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오늘 은행장 만난다…손태승 사태 이후 우리은행장과 첫 대면
김병환 '제동' 직후 간담회…이복현 메시지 수위 주목
(서울=뉴스1) 김현 박동해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은행장들을 만난다. 이번 은행장 간담회는 지난 6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통해 정부의 가계대출 관련 입장을 정리한 직후 열리는 간담회인 만큼 이 원장이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와 별도로 김 위원장은 당초 11일로 예정돼 있던 금융지주 회장들과 회동을 연기했다. 국회 대정부질문 준비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일각에선 이 원장 간담회 직후 또다시 메시지를 내는 데 대한 고려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이복현 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8개 국내 은행장 및 은행연합회장과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 원장이 5분간 모두발언을 한 이후 비공개로 55분간 주요 현안 및 의견 청취가 예정돼 있다.
간담회에선 특히 가계부채 관리 방안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이날 간담회에선 이 원장이 제각각인 은행들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과 관련해 직접적인 개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이 원장은 지난 4일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 간담회'에서 추석 전 은행장들과 간담회 계획을 전하면서 "은행마다 상품 운용이 들쭉날쭉한데 은행이 자체적으로 합리적인 선에서 기준을 맞춰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원장은 "이제는 (금융당국이) 개입해야 할 때"라고 직접 관여 의지도 표명했다.
그는 또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추세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실수요자들에게 부담을 주면 안 된다"라고 밝혀 실수요자 대출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 6일 경제·금융 분야 수장들 협의체인 이른바 'F4' 회의 직후 가계부채 관리와 관련해 은행권의 '자율적 관리' 방식을 통해서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직접 개입' 의지를 밝혔던 이 원장과는 뚜렷한 온도차를 보였다.
이를 두고 이 원장의 '오락가락' 메시지로 인해 시장에 혼란이 발생하자 금융당국의 수장인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은행권 자율 관리'라는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 원장의 행보에 '제동'을 건 셈이다.
그런 만큼 이 원장도 이번 간담회에선 이전보단 절제되고 톤이 낮은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간담회와 관련해 "은행권 자율적으로 가계대출 관리를 하는 쪽에 방점을 둔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실수요자 관련 가이드라인 제시 여부와 관련해선 "당국에서 실수요자를 정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비판을 받아도 해야 할 일은 하겠다'는 소신을 보여 온 이 원장이 예상을 깨고 선명한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여전하다.
실제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의 제동에도 자신의 메시지를 내겠다는 의지가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는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최근 우리금융그룹에 칼을 겨누고 있는 이 원장이 또 한 번 관련 메시지를 언급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부당대출 사태 이후 이 원장과 조 은행장이 공개석상에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원장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에 대한 임종룡 회장 및 조 은행장 등 현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을 촉발한 장본인이다.
이런 가운데 김병환 위원장은 오는 11일 예정됐던 금융지주사 회장들과의 간담회를 연기했다. 지난 7월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8월 하순 은행권을 시작으로 금융권별 릴레이 간담회를 이어온 김 위원장은 통상 금융지주 회장부터 만나는 관례를 깨고 지주회장단 회동을 가장 마지막으로 잡았다. 이마저도 김 위원장의 국회 대정부질문 참석 일정으로 인해 추석 이후로 미뤄졌다. 이에 따라 전 금융위원장 출신이자 행시 기수로 김 위원장보다 10기 이상 차이가 나는 '대선배'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의 공식 회동도 또 미뤄지게 됐다. '검찰' 출신인 이복현 원장이 정조준해온 '모피아' 임종룡 회장과 김병환 위원장이 나란히 서는 '투샷'은 아직까지 연출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번 일정 연기가 임종룡 회장에 대한 거취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전혀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이 원장이 이날 간담회를 가진 직후 김 위원장이 곧바로 금융지주사 회장들과 만나 메시지를 내는 게 금융사들에 대한 압박으로 비칠 수 있는 데다 자칫 메시지가 엇갈릴 경우 시장에 또다시 혼선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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