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주기 단축·예치 의무화"…티메프發 규제에 e커머스 업계 '고심'
무리한 정산 기한 단축·과도한 의무 예치금 비율 '난색'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정부가 제2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e커머스 업체에 대해 대규모유통업법 규제 대상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자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는 갑(甲) 위치인 플랫폼의 반칙 행위에 대해 입점 업체와 소비자 보호 등 e커머스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투명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정산기한의 무리한 단축과 과도한 판매대금 별도 관리 비율을 지적하며 실효성 의문과 시장 위축 등을 우려하고 있다.
10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국민의힘은 9일 국회 본관에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 입법 방향 당정협의회'를 열고 플랫폼 시장 반경쟁 행위 차단과 대규모 유통업자 대상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플랫폼 독과점 및 갑을 분야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규제 칼'을 빼 들었다.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필요한 제도 보완을 통해 경제적 약자인 을(乙) 사업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빅테크 플랫폼(네이버 등)이 아닌 e커머스 규제 측면에서의 핵심은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중개 거래 플랫폼을 대규모 유통업자로 지정해 규제하기로 했다.
규율대상 플랫폼의 규모는 △(1안)연간 중개거래수익 100억 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금액 1000억 원 이상, △(2안)연간 중개거래수익 1000억 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금액 1조 원 이상의 사업자 중에서 추후 의견수렴 등을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정산기한 단축과 판매대금 별도관리 의무화다. 최대 60일에 달하는 e커머스 정산 기한을 단축하고 판매 대금을 별도 관리하도록 하는 의무 규정을 신설하기로 한 것이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상 전통 소매업 정산기한(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40일)보다 단축한 (1안)구매확정일(청약철회기한 만료일)로부터 10일에서 20일 이내, (2안)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30일 이내 중 결정할 계획이다.
즉, e커머스 업체들이 그동안 자율적으로 운영돼 오던 정산기한 관리를 이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중개거래금액 기준인 만큼 대부분의 온라인 플랫폼이 법 적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A 업체 관계자는 "대부분 e커머스 업체가 법 적용 대상이 될 것"이라면서 "정산 주기를 의무화하는 것에 더해 10일, 20일로의 단축은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B 업체 관계자 역시 "천편일률적인 구조와 운영 시스템이 존재하는 가운데 단일 규제로 적용한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투자 확보가 어려워져 불안한 자금 유동성으로 정산 주기를 맞출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업체가 판매대금을 직접 수령하는 경우, 수수료 등을 제외한 판매대금의 △(1안)100% 또는 △(2안)50%를 별도관리(예치, 지급보증 등)하도록 의무화한다는 점도 화두다.
C 업체 관계자는 "오픈마켓은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공정위 가이드에 맞추려면 새로운 계약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특히 "기존 업체들도 에스크로 정산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금융사, PG사, 셀러 간 3자 계약이 아닌 곳들이 대다수라 업계 전반으로 판매대금 예치 의무화를 둘러싼 추가 금융비용 발생과 시스템 도입 등 혼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이달 중 공청회를 진행해 업계 의견을 청취한 후 개정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개정법을 일정 기간 유예 후 시행하고 규율 강도도 경과규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상향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2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옥상옥 규제 등으로 새로운 투자, 스타트업 육성 등 산업 발전 저해 가능성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라면서 "공정위 발표 후 주요 임원진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업체들 역시 새로운 계약 시스템 도입과 예치금 전환 정책 등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실적으로는 많은 난관과 잡음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lil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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