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문학 축제의 가능성

2024. 9.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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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이러한 때 뜬금없이 '문학의 축제도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져 본다.

실제로 여러 유형의 축제에 있어서 문학은 거의 배제되어 있다.

문학이 이처럼 인식된 것은 물론, 문인들 자신이 축제에 대해 갖는 냉소적 태도와 축제 주관자들의 문학에 대한 무관심에서 오는 것도 적지는 않겠지만, 그보다는 문학이 갖는 예술적 속성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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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천안문학관장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이러한 때 뜬금없이 '문학의 축제도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져 본다. 적어도 이러함에 대한 의구심은 일반화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여러 유형의 축제에 있어서 문학은 거의 배제되어 있다. 가령, 대한민국 무용제·음악제·연극제·미술대전·사진대전 등은 있으나 대한민국 문학제는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여러 형태의 예술제나 문화행사에서도 문학 부문은 대체로 생략되거나 설령 포함된다 하더라도 잔칫상의 양념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문학이 이처럼 인식된 것은 물론, 문인들 자신이 축제에 대해 갖는 냉소적 태도와 축제 주관자들의 문학에 대한 무관심에서 오는 것도 적지는 않겠지만, 그보다는 문학이 갖는 예술적 속성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흔히 문화의 꽃은 예술이고 예술의 꽃은 문학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모든 예술은 문학이 중심이라는 말이다. 문학이 소리를 만나면 음악이 되고, 색채를 입으면 미술이 되고, 행위로 표현되면 무용이나 연극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축제의 부분이 아니라 중심에 자리해야 한다는 말이 성립되겠다.

그렇다면 문학이 독립된 장르로서 오늘 우리 시대 다양성을 추구하는 축제의 판에 어떻게 자리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마케도니아에 있는 작은 도시 스투루가에서는 매년 '시의 축제'를 열고 있다. 60여 년을 바라보는 오랜 역사를 지닌다. 국제 시인대회로 꾸며지는 전야제, 세미나, 시집 전시, 문학박물관 기획전, 도서관 특별전, 작가와 독자의 대화, 컨퍼런스, 시화전, 문학상 시상식 등이 4일간 이어진다. 생방송으로 나라 전체에 축제의 전 과정을 세세하게 읽어준다.

초대받아 참가한 각국의 시인들은 자신 모국어로 시를 낭독한다. 그러면 통역자가 마케도니아어로 다시 낭독을 한다. 그 중간중간에 음악과 무용이 곁들였음은 물론이다. 이 열기를 몰아 거리에서는 민속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는 축제판으로 옮겨붙는다. 그 사이 이 나라의 대통령과 각료들이 행사에 누가 되지 않도록 들어와 격의 없이 어울리고 소리 없이 퇴장한다는 사실이다.

문학인들, 적어도 문학 애호가들 입장에선 부러운 일이다. 우리 역시 진정하게 문학을 사랑하고 또 이를 저변으로 확대해 향유의 폭을 넓혀가기를 원한다면 이와 같이 대규모의 문학 축제를 개최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장소를 획일적인 도시 공간으로 한정시킬 필요는 없다. 단옷날 향그러운 봄밤에 동학사 대웅전에서도, 여름날 공산성 아래 금강 변에서도, 단풍이 한껏 물든 신성리 갈대밭에서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날 전 국민이 사랑하는 풀꽃 시인이 가슴을 울려 내는 시 낭송을 하고, 도시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필력의 시인을 선정, 계관시인의 작위를 줄 수 있다면, 상업방송과 오락프로에 전념하는 TV 방송국 하나가 이 모습을 방송할 수 있다면, 지역 곳곳 행정을 살피느라 바쁜 일정 속 자치단체장들이겠지만 이날만은 문인들과 어울려 애송시 한 편을 자랑스럽게 낭송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며칠 전, 창립 50년을 맞은 천안문인협회가 문학축제를 열었다는 소식이다. 이렇듯 가을 축제가 펼쳐지는 지역 지역마다 문학이 여러 장르의 예술과 협업을 하며 다양한 콘텐츠로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이정우 천안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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