은 “우발적 범죄”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런 우발적 범죄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며 중국은 세계에서 공인된 가장 안전한 국가라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의 이러한 반응은 외국인들의 투자 급감이 그 배경으로 거론된다. 올해 1~7월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액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9.6% 줄었다. 더욱이 1~2월에 비해 하반기가 될수록 감소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과 내수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까지 줄어들자 중국 당국은 해외 기업에 차별 대우를 시정하겠다는 등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감소세를 되돌리지는 못하고 있다. 경제성장 둔화 탓도 있지만 애국주의 교육을 강화한 것이 부메랑이 돼 외국인 배척 사건을 불렀고, 외국기업의 불안감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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