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고 이상한 놈 왔다…범인잡기 심화편 '베테랑2' [시네마 프리뷰]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천만 영화 '베테랑'(2015)의 매력은 지독히 현실적인 배경 위에 판타지에 가까운 액션을 펼쳐놓는 데 있었다. '재벌 2세'로 대표되는 부유층의 갑질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던 때, 관객들은 돈과 권력을 믿고 살인도 서슴지 않는 안하무인 '갑질 재벌'을 검거하는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에 열광했다.
9년 만에 돌아온 '베테랑2'(감독 류승완)는 그 사이 '한국형 범죄 액션물'의 대명사가 돼버린 전작과의 차별화를 적극적으로 꾀한 작품이었다. 이는 이야기의 전개 방식이나 범인의 캐릭터 등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베테랑'의 타격감 넘치는 액션과 유쾌한 톤앤매너가 그대로 이어지며 관객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영화는 오늘도 실패할 뻔한 잠입수사를 성공시키는 서도철(황정민 분)과 강력범죄수사대 형사들의 모습을 그리며 시작한다. 엉뚱한 봉형사(장윤주 분)와 유쾌한 왕동현(오대환 분), 소심하지만 언제나 서도철의 편이 돼주는 오팀장(오달수 분)까지. 팀원들은 여전히 범죄자들을 잡기 위해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어느 교수가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의 죽음이 이전에 발생한 여러 사건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윤 교수는 어린 여자 대학원생에게 성폭력을 저질러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인물. 다른 사건들의 피해자들도 과거에 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가해자였음이 밝혀지고, 기자 출신 유명 유튜버 정의부장(신승환 분)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범인이 '해치'라는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언젠부터인가 정의의 사도처럼 여겨지기 시작한 해치. 해치의 다음 타깃으로 지목된 이는 전석우(정만식 분)다. 전석우는 임산부를 죽였지만, 증거불충분으로 충분한 죗값을 받지 않고 출소했고 서도철과 강력범죄수사대 형사들은 타깃이 된 전석우의 신변 보호를 맡게 된다. 인원이 부족한 상황 탓에 서도철은 우연히 시위 현장에서 만난 순경 박선우(정해인 분)를 막내 형사로 데려온다. 박선우는 탁월한 무술 실력으로 온라인상에서는 'UFC 경찰'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유명한 경찰이다. "선배님이 조태오를 잡으시는 걸 보고 경찰이 됐다"고 말하는 그는 서도철에게 특별한 존경심을 드러내고, 서도철 역시 탁월한 무술 실력자 박선우를 신뢰한다.
서도철의 삶은 9년 전보다 더욱 고단해진 듯하다. 전석우의 신변을 보호하는 동시에 유력한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해치를 검거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한다. 그 사이 사이버 '렉카'들의 가짜 뉴스로 인해 피해를 본 이주민 여성을 돕는 아내 주연(진경 분)의 부탁도 들어줘야 하고, 학교 폭력 사건에 휩쓸린 아들 우진(변홍준 분)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베테랑2'는 형사이자 가장이며 동료인 서도철의 피로감을 전작보다 더욱 피부로 와닿게 표현했다. 관객들은 이를 보며 진한 페이소스를 느끼게 된다. 피투성이로 퇴근해 아내, 아들과 마주앉아 짜디 짠 라면을 먹으며 위로받는 서도철의 모습은, 어쩌면 류 감독이 이 영화에서 가장 궁극적으로 그려내고 싶었던 풍경인지 모른다.
전작처럼 '베테랑2'도 2024년의 사회적 문제들을 짚어냈다. '구독, 좋아요'를 외치며 화제성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극성 유튜버와 양심 없이 가짜 뉴스를 생성해 내는 사이버 렉카,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학폭 문제 등이 다뤄진다. 대중의 인기를 등에 업고 있는, 선악을 구별하기 어려운 실체 불명의 악당과의 싸움 역시 동시대적이고 시의적절하다. 진의를 알 수 없는 악당과의 싸움을 통해 류 감독은 옳고 그름이 불분명한 시대, '정의로움'이란 무엇을 근거로 판단해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액션에서는 단연코 압도적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액션 연출'의 대가다운 타격감 넘치는 액션신들이 이어진다. 타격감의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표현해도 아깝지 않다. 특히 황정민, 정해인, 안보현 등이 함께 한 우중 액션신을 그중에서도 백미로 꼽을 수 있다. 영화는 어쩐지 고전적인 형사물의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는데 인물을 극단적으로 배치하는 독특한 촬영 기법과 장기하 음악 감독이 완성한 바로크적 멜로디의 OST가 만들어낸 시너지 덕이다. 러닝 타임 118분. 오는 13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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