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폭탄주'는 옛말…요즘은 '소버 큐리어스'가 대세
음주 경계하고 멀리하는 경향 뜻하는 신조어
틱톡서도 MZ세대들의 '금주' '절주' 영상 유행
주류 기업은 무-저알코올 제품 잇따라 출시
[서울=뉴시스] 허나우 리포터 = 더이상 술을 권하지 않는 '소버 큐리어스' 문화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술에 취하지 않은'이라는 뜻의 소버(Sober)와 '궁금한'이라는 큐리어스(Curious)를 합한 소버 큐리어스는 술에 취하지 않은 멀쩡한 상태에 대한 호기심을 의미한다.
술을 최대한 자제하거나 혹은 취하지 않을 정도로만 마시는 이 문화는 '술을 꼭 마셔야 하나?'라는 의문에서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 팬데믹 이전부터 소버 큐리어스가 확산돼 현재 젊은층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국내의 경우 최근 건강과 운동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일면서 소버 큐리어스 문화가 유입됐다는 시각이 있다.
최근 국내 MZ세대 사이에서 '바디프로필' '러닝(running)'등 다양한 운동 문화가 확산함에 따라 소버 큐리어스도 주목을 받았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음주 문화에 대한 거부감과 삶 자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관심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크게 확산했을 때 음주 문화와 자연스레 멀어졌던 것도 영향을 줬다는 의견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당 평균 주류 소비량이 2015년 9.1L에서 코로나 사태를 거친 이후 2021년 7.7L까지 줄었다.
이러한 트렌드는 틱톡과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서도 쉽게 관찰된다.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를 검색하면 '금주 N일차 후기' '한 달 금주 영상' 등 금주, 절주에 관한 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소버 큐리어스 콘텐츠를 올리는 팔로워 2만 명의 틱톡 크리에이터 '다니엘'은 자신이 술을 끊으며 얻게 된 변화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는 "나는 술을 포기하는 것 보다 죽는 것이 낫다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5년 정도 술을 줄여왔다"며 "술을 줄이면서 얻은 것들이 많아 공유하고자 한다"라고 말하는 등 많은 사람들의 음주 습관 개선을 위해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소버 큐리어스를 두고 "알코올이 몸과 마음에 끼치는 영향을 충분히 인지하고 술에 대해 심사숙고하며 소비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술을 얼마큼 마셨는지 엄격하게 측정하기보다는 자신이 취할 이유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으며 조절하는 행위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즉, 소버 큐리어스는 음주를 단순히 부정적으로 단정 짓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판단에 맡긴다고 보는게 적절하다.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술을 마시는 대신 취하지 않을 정도로만 마시는 절주 문화가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를 빠르게 파악한 주류업계는 '무알코올 맥주' '저도수 소주' 등을 출시하면서 주류 소비를 촉진하고 있다.
저당, 저알코올, 저칼로리 3저(低) 주류는 MZ세대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있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무·비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415억 원에서 지난해 644억 원으로 55.2% 성장했다. 올해는 704억 원, 3년 뒤인 2027년에는 946억 원으로 1000억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주 시장 역시 비슷한 추세다. 지난 2월 하이트진로 '참이슬 후레쉬'는 도수를 16.5도에서 16도로 낮췄으며 2022년 출시된 롯데칠성음료의 소주 '새로'는 출시일부터 16도로 등장했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MZ세대 등 소비자들이 건강을 위해 독한 술을 피하고 있다"며 "예전처럼 만취하기보다 적당한 도수의 술을 천천히 음미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소버 큐리어스는 지금까지의 음주 문화에 지쳐버린 MZ세대의 새로운 돌파구란 시각이 있다.
회사 상사의 억압적인 술 강요, 혹은 2차, 3차까지 이어지는 폭탄주 문화에 지칠 대로 지친 이들에게 '소버 큐리어스'가 큰 인기를 얻을 수 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의 건강을 즐겁게 챙기는 '헬시 플레저' 트랜드까지 더해지며 앞으로는 만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는 문화는 점점 바뀌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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