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줄 엉킨 돌고래 돕는 방법 찾다 폐그물 키링 만들었죠"
플라스틱 병뚜껑으로 올레길 벤치 제작
[편집자주] 플라스틱 저감과 순환경제 전환을 향한 국제적 노력을 선도하는 '2024 제주플러스 국제환경포럼'이 오는 26일과 27일 제주부영호텔에서 열린다. 포럼을 앞두고 버려진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새활용'으로 순환경제를 꿈꾸는 제주 기업 5곳을 차례로 소개한다.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지이이잉"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민속마을에 위치한 간세팩토리 업사이클링 체험장. 플라스틱 사출기 주입구에 소량의 폐그물을 넣고 장치를 가동하자 돌고래 꼬리 모양 키링(열쇠고리)이 1분도 안 돼 뚝딱 만들어졌다.
"최근 새끼 남방큰돌고래 몸에 낚싯줄이 엉킨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국민들이 많았잖아요. 저 돌고래를 위해 뭔가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방법은 모르고, 그래서 '해양생물에 해를 끼칠 수 있는 폐그물로 새활용 제품을 만들어보자. 특히 돌고래 꼬리 모양 제품을 만들자'고 생각했죠. 키링을 만들 때마다 폐그물이 조금이나마 줄어든다는 마음으로요."
폐플라스틱으로 다양한 새활용 제품을 제작하는 '간세팩토리' 김미숙 대표는 돌고래 꼬리 모양 키링을 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간세팩토리는 제주올레길과 관련이 깊다. 대표를 포함한 직원 3명이 올레길을 걷다가 친분을 쌓아 새활용 기업까지 창업하게 됐다.
올레길은 제주의 아름다움만 보여주지 않았다. 올레길 해안에 쌓인 폐스티로폼과 폐어구 등 각종 해양폐기물은 제주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제주 이주민인 김 대표는 "올레지기(제주올레 자원봉사)와 클린올레(올레 정화 활동)를 하며 환경 문제에 눈을 떴다"고 전했다.
간세팩토리의 작품도 올레길과 연관이 있다. 제주올레를 상징하는 조랑말인 '간세' 키링은 간세팩토리의 대표작품이다.
손안에 들어가는 키링뿐만아니라 사람이 앉아 쉴 수 있는 폐플라스틱 의자 '모작벤치' 제작에도 성공했다.
'모작벤치'는 매듭을 뜻하는 제주어에서 이름을 따왔다. 주민과 올레길 여행객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동시에 의자에 앉아 자원순환과 환경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의미다.
모작벤치 1개엔 약 16㎏의 폐플라스틱이 사용된다. 플라스틱 밀폐용기(460mL) 기준으로 1450여 개가 쓰였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모작벤치 전에 처음 설치한 폐플라스틱 벤치가 햇볕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색이 바래고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킨 것이다. 결국 이 벤치는 설치 반년 만에 철거해야 했지만, 이 이 실패를 교훈 삼아 내구성을 보완하고 친환경성을 강화한 모작벤치를 만들 수 있었다.
간세팩토리는 모작벤치에 이어 폐플라스틱 생수병 뚜껑을 모아 더 단단하게 제작한 '업사이클링 각재벤치'를 선보였다. 부식되고 오염된 나무 벤치를 재활용률이 낮은 병뚜껑을 이용한 업사이클링 벤치로 교체했다. 이 벤치 1개엔 페트병 뚜껑 3000개가 사용된다.
김 대표는 "업사이클링 제품은 폐기물로 제작하기 때문에 저렴하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있는데, 실제론 수거·세척·분류·가공 작업 등에 손이 많이 가 일반적 재료로 만든 제품보다 2배 이상 공정이 필요하다"며 "수작업으로 제작한 업사이클링 벤치를 처음 올레길에 설치했을 땐 수백, 수천번 쓸고 닦고 쓰다듬었던 기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간세팩토리는 제품 제작뿐만 아니라 일반인이 '새활용' 제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장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도민들이 환경 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했다"며 "버려진 병뚜껑 분류부터 분쇄, 사출까지 공정 과정을 내 손으로 체험하고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간세팩토리는 앞으로 폐플라스틱 가구와 폐부표 조명 등 더욱 다양한 새활용 제품에 도전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업사이클링이 아직 보편적인 사업이 아니다 보니 비슷한 업체들과의 협력이 매우 필요하다. 처음 시도하는 업체라면 작은 제품 만들기도 어려울 텐데, 우리가 쌓은 노하우를 다른 업체들과 공유하고 비법도 전수할 생각이 있다"며 업사이클링 기업들의 '상생'을 강조했다.
(이 기사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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