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나의 배터리ON] 이동채 에코프로 전 회장, 첫 행보로 중국 손잡은 이유는

박한나 2024. 9. 10.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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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 CI. 에코프로 제공.

[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은 현재의 전기차 캐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제시했나요? GEM과의 얼라이언스가 에코프로에 어떤 경쟁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하나요?"

이 전 에코프로 회장이 사면 후 첫 행보로 중국업체인 GEM과 손잡고 양극소재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사업을 인도네시아에서 추진했습니다. 에코프로 최대주주인 이 전 에코프로 회장은 허개화 GEM 회장을 에코프로 오창 본사로 직접 초정했습니다.

이 전 회장과 허 회장은 무려 10년간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전 회장은 캐즘의 심각성을 깊이 느끼고 있으며, 허 회장은 보호무역주의 강화의 흐름 속에서 위기의식을 함께 공유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첫 인연은 지난 2015년입니다. 에코프로와 GEM은 지난 10년 동안 2인3각의 협력관계를 구축해왔는데 2015년 NCA 전구체 기술을 GEM에 전수한 것이 시작이었씁니다. 이후 2017년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설립 시 지분투자와 에코프로씨앤지와의 리사이클 기술협력 등을 통해 적극 협력해왔습니다.

이 전 회장은 "파괴적 혁신 없이 현재의 캐즘을 돌파할 수 없습니다. 지난 10년 GEM과 맺어온 돈독한 신뢰를 기반으로 제련, 전구체, 양극소재를 아우르는 통합시스템을 구축할 사업을 인도네시아에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허 GEM 회장 역시 "이 전 회장, 에코프로와 10년 동안 협력을 바탕으로 현재의 배터리 소재 사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한 몸이 되기로 했습니다. 하이니켈 분야의 세계적 강자인 에코프로와 협력을 공고히 하고 기술혁신을 통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입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전 회장은 지금 같은 캐즘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에코프로도 3, 4년 뒤 존망을 걱정해야 할 위기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이 전 회장이 꺼낸 카드는 GEM과 통합 얼라이언스 구축입니다.

양극재는 크게 광산과 제련, 전구체, 양극소재 등 4개 산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산업군간 벽을 헐어 하나의 산업으로 만들자는 것이 이 전 회장의 구상입니다. 에코프로는 이미 포항에서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을 구축해 가동 중입니다.

문제는 이 시스템에서 광물과 제련 공정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에는 광물과 제련이 없다 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이 전 회장의 고민이었습니다. 광물을 확보해서 제련을 하기에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GEM은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으로 이미 인도네시아에 15만톤의 니켈을 생산할 수 있는 제련소를 운영하면서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맨 밑단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GEM은 인도네시아에 QMB과 그린에코, 메이밍, ESG등 4개의 제련 법인을 운영 중입니다.

에코프로는 이곳에 이미 약 3억달러(150억원)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 위치한 그린에코니켈은 연간 약 2만톤의 니켈을 생산하는 제련소인데, 에코프로는 지난 3월 약 150억원을 투자해 그린에코니켈 지분 9%를 취득한 바 있습니다.

이 전 에코프로 회장과 허 GEM 회장은 GEM이 보유한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공장인 그린에코니켈 사업을 통해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제련업 진출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부합하는 니켈 자원의 확보를 지원하기로 이번에 합의했습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IRA에 따라 비 중국산 전구체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GEM이 보유한 니켈 제련소 지분 확보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입니다. IRA 규정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삼원계 배터리에서 니켈이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약 40% 이상입니다. 니켈을 얼마나 저렴하게 조달하는지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좌우됩니다. GEM과의 얼라이언스 구축은 니켈을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카드입니다. 캐즘에 원가 절감을 마다할 고객사는 없기 때문입니다.

니켈 제련뿐만이 아닙니다. 에코프로는 전구체 사업 역시 영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에코프로 그룹에서 전구체 사업을 담당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도 이번에 함께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GEM은 2001년 설립된 중국 1위의 리사이클 업체로서 연간 30만톤의 전구체 생산 캐파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코프로와 GEM이 공동으로 인도네시아에 양극소재 밸류체인을 구축하기로 한 것은 에코프로의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의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나아가 중국의 LFP(리튬인산철)의 시장 침투로 삼원계로 대표되는 K배터리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비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NCM의 삼원계는 그간 중국이 주도해와 무시해왔던 LFP에 밀리면서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전기차의 모든 배터리는 삼원계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돼 너도 나도 증설경쟁에 나서 과잉 투자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LFP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파이를 확대해 나가고 있어 국내 3사 배터리 내부에서조차 위기의식이 퍼지고 있습니다. LFP가 삼원계에 비해 20%가량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배터리 가격을 낮춰야 하는 완성차기업들 입장에서 삼원계의 '성능' 보다 LFP의 '저렴한 가격'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업에 종사하는 관계자가 '중국 배터리를 무시한다'면 믿고 거르시길 바란다"며 "중국은 이미 경쟁자이고 중국의 현재 LFP를 뛰어 넘기 위해 지금도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고 생존을 위해 반드시 뛰어 넘겠지만 그렇게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전 회장 입장에서는 에코프로와 GEM의 얼라이언스가 GEM의 제련소를 통해 니켈을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는 묘책입니다. 여기에 에코프로 기술 경쟁력이 더해지면서 '시장 파괴'의 혁신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에코프로와 GEM의 얼라이언스가 캐즘에 빠진 K배터리의 부활을 위한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전 회장은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춘 산업 대혁신을 이루게 됩니다"라면서 "삼원계 배터리가 몇 년 내 새로운 형태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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