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는 차별에 두 번 상처받는다

전북CBS 남승현 기자,전북CBS 최명국 기자,전북CBS 김현주 뉴미디어 크리에이터 2024. 9. 10.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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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혔던 채상병들⑩]
편집자 주
1년이 100년 같았던 날. 밤이 이렇게 길었는지 이제야 알았다. 전북 남원에서 태어난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별이 된 시간. 꿈 많은 청년의 삶이 마감되고 유족은 통한의 세월이 시작된다. 남은 이가 겪는 아픔을 치유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왜, 어떻게 죽었는지를 명확하게 밝히는 일이다. 전북CBS는 채상병처럼 자식을 군에서 잃은 유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직접 들었고,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1860건의 죽음을 기록했다.
대전현충원. 김현주 뉴미디어 크리에이터

▶ 글 싣는 순서
①채상병 어머니 편지 "아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②채상병을 그리워하는 이들, 우리 사회에 묻다
③"예람이 스케치북이 증거잖아요!" 3년간 관사 짐에 있었다
④윤일병 어머니 "아들 떠나보낸 10년, 군은 바뀌지 않아"
⑤홍일병 어머니 "살릴 기회 3번 있었는데…제가 무능한 부모예요"
⑥군의관 아들의 죽음, 7년간 싸운 장로 "하늘도 원망했어요"
⑦묻혔던 채상병들, 1860건을 기록하다[인터렉티브]
⑧부사관 죽음이 부모 이혼 때문이라니…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진실들
⑨미순직 군인 3만8천명…"억울한 죽음 방치 안 돼, 합당한 예우를"
⑩군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는 차별에 두 번 상처받는다
(계속)


전북CBS가 만난 군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납득하기 힘든 죽음의 슬픔에 한 번 그리고 죽음의 차별에 두 번 상처받고 있었다. 세상 어떤 부모가 등급으로 분류된 자식의 죽음을 납득할 수 있을까. 죽음의 고통이 주는 무게는 다르지 않은데 죽음의 차별을 느끼는 유족, 또 이를 의식해서 숨죽이는 유족이 많아지고 있다.

보훈법제에서 '순직'은 합리적인 사유 없이 예우에 실질적인 차등을 두고 있다. 군인사법은 군인의 사망을 전사, 순직, 일반사망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순직을 순직Ⅰ・Ⅱ・Ⅲ형으로 위계화하고 차등적으로 처우하고 있다. 공적인 직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어떤 사람은 국가유공자가 되고 어떤 사람은 하위 등급의 모호한 대상자가 되는 것이다.

순직을 순직Ⅰ형(타의 귀감이 되는 고도의 위험을 무릅쓴 직무수행 중 사망한 사람), 순직Ⅱ형(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 순직Ⅲ형(국가의 수호・안전 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으로 분류하고 있다.

고 이용민 중위 아버지 이득희 씨. 김현주 뉴미디어 크리에이터


군에서 의료조치를 제때 받지 못해 순직한 고 이용민 중위의 아버지 이득희 씨에게 순직의 의미는 남다르다. 개인 탓으로 돌린 군과 소송 끝에 무려 7년 만에 순직을 인정받았다. 그렇다고 아들이 살아 돌아오지 않지만 유족에게 돌아온 건 차별이었다.

"저도 이제 순직확인서를 육군 본부에서 받았는데 순직 3형으로 그 안에 또 시행령까지 적어놨어요. 이게 무슨 말입니까? 순직이면 순직이지…죽어서도 이게 등급이 있어 이게 소고기입니까. 제 아들은 의무복무로 갔어요. 헌법을 지키기 위해서 갔는데 의무복무자한테 이렇게 통보한다는 것은 진짜 빨리 고쳐야 합니다."
 

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 이주완 씨. 김현주 뉴미디어 크리에이터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는 순직이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안다. 국가는 군인의 자해사망을 개인 탓으로 돌리고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2015년 군인사법 개정으로 순직 3형에 포함됐다. 이예람 중사는 순직 2형을 인정받았다. 이주완 씨는 사망의 종류와 원인이 비슷하지만 순직 유형이 다르다 보니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다.

"유족 간에 불화도 생길 수도 있고 서로 편 가르기 한다. 갈라친다. 유족들이 싸울 게 아니야 나는 배가 아프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 나는 왜 이렇게 해주면서 쟤는 왜 저렇게 해줘? 당연히 그렇게 얘기할 수는 있지만 그건 결국은 군에 대한 문제고 군이 자꾸 이렇게 헷갈리게 만듭니다. 내가 그걸 알았단 말이에요."

대한민국 순직 국군장병 유족회 박형방 회장. 김현주 뉴미디어 크리에이터


이들은 채상병 가족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있었다. 대한민국 순직 국군장병 유족회 박형방 회장의 말이다. 그는 채상병 가족들이 언론과 정치인들과 일절 접촉하지 않고 있는데 유족회와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유족회가 아닌 사람하고 유족회 쪽 사람하고 만나면 공감이 안 됩니다. 아들을 잃은 사람하고 안 잃은 사람하고 대화가 안 되죠. 채상병은 국가로부터 예우는 다 받았어요. 채상병 가족은 우리가 아파하는 죽음의 차별이 있다 보니 '이게 뭡니까'라고 하면서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서로 공존하면서 도와주고 있는 거죠."

박형방 회장은 죽음의 슬픔을 경험했다. 마음의 상처와 고통을 무엇으로 환산할 수 있을 수가 없다. 단 죽음의 방법, 장소, 원인이 무엇이든 최소한 징병제 의무복무자는 국가유공자로서 예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들이 딱 순직이 되면 두 가지 명제가 됩니다. 하나는 죽음의 슬픔, 또 하나는 죽음의 차별. 아들 잃고 몇 년 동안 밥도 전폐하고 주로 어머니들이 심하지만 아버지들도 심한 경우가 있어요. 그냥 물론 어머니 이상으로 아버지가 더 고민하고 더 그냥 우울증에 빠지고 모든 걸 포기하는 경우도 가끔 있더라고요. 특히 징병제 의무복무자는 운명을 딱 하면 제일 먼저 예를 갖추어서 국립묘지에 안장하고 부모님한테 찾아와서 국가가 관리를 잘못해서 죄송하다고 위로하면 끝나는 거예요. 부모가 또 생각한다고 죽은 아들이 살아서 돌아오지 않잖아요."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한상미 조사관. 김현주 뉴미디어 크리에이터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한상미 조사관은 유족들과 가장 가까이서 소통했다. 지속적으로 들은 말도 순직이었다. 비교할 수 없는 죽음인데 몇십만 원의 차이가 유족들을 갈랐다.

"다른 사람하고 내가 이십 몇 만 원 차이인데 왜 다르냐를 얘기를 하죠. 제 입장에선 그런 생각이 들어요. 똑같은 죽음인데 진짜로 그 유형에 따라서 단돈 몇십만 원 차이로 사람을 갈라치기를 하나라는 생각을 할 때 꼭 이것밖에 방법이 없느냐고 생각해요. 물론 전투 중 사망, 병사 등 여러 요인으로 구분은 할 수 있겠지만 구분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 차별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죠. 개선안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유족들은 진상규명과 순직의 과정에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겪는다.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쉼터도 없다. 그런 사이 가족 관계가 악화하고 지인과 멀어지거나 직장 생활이 어려워 생계에 타격을 입기도 한다. 한상미 조사관은 유족들에 대한 마음과 건강을 국가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순직 과정에서 가족 해체가 되는 경우가 상당수고요. 사회적 참사도 마찬가지고 이러한 피해를 보신 많은 분들의 마음이라던가 정신 건강을 헤아린다면 트라우마센터라든가 이런 것들이 많이 활성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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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CBS 기획 [묻혔던 채상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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