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요] 6년 전 '궁금한 이야기 Y' 소개 전신마비 연인 병간호 남친, 지금 이들은?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날짜 : 2024년 9월 8일 (일요일)
■ 진행 : 이성규 교수
■ 대담 : 《긴 밤의 약속》 작가 이진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성규 교수(이하 이성규) : 사랑이란 뭘까요? 이런 질문이 참 낯간지러우면서도 또 어렵게 느껴지는데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이런 사람, 이런 사랑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한 청년을 모셨습니다. 뇌출혈로 쓰러져서 온몸이 마비된 연인을 무려 10년 동안이나 돌봐왔다고 하는데요. 에세이 《긴 밤의 약속》을 쓴 이진휘 작가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진휘 : 안녕하세요.
◆ 이성규 : 예. 우리 청취자 여러분께 자기소개 좀 한번 해주시겠습니까?
◇ 이진휘 : 네. 안녕하세요. 저는 책 《긴 밤의 약속》의 저자, 이진휘입니다.
◆ 이성규 : 이 긴 밤의 약속이라는 게 잠깐 제가 소개드렸듯이 10년 동안 연인을 돌봤던 얘기들이 주로 수록이 돼 있는 거죠?
◇ 이진휘 : 네. 맞습니다. 10년 동안 제 여자친구를 돌보면서 좀 제가 느꼈던 불안, 두려움, 좌절. 또 희망, 행복. 여러 가지 감정을 좀 정제해서 담은 책이라고 얘기드리고 싶습니다.
◆ 이성규 : 그러니까 이진휘 작가의 애틋한 사연이 몇 년 전에 2018년이던가요?
◇ 이진휘 : 네. 맞습니다.
◆ 이성규 : 한 TV 방송 프로그램에서 상당히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소개가 됐는데. 방송 나간 이후에 두 사람은 또 어떻게 됐을까. 여러 가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았대요. 길에서 알아보는 분도 있나요?
◇ 이진휘 : 아 네 그 방송을 통해서 저를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병원에서 여자친구를 돌보는 그런 애틋한 사연으로 소개가 됐는데. 벌써 6년이나 시간이 지났고요. 그 때는 종종 알아보는 분들이 있긴 했습니다. 이젠 좀 시간이 많이 지나서 조용해졌지만, 작년에도 제가 코로나 걸려서 병원에 들렀는데. 한 간호사가 좀 알아봐 주시고 근황을 물어봐 주셔서 좀 개인적으로는 당혹스러웠던 적도 있긴 했었습니다.
◆ 이성규 : 네. 그리고 요즘 근황은 좀 어떠세요?
◇ 이진휘 : 저희가 이제 만난 지 12년이 됐는데요.
◆ 이성규 : 12년.
◇ 이진휘 : 그 중에 간병 생활만 이제 10년이 넘었고요. 제가 처음에는 이제 여자친구의 부모님과 함께 간병에 뛰어들어가서 있었는데. 이제 두 분 연세도 있고, 건강이 좋지 않다보니 제가 이제 간병이 이제 비중이 커졌죠. 그래서 이제 계속 일어나겠지. 회복하겠지 하다 보니 이제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요. 여자친구는 아직까지 좀 극적인 회복은 없지만, 일주일에 세 번씩 재활병원을 방문해서 계속 치료를 받고 있고요. 저도 사실은 이제 여자친구가 퇴원을 하고 나서 저도 이제 취업을 했습니다. 어디서 뭘 해야 되나 고민하다가 사실 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한 신문사에 덜컥 붙었는데. 좀 이렇게 지금까지 5년 넘게 다닐 줄은 몰랐고요. 그래서 지금은 주중에 열심히 기사를 쓰고, 주말이 되면 여자친구가 있는 청주에 내려가서 돌보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 네. 근데 그 맨 처음에 그 간병이라고 해야 되는지. 그 시작할 때가 취준생이었던 거죠? 그러니까?
◇ 이진휘 : 그 때가 이제 취준생이었죠. 사실은 그 때까지 4년 동안 병원 생활을 제가 계속하면서도 취업 준비할 마음은 없었어요. 눈앞에 여자친구가 너무나도 이 상황이 좋지가 않아서. 저 아니면 이제 당장 여기서 여자친구를 간호할 사람도 없었고. 제가 잠시 이제 뭐 일을 하느라 여자친구의 어떤 그런 위험한 순간을 제가 곁에 이렇게 놓치게 될 거라는 그런 불안감도 있었고요. 그래서 퇴원할 때까지는 제가 한 번도 취업에 대한 마음을 품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 이성규 : 그러면 그때 생활은 어떻게 해
◇ 이진휘 : 어떻게 그때는 뭐 사실은 굉장히 힘들었죠. 이제 병원비가 사실은 좀 문제였는데. 다행히 제 주변 친구들이나 또 여자친구의 그런 지인들이 먼저 이렇게 선뜻 이렇게 후원금을 모아주시고, 그 때는 그렇게 좀 근근히 생활을 하면서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 이성규 : 뇌출혈이라고 제가 소개해 드렸는데.
◇ 이진휘 : 네. 맞습니다.
◆ 이성규 : 뇌출혈의 원인은 뭐였어요?
◇ 이진휘 : 정확하게 말하면 동정맥 기형 혈관에 따른 뇌출혈인데요.
◆ 이성규 : 동정맥 기형혈관.
◇ 이진휘 : 이게 흔한 건 아니고 사실은 동맥과 정맥 간에 이렇게 직접적으로 연결되면 안 되는데. 기억 혈관이 있었던 거에요. 그런데 이게 MRI를 미리 찍어봤으면 간단한 시술을 통해서 이제 제거를 할 수 있었던 건데. 이제 사고가 나기 전까지 이제 한 번도 MRI를 찍어본 적도 없고. 그런 기형 혈관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었던 거죠.
◆ 이성규 : 지금 아까 기자라고 말씀하셨는데 경제매체 기자님이시죠?
◇ 이진휘 : 네. 맞습니다.
◆ 이성규 : 그런 경제학이나 이런 쪽을 전공하신
◇ 이진휘 : 아니오. 그런 건 전혀 아니었고요. 저는 이과 출신입니다. 공대 오빠.
◆ 이성규 : 공대 오빠
◇ 이진휘 : 저는 이제 전자공학을 했고요. 친구들은 이제 다들 뭐, 웬만하면 이제 아는 그런 대기업 취업 많이 하긴 했는데. 사실은 저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군대.. 이제 병역 의무를 져야 돼서
◆ 이성규 : 네.
◇ 이진휘 : 그거 이제 끝나고 나서 바로 이제 여자친구가 쓰러지고 병원 생활을 하게 됐던 거죠. 그 뒤부터는 이제 전공을 살리는 게 저에게는 이제 큰 의미가 없었던 거고. 그렇게 무엇을 해야 될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우연히 이제 들어간 곳이 신문사였습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시작해서. 지금은 뭐.. 이렇게 기업 분석하고 이제 그런 일을 하고 있죠.
◆ 이성규 : 경제 전문가가 되셨겠네요.
◇ 이진휘 : 전문가까지는 아닙니다.
◆ 이성규 : 청주는.. 그러니까 여자친구의 집이 이제 청주인가 봐요?
◇ 이진휘 : 네. 맞습니다.
◆ 이성규 : 그러면 이제 퇴원해서 그쪽으로 내려가신 거고. 병원에 계실 때는 서울에서 같이 계셨나요?
◇ 이진휘 : 병원에 있을 때는 이제 서울에서. 처음에 이제 여자친구가 저랑 같이 서울에서 지내다가 쓰러지는 순간에도 제가 같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제 쓰러지고 바로 이 대학병원 이렇게 가면서 제가 이제 간호를 했는데. 그렇게 서울생활에서 계속 하다가 병원도 이제 몇 번을 이동하는 과정 속에서도 계속 서울에서 지냈는데요. 이제 그게 너무 오래 지속되다 보니까, 이제 가족분들도 힘들어지고. 그래서 이제 2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고향인 청주로 이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 이성규 : 《긴 밤의 약속》이라는 책을 내셨는데. 책 내시고, 이런 것에 대해서도 내용을 다 수경 씨도 읽어보고 다 그랬겠네요?
◇ 이진휘 : 책을 쓰는 과정에서는 이제 읽어주지 못했는데 지금 책이 나온 이후에 벌써 두 번이나 완독했고요. 본인은 이제 스스로는 이제 글을 읽을 수가 없어요. 시각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좀 어려움이 생겨서 제가 책을 이제 옆에서 읽어줬는데요.되게 자기 이야기라고 기뻐하면서도 또 이제 너무나도 이제 자기가 겪었던 이야기들을 담았으니까. 우느라, 그것을 또 달래느라 그렇게 한 달에 걸쳐서 이렇게 책을 읽어주게 되었어요.
◆ 이성규 : 근데 책을 내시게 된 동기가 있을 것 같아요?
◇ 이진휘 : 책 제 안은 출판사 인티엔의 김수진 대표님께서 직접 주셨고요.
◆ 이성규 : 어떻게 그분이 제안을 하셨나요?
◇ 이진휘 : 이제 방송을 보시고. 이제 제 이야기가 좀 마음에 와닿았나 봐요. 그래서 그런데 사실 저는 우리 이야기로 책을 쓸 생각은 없었고요. 이미 방송에서 충분히 소개가 되었고. 그리고 좀 이제 더 이상 알려지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고요. 그래서 책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거절을 했었는데. 출판사 쪽에서 좀.. "이 이야기는 꼭 전해드렸으면 하는 이야기"라고. "좌절을 겪는 많은 사람들에게 좀 울림을 줄 거다"라고. 그렇게 여러 번의 설득 끝에 결국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 이성규 : 지금 반응은 어떠세요?
◇ 이진휘 : 반응은 잘 모르겠습니다. 최대한 좀 잘 안 보려고 해요. 이미 제 손을 떠난 글이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독자의 것이지, 제가 더 이상 그것에 대해서 연연하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좀 조심하고 있어요.
◆ 이성규 : 그래도 책을 냈으니 많은 분들이 공유를 해야 될 텐데. 이 방송 나간 이후부터 많은 분들이 더 공유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 이진휘 :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성규 : 《긴 밤의 약속》. 이게 무슨 뜻이에요?
◇ 이진휘 : 우리에게 아직 아침이 밝아오지 않았다라는 의미라고 저는 좀 말할 수 있을 것 같고요.
◆ 이성규 : 우리에게 아직 아침이 오지 않았다.
◇ 이진휘 : 그리고 10년이라는 어두운 시간 동안 계속해서 되풀이하고 있는. 우리 둘만의 비밀 같은 약속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이성규 : 이렇게 애틋하게 돌보셨더라고요? 근데 이런 것을 좀 배우셨어요? 아니면 하시다 보니까 하게 됐어요?
◇ 이진휘 : 처음에는 간병이 뭔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뛰어들었는데요. 근데 누워 지내는 환자를 돌보려니.. 먹이는 것부터 씻기고 배변 활동까지 모든 것 하나 제 손을 거치지 않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멘붕의 연속이었고요. 그것도 제 여자친구잖아요? 이걸 누구한테 물어보고 배우겠어요? 결국 수경이가 편안한 방식을 직접 물어가면서 하나씩 터득해 나가는데, 이제는 눈 감고도 할 정도로 몸에 다 배었습니다.
◆ 이성규 : 그러다가 병간호를 하다가 막 힘드시고 그럴 텐데. 어느 순간 여자친구가 행복해한다거나. 아니면 내가 간병하는 이 부분이 이런 보람이 있거나. "이런 의미가 있구나" 해가지고 뭔가 어느 순간 막 희열 같은 거 느낀 적은 없어요?
◇ 이진휘 : 그런 순간이 많죠. 사실 많다기보다 그런 순간에 하루라도 그런 순간이 있기 때문에 제가 계속 수경이와 만날 수 있고 이렇게 간병하는 것이 지치지 않고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사실은 지독히도 힘들고 미치도록 정말 괴롭다가도 한 번 수경이가 웃어주는 그 미소를 보면 정말 "나는 사랑을 받고 있구나" 그런 마음을 느끼거든요. 그것이 제가 계속해서 하게 일을 하게 되는 원동력이 됩니다.
◆ 이성규 : "책을 읽을 수가 없다"라는 말씀 속에서.. 아, 이게 의사소통도 힘들겠구나. 그런 생각을 해봤거든요. 그런데 그 의사소통은 어떠세요? 어떻게 하세요?
◇ 이진휘 : 여자친구가 쓰러지고 3개월이 지나면서 기적처럼 눈을 떴고 그 의식이 돌아왔는데요.
◆ 이성규 : 3개월 동안은 의식이 안 돌아온 거예요?
◇ 이진휘 : 거의 식물 환자처럼 평생 그렇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정말 기적처럼 눈을 떠서 정말 의식은 멀쩡하게 돌아왔거든요? 근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손가락 까딱, 뭐.. 말도 전혀 못하는 상태로 지내고 있고요. 대화를 못하다 보니까 둘만의 대화법을 좀 찾아야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눈동자는 움직일 수 있었거든요.
◆ 이성규 : 눈동자. 네 그래서
◇ 이진휘 : 긴 글자판을 만들어서. 눈동자를 움직여서. 자음과 모음을 일일이 하나씩 찾아가지고요. 그 글자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여자친구의 답답한 마음을 좀 해소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 의사소통 기간이 되게 길어지겠네요.
◇ 이진휘 : 그러다 보니까 전할 수 있는 말은 한정적이고. 한 문장을 완성하는 데도 10분, 20분 이렇게 걸리거든요? 대화를 주고받는 일이 여전히 힘든 일이 있고. 그래서 주로 제가 많이 말을 하죠. 옆에서 조잘조잘. 좀 예전 추억담도 꺼내고. 이렇게 함께 여행 다녔던 기억들도 떠올리고. 가끔 우리가 예전에 다퉜던 이야기도 좀 꺼내는데.. 싸운 이야기를 특히 좋아라 하더라고요?
◆ 이성규 : 청력은 청각 인지. 이쪽은 그래도
◇ 이진휘 : 다행스럽게도 그쪽은 전혀 문제가 없어요.
◆ 이성규 : 그러면 이제 어떻게 "가렵냐?" 또는 "목마르냐?", "어디 아프냐?" 이런 거 주로 많이 물어보시면 대답하는 그런 형태도 많겠네요?
◇ 이진휘 : 그렇죠. 아무래도 본인이 이제 답답함을 표현할 수 있는 자주 얘기하는 것들이 있어요. 그게 뭐, "물 먹고 싶다"라든지. 방금 말씀하신 "가렵다"든지. 가려운 것도 이제 몇몇 부위가 이제 자주 얘기하다 보니까, 묻지 않아도 제가 먼저 이제 찾아서 긁어주는 경우도 있고. 기저귀 같은 경우 뭐, 이렇게 갈아줘야 될 때. 일일이 이제 물어보지 않고 이제 제가 먼저 "이런 부분에 불편했어?" 하고 찾아주는 경우가 많죠.
◆ 이성규 : 그리고 누워 계시면 이 자세도 바꿔줘야 되잖아요.
◇ 이진휘 : 맞습니다.
◆ 이성규 : 안 그러면 욕창 걸리잖아요.
◇ 이진휘 : 욕창이 정말 무섭더라고요. 저희도 욕창이 걸리지 않게끔 계속 이제 간호하고 특별하게 보살피고 있는데.. 한 번은 또 이게 에어매트가 있어요. 에어매트가 없으면, 너무 이제 욕창이 걸리기 쉬운데. 이제 그걸 방지하는 매트인데요. 한 번 이제 간밤에 그게 꺼져서..
◆ 이성규 : 가라앉았네요. 그럼..
◇ 이진휘 : 엉덩이 꼬리뼈 부분에 이제 작게 욕창이 왔는데.
◆ 이성규 : 생겼어요?
◇ 이진휘 : 그걸 또 이제 치료하는 데 굉장히 또 많이 좀 어려움이 있었고.
◆ 이성규 : 그 잠깐인데
◇ 이진휘 : 맞습니다.
◆ 이성규 : 그 잠깐 동안에 그렇게 욕창이 왔구나. 이게 이제 길어지면 막 패혈증 되고 그러더라고요.
◇ 이진휘 : 네. 맞습니다.
◆ 이성규 : 진짜 지친다거나. 내가 이거 언제까지 해야 되나 그런 생각해본 적 없으세요?
◇ 이진휘 : 저도 사람이니까 다 놓고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많죠. 친구들은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사회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는데. 저는 이제 마음이 많이 불안했거든요. 근데 하지만 당장 눈앞에 수경이가 보이는데. 뭐, 어떻게 도망갈 수 있겠어요? 그 때마다 항상 마음을 다시 다잡았죠.
◆ 이성규 : 수경 씨 부모님은 참 미안하고, 고맙고 위로됐을지 모르겠는데. 우리 작가님의 부모님 가족들은 뭐라 하셨어요?
◇ 이진휘 : 부모님.. 제 부모님께는 좀 많이 죄송한데요. 제가 좀 일방적으로 여자친구를 간호하겠다고 좀 선언하고 나서 사실은 한동안 연락도 끊기고. 서로 평생 안 볼 사이처럼 그렇게 지내기도 했거든요. 지금은 화해의 시간을 보내게 됐고. 예전처럼 자주 연락하고 지내게 됐는데. 감사하게도 지금은 부모님이 가장 크게 저를 응원해 주시고 계시고요. 지금은 제 선택을 이해해 주시려고 많이 노력하시고. 제가 선택한 길을 함께 걸어가 주시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때 좀 많이 울컥했죠.
◆ 이성규 : YTN 라디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이진휘 작가와 얘기 나눠보고 있는데요. 이진휘 작가님 우리 이쯤에서 노래 하나 듣고 가거든요? 어떤 노래 추천해 주시겠습니까?
◇ 이진휘 : J Rabbit이라고 있는데요. J Rabbit의 내일을 묻는다라는 노래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 이성규 : 내일을 묻는다. 이건 또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은데.. 이게 어떤 사연이 있습니까?
◇ 이진휘 : 아무래도 수경이와의 추억이 많이 담긴 노래여서 그렇습니다. 수경이가 정말 좋아했던 노래였는데. 제가 직접 기타 연주를 가르쳐줘서 같이 연주하면서 노래를 불렀던 추억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 이성규 : 네. 그러면 이진희 작가가 추천한 J Rabbit의 내일을 묻는다, 듣고 오겠습니다. 네. J Rabbit의 내일을 묻는다 듣고 오셨습니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뇌출혈 후유증으로 마비가 온 연인을 10년간 돌봐온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긴 밤의 약속》을 낸 이진희 작가와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이 두 분 이야기가 영화로 나온다면서요?
◇ 이진휘 : 엄밀히 말하면 그 영화 판권 계약 체결은 했는데요. 이번에 출간한 책에 대한 내용은 아니고요. 지난번 방송 이후에 우리의 사연을 소재로 하는 그런 영화 판권 계약을 한 게 있습니다. 지금 제작사가 어떻게 영상화를 할지 열심히 고민하고 있죠.
◆ 이성규 : 제작사가요?
◇ 이진휘 : 네.
◆ 이성규 : 그러면 그 안에도 아까 말씀드렸던 이제 부모님과의 정서적 교류. 또 주변 친구분들의 이야기 이런 게 다 나오겠네요?
◇ 이진휘 : 어떻게까지 구현을 할지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아마 저의 친구들이나 부모님과의 갈등을 그대로 담는다면. 또 굉장히 복잡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그런 마음이 있어요.
◆ 이성규 : 여자친구분이.. 수경 씨가 몇 살 위라면서요?
◇ 이진휘 : 네 맞습니다. 5살 차이이고요. 수경이가 저보다 나이가 많아요. 사실 같은 대학교 다섯 학번 선배인 건데. 학교 다닐 때는 서로 몰랐다가요. 제가 군 대체복무로 스리랑카에서 코이카(KOICA)라고 하죠? 한국국제협력단 제가 그 활동을 했는데요. 그 때 배낭 여행 온 선배 소식을 듣고 만나게 됐는데. 그게 저와 수경이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 이성규 : 그 첫 만남이
◇ 이진휘 : 네. 그게 첫 만남이었고요. 근데 이제 주변에 다른 선배를 통해서 배낭 여행을 하고 있는 무슨 학번의 허수경이라는 사람이 있다더라 정도는 알고 있었거든요? 근데 막연하게 저는 굉장히 그런 삶이 멋있었고. 약간의 좀 일종의 동경하는 마음도 있었고. 꼭 만나봐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우연히 제가 있는 스리랑카에 온다고 해서 굉장히 반가운 마음에 제가 이제 마중하러, 이제 만나러 간 거예요.
◆ 이성규 : 그리고 안내도 좀 하고 그러셨나요?
◇ 이진휘 : 제가 안내 가이드 겸 통역 다 하면서 그 여자친구가 한 달 동안 스리랑카에 있었는데. 그렇게 한 달 동안 너무 이제 아름다운 자연, 산, 바다를 보다 보니까 이 마음이 열리잖아요? 뭐.. 쥐도 새도 모르게 그렇게 서로에게 이제 스며든 거죠.
◆ 이성규 : 허수경 씨라고 그랬나요?
◇ 이진휘 : 네. 맞습니다.
◆ 이성규 : 어떤 분이에요?
◇ 이진휘 : 수경이는 아주 당차고 또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쓰러지기 전까지 5년에 걸쳐서 해외 여행을 다녔는데요. 좀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또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지도 않고. 오직 자신이 목표하는 길을 묵묵히 갈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요. 지금도 수경이는 여행을 하고 있는 거라고 믿고 있어요. 본인이 스스로 좀 회복할 거라는 희망도 놓지 않고 있고요. 안쓰러울 정도로 내면이 강해서 좀 때로는 바라보는 제가 슬퍼질 때도 있죠.
◆ 이성규 : 책에 두 분이 투표하러 간 이야기가 있던데..
◇ 이진휘 : 맞습니다.
◆ 이성규 : 이게 이제 기표소에 들어가기도 힘들고. 가셔서도 힘들고 이랬을 텐데. 한번 상황 좀 설명해 주시겠어요?
◇ 이진휘 : 요즘에도 투표가 있을 때마다 수경이와 함께 같이 가는데요. 좀 사실 신분 확인부터가 쉽지가 않아요.
◆ 이성규 : 그렇죠.
◇ 이진휘 : 지문 인식을 이렇게 손가락을 해야 되는데. 수경이의 손가락이 말려 있어서 이렇게 잘 펴지지도 않고요. 또 하도 손을 쓰지 않다 보니까 지문도 잘 인식이 안 돼요.신분 확인을 거치고 나더라도 이제 개표소 가서 직접 도장을 찍어야 하잖아요.근데 이것도 본인이 아니면 대신해 줄 수 없고 그래서 제가 옆에서 대신 눈동자로 후보를 찾아서 대신 도장을 찍는다고 그렇게 얘기를 해도, 그 투표 현장에 있는 담당자가 그런 투표 규정은 없다고 해서 매번 갈 때마다 좀 애를 많이 먹고 있어요. 담당자도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다가 결국 안 되니까, 같이 기표소에 들어가서. 어떤 부정행위가 있는지, 없는지 직접 확인하고 나서야 이제 투표가 끝났는데요.
◆ 이성규 : 네.
◇ 이진휘 : 저는 좀 못 움직이는 환자나 장애인을 위한 그런 투표권에 대한 인식이 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 이성규 : 맞습니다. 지금 눈동자 인식이 가능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좀 답답하네요.
◇ 이진휘 : 그렇죠. 단지 못 움직이고. 스스로 이동하지 못한다고 해서 투표권 자체가 박탈당하는 분들이 많은데.
◆ 이성규 : 의식은 다 있는데.
◇ 이진휘 : 그렇죠. 너무 안타깝습니다.
◆ 이성규 : 뇌에 칩도 심는데. 뉴럴링크
◇ 이진휘 : 네. 맞아요.
◆ 이성규 : 그런 어려움은 있지만, 어쨌든 소소하게 데이트도 좀 하시나요?
◇ 이진휘 : 저희는 주로 주말마다 외출을 하는데요. 멀리 가지는 못하고요. 근처 편의점이나 공원에 가는 게 사실 전부예요. 그래도 편의점에 가서 여자친구가 좀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는 그런 간식이나 음료를 사서 돌아오기도 하고. 그게 좀 그래도 좋은지 매번 새로운 먹을거리가 있는지 찾는 재미로 편의점을 자주 방문하고요. 공원에 가서는 같이 연을 날리는데.
◆ 이성규 : 연
◇ 이진휘 : 네. 3년째 이제 매주 연을 하늘에 띄우고 바라보는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 이성규 : 네. 드시는 거는 마음대로 드실 수는 있어요?
◇ 이진휘 : 아니요. 말을 못하는 것처럼 아예 입을 못 움직여요. 대신에
◆ 이성규 : 매운 라면 이런 거 못 드시겠네.
◇ 이진휘 : 큰일 나죠
◆ 이성규 : 떡볶이
◇ 이진휘 : 네. 사실은 혀에다가. 혀 위에다가 음식을 이렇게 떨어뜨려놔도 못 먹는데요. 음식이 입안에 들어가면 좀 삼 반사 운동이 일어나요.이제 그때 음식을 이제 삼킬 수 있게 되고. 그렇게 한 모금씩. 이렇게 그것도 막 고체나 이런 액체나 이런 음식은 안 되고요. 좀 점도 있는. 이렇게 약간 죽처럼 음식을 다 갈아서. 반사 운동이 일어날 때만 먹을 수가 있어요.
◆ 이성규 : TV 방송 출연하셨을 때. 그 친구분이 "진휘는 울 데가 없어" 그러면서 이제 안아줬던 장면이 뭉클한 장면이래요.
◇ 이진휘 : 저에게는 좀 그게 부끄러운 장면으로 남아 있는데요. 제가 워낙 사람들 앞에서 제 감정을 잘 표현을 못하니까. 사실 저는 지금도 좀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건 여전하고요. 솔직하게 말하면 저는 울 장소가 없긴 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 좀 그래도 좀 중요한 사실이 있다면. 이제는 그 때보다는 좀 더 많이 단단해져서 좀 예전보다는 울지 않게 됐다는 거.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 예. 그.. 에세이 작가 소개란에 이런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인생의 대전환을 맞은 지 10년이 지나 새로운 삶의 도전을 꿈꾸고 있다. 이게 뭔가 좀 비장하게 준비하고 계신 게 있는 건지요?
◇ 이진휘 : 뭔가를 특별하게 준비하고 있는 건 아니었고요. 사실 저 스스로에 대한 다짐과도 같은 것이라고 좀 말씀드리고 싶은데. 그 동안은 어느 정도 좀 세상과 등 돌리고 살면서 수경이와 함께 점점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고 좀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책 출간을 계기로 더 이상 숨지 않고, 수경이와 함께 세상 밖으로 당당히 나아가겠다는 그런 다짐이었어요.
◆ 이성규 : "이제 당당하게 나아가겠다", 근데 그만큼 세상 밑으로 가라앉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힘드셨었군요. 나름
◇ 이진휘 : 말 못할 그런 좀 속상한 마음들이 있죠. 그걸 또 누구한테 얘기하겠어요? 친구나 부모님한테 얘기하는 것도 그렇고. 사실 그런 저 혼자 제가 느끼는 그런 좀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들을 가장 얘기하고 싶은 상대도 여자친구인데. 여자친구도 당사자니까 그런 얘기를 못 하잖아요? 그래서 혼자 끙끙 앓으면서 그런 마음과 싸우느라 좀 굉장히 힘든 시간이 많았어요.
◆ 이성규 : 기자 하시는 일이. 기자로서 일하시는 게 도움이 됐나요? 어떤가요?
◇ 이진휘 : 일단 제가 기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그것도 수경이의 영향이 있는데요. 수경이가 사실 글을 쓰고 싶어 했고. 작가가 되고 싶어 했고. 근데 쓰다가 만 글이 있어요. 언젠가는 그 글을 제가 대신해서 완성해 주고 싶다는 그런 막연한 생각이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까 제가 조금이라도 좀.. 글쓰는 그런 과정에서 훈련이 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하다가, 이제 기자를 생각하게 됐고요. 기자가 되고 나서도 좀 그래도 매일마다 원치 않는 글이지만. 좀 어렵지만. 글을 쓰면서 저 안에서는 5년 넘게 그게 훈련되고, 작가로서 준비되는 시간이 있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 이성규 : 네. 마지막 질문입니다. 인간 이진휘한테 사랑은 뭡니까?
◇ 이진휘 : 사랑.. 굉장히 어려운 말인데요. 저는 사실 사랑이라는 말을 그닥 좋아하지도 않고요. 저는 책에도 썼지만. 사랑은 말로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결심과 행동으로 이루어가는 과정이라고 그렇게 표현을 했는데요. 저에게는 이런 사랑이라는 단어를 표현하기가 굉장히 좀 어려웠어요. 거기서 오는 좌절감들도 많았고. 더 이상 누워 있는 연인에게 "사랑한다" 그 한마디가 그렇게 큰 의미가 없더라고요. 그 사랑을 어떻게 실천하고 행동으로 옮기는지, 저에게는 오직 그것만 남았는데. 저에게 사랑은.. 그저 온 몸으로 보여줘야 하는 그런 실질적인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 이성규 : 네.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긴 밤의 약속》을 펴낸 이진휘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이진휘 : 감사합니다.
◆ 이성규 :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는 YTN 라디오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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