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자연 영화] 인간과 동고동락 1만 년…고양이, 얼마나 아세요?
이제는 '애완동물pet'이라는 표현을 쓰면 눈총 받는 시대이다. 명실상부 '반려동물companion animal' 시대인 것이다. 한국은 반려 가구 552만, 반려인人 1,262만 명의 나라다.
kb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552만 가구로 전체의 25.7%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개, 고양이뿐만 아니라, 금붕어, 거북이 등 모든 종류의 반려동물을 기르는 비율이다.
개를 기르는 '반려견 가구'가 394만 가구(71.4%)로 가장 많았으며, 고양이를 기르는 '반려묘 가구'가 149만 가구(27.1%)로 두 번째였다. 반려견 양육자는 901만 명, 반려묘 양육자는 342만 명으로 추산됐다.
국내 반려묘 양육자 342만 명
여전히 반려견이 반려묘보다 훨씬 많지만, 반려견 가구 비율이 2년 전보다 3.2%P 감소한 반면, 반려묘 가구 비율은 2.0%P가량 증가해 반려동물로 고양이를 선호하는 가구가 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민간에서 마치 여우에 대해서 그러하듯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나라다. 심지어 "호랑이는 영물, 고양이는 요물"이라는 말도 있다. 현대에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캣맘' 행동에 대해 반감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특히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반려묘를 키우는 가정이 크게 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영국은 반려 고양이 수가 1,090만 마리(2020년 기준)로, 성인 4명 중 1명꼴로 고양이를 키울 정도로 고양이 애호 국가다. 고양이와 인간은 이제 뗄 수 없는 관계로, 2021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집고양이 4억8,000만 마리, 길고양이는 2억2,000만 마리로 추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고양이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미국 다큐멘터리 <고양이는 왜 고양이일까? Inside the Mind of a Cat>(감독 앤디 미첼, 2022)는 고양이의 수수께끼 같은 마음속으로 파고 들어간 아주 흥미로운 작품이다.
가장 완벽하게 '설계'된 포유류
고양이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만 사실 우리는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른다. 고양이 생리학자인 브루스 콘리치 '고양이 의료센터' 이사의 말이다.
"신체적 특징, 행동 방식과 지각력 면에서 완벽한 육지 포식동물을 설계한다면 고양이보다 훌륭하게 만들 순 없을 거예요."
집고양이의 학명은 '펠리스 카투스Felis Catus'이다. 아프리카살쾡이의 후손이다. 모든 고양잇과 동물은 크든 작든 '펠리다이Felidae'에 속한다. 350만 년 전 작은 고양이인 '펠리스Felis'과科 동물은 표범속屬인 '판테라Panthera'에서 나누어졌다.
오늘날 펠리스 카투스 수는 전 세계적으로 5억 마리에 육박하고 있다. 덕분에 고양잇과 동물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포유동물 10위 안에 든다.
"1만 년 동안 고양이의 DNA는 거의 변하지 않았어요. 유전학적 면에서 야생 동물이 집에 사는 것과 마찬가지죠."
고양이는 신체적 특성이 뛰어난 동물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건 고양이의 척추이다. 다른 포유동물보다 척추뼈가 더 많고, 탄력 있는 충격 완화 디스크가 척추뼈 사이사이에 있어서 굉장히 유연하다. 고양이는 한마디로 작고 유연한 치타인 셈인데, 시속 48㎞ 넘게 빨리 달릴 수 있으며 희한한 요가 자세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다.
또 고양이는 근육조직도 효율적이다. 점프할 때 근육을 100% 활성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포유동물로서 몸길이의 5~6배 높이를 점프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인간이 기린을 뛰어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반사 신경 인간의 2배 이상
고양이는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 꼬리로 균형을 잡아 재빠르게 방향을 전환해 발로 착지하는 놀라운 능력도 지니고 있다. 이는 허공에서 몸의 위치를 인지할 수 있어야 가능한데 이를 '직립 반사righting reflex'라고 부른다.
직립 반사는 '전정계前庭階·vestibular system'가 담당한다. 내이內耳에 있는 민감한 유모有毛세포가 몸의 위치, 움직임과 허공에서의 가속도를 감지하고 이 정보를 곧바로 뇌로 전송한다.
"고양이는 위쪽이 어딘지 항상 알고 있어요."
인간을 포함한 모든 포유류는 직립 반사 기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방향 감각을 잃기도 하는데, 그런 증상을 '트위스티twisties'라고 부른다. 미국 체조 국가대표 선수 시몬 바일스Simone Biles를 통해 널리 알려진 용어인데, 허공에서 몸의 위치를 감지하는 능력이 사라진 듯 느끼는 증상이다.
고양이의 반사 신경은 인간보다 2배 이상 빠르고 다른 반려동물보다도 훨씬 뛰어나다. 같은 위치에서 개를 떨어뜨리면 대부분 발로 착지하지 못한다.
개는 더 직관적인 반려동물로 여겨지곤 한다. 자신들의 이름뿐만 아니라 160개 이상의 단어를 안다고 한다. 인간의 표정을 이해할 수 있고 심지어 문제 해결도 가능하다고 한다.
고양이의 특성을 연구하는 크리스틴 비탈레 유니티 대학교 부교수는 말한다.
"고양이의 사회적 능력이 과소평가된 것 같아요. 특히 고양이는 개와 비교되는 경우가 많지요. 사람들은 사회 인지주의 면에서 개가 더 우월하다고 해요."
하지만 크리스틴 교수는 고양이도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다고 말한다. 단지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일본 아자부 대학교 '고양이 연구원'의 사호 타카기 박사는 "개 연구에 비해 고양이 연구는 15년 정도 뒤처진 상태"라고 말한다. 일본에선 고양이가 개보다 인기 있는 반려동물이다. 일본의 집고양이 수는 900만 마리로, 세계 최고의 고양이 과학자들이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다.
개 "주인님을 위해서", 고양이 "나를 위해서"
크리스틴과 사호 박사는 총 37건의 합동 연구를 통해, 고양이가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고양이의 얼굴과 목소리를 구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왜 가리키는지도 알고 있으며, 사물의 존재 유무 역시 이해한다.
잘 훈련된 고양이들과 함께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펼치는 우크라이나의 마리나·스비트라나 사비츠키 자매는 말한다.
"고양이를 훈련시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고양이 훈련과 개 훈련은 차이점이 있어요. 개는 주인을 만족시키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거예요. '주인을 위해서 뭐든 할 거예요', '시키는 대로 다 할게요'인 셈이죠. 반면 고양이는 '어디 시켜 봐' 이런 식이죠."
다양한 고양이들의 여러 사랑스러운 행태를 화면에 담고 있는 이 다큐멘터리는 사비츠키 자매의 고양이들이 펼치는 온갖 묘기도 보여 준다. 그중엔 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톰 크루즈처럼 고양이가 줄에 거꾸로 매달려 마치 유격 훈련하듯 앞으로 전진하는 보고도 믿기 힘든 모습도 있다.
영화는 고양이와 연관된 거의 모든 주제를 콤팩트하게 다루고 있다. 와일라니 성Wailani Sung '동물 행동과 복지' 이사는 고양이의 호감을 얻는 방법을 소개한다. '눈을 천천히 깜빡이기', 손가락을 내밀어 냄새를 맡게 하기, 긴 나무 막대기에 사탕 모양의 실뭉치를 끼운 '폼폼' 사용하기 등이다.
또 고양이의 눈과 귀, 꼬리를 흔드는 모습 등을 통해 고양이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를 파악하는 요령도 화면과 더불어 상세히 전한다. 예를 들어 눈을 찌푸리고 귀가 처진 상태면 공격적인 상태라는 뜻이고, 눈을 잘 떴지만 귀를 뒤로 젖히면 스스로를 방어할 준비가 됐단 의미이다. 고양이가 꼬리를 세게 치면 짜증이 났다는 뜻이다.
가끔은 그냥 귀만 기울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고양이는 20가지 다른 소리로 감정을 표현한다. 뭔가를 원할 때 내는 소리, 행복할 때 내는 소리, 가까이 오지 말라는 경고의 소리, 공격할 때 내는 소리가 모두 다르다. 다큐는 이 모든 상황에서 실제 고양이가 내는 소리를 들려준다.
고古유전학자인 '자크 모노 연구소' 에바 마리나 박사는 인간과 고양이의 유대관계가 1만 년 전인 BC 8000년까지 올라간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이집트의 고양이 숭배, 중세시대의 마녀와 고양이 사냥, 1975년까지 영국 해군은 반드시 배에 고양이를 태웠어야 했다는 사실(쥐 퇴치) 등도 아주 흥미롭다.
현재 고양이는 온라인상에서 가장 선호되는 소재의 하나다. 고양이 관련 영상 조회 수는 250억이 넘어가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양이 영상을 시청하면 긍정적인 감정이 샘솟고 부정적인 감정은 감소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도파민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고양이에 대한 매혹적이고 사랑스러운 이 다큐멘터리 <고양이는 왜 고양이일까?>를 보는 것만으로도 도파민이 펑펑 솟구친다.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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