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노동이 아닌 내 삶이오" 롯데 전직 CEO들이 떠올린 '인간 신격호'

이혜원 기자 2024. 9. 10.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롯데재단·'신격호 CEO(리더스) 포럼', 내달 '신격호의 꿈' 평전 펴내기로
전직 롯데 CEO가 바라본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경영철학·리더십 담아
최우수대상 이철우 전 롯데쇼핑 대표의 '나는 일하는 것이 아니야, 내 삶이야'
(사진=롯데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롯데그룹 전 대표(CEO)들의 모임 '신격호 CEO(리더스) 포럼'이 '내가 겪은 신격호 회장' 글짓기를 통해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면면을 기억해낸다.

롯데재단의 후원을 통해 마련된 이번 글짓기 대회는 전직 롯데 CEO가 바라본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격호 명예회장의 경영 리더십을 주제로 한다.

약 50여 편의 글이 접수됐고, 포럼과 재단에서는 이를 '신격호의 꿈, 함께한 발자취 롯데 CEO들의 기록' 평전으로 다음달 발간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 CEO들은 공통적으로 신 명예회장의 현장경영과 책임경영,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이 오늘날 롯데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철우 전 롯데쇼핑 대표이사는 '나는 일하는 것이 아니냐, 내 삶이야' 제하의 글에서 80대 중반이 된 신 명예회장의 일에 대한 열정을 소개했다.

이철우 전 대표는 글에서, 80대 중반이 된 신 명예회장에게 독대가 끝나갈 무렵 건강을 걱정하며 "이제는 좀 쉬엄쉬엄 일하시지요"라고 말을 건넸지만 신 명예회장은 "여보게, 이사장! 나는 일하는 것이 아니야. 이것은 나의 삶이야! 내 삶이란 말이야!"라고 말해 순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회장님에게 일은 단순한 노동이 아닌, 삶 그 자체였다"며 "일을 즐기며 사는 삶, 그것이 바로 회장님의 모습이었다"고 강조했다.

포럼을 이끌고 있는 이동호 전 부산롯데호텔 대표이사 역시 '나의 아버지 같으신 신격호 회장님' 글에서, 신 명예회장의 검소함과 세심함을 조명했다.

이동호 전 대표는 글에서 '볼펜 심' 일화를 전했다.

"당시 나는 볼펜으로 기안과 품의서를 작성 중이었는데, 회장님께서 '볼펜을 다 쓰고 나면 어떻게 하나?'라고 물으셨다. 내가 '다시 총무과에서 사줍니다'라고 답하자, '볼펜 심만 따로 팔지 않나? 절약될 텐데'라고 말씀하셨다. 그 후로 우리는 볼펜 심만 갈아 끼워 사용했고, 이를 통해 아주 작은 것을 아껴야 큰일도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호텔산업을 성장시켜 국가에 보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관광보국'을 액자로 만들어 걸어두었던 신 명예회장은 안전과 화재에 엄격했다.

이동호 전 대표는 "신격호 회장님은 안전과 화재에 대해서는 특히 엄격하셔서 인화물질 관리부터 연기감지기 숫자까지 일일이 확인하셨다"며 "순찰 시에는 '더 단디 돌아봐라(더 철저히 확인하라는 뜻)'라고 당부했고, 보고 내용이 미심쩍을 때면 '거기 가봤나?'라고 물으시며 현장 확인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고 했다.

김창규 전 롯데건설 대표이사는 '우리가 일등인가? 신격호의 혁신 DNA' 제하의 글을 통해, 신 명예회장의 날카로운 지적과 질책에 대해 언급했다.

"내가 롯데케미칼 대덕연구소장으로 재직할 당시, 회장님 보고를 준비하기 위해 회장님께 가장 많은 보고를 한 롯데제과 연구소를 방문해 조언을 구한 일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 그들은 롯데제과 연구소의 보고서를 참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회장님의 질문이 너무나 세부적이고, 때로는 과거의 질문을 기억하고 다시 되풀이하여, 보고서의 두께가 갈수록 두꺼워졌기 때문에 참고를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 전 대표는 신 명예회장이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우유나 물의 브랜드와 그 시장 점유율까지 확인하고, 반드시 일등 제품을 사용하라고 지시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왼쪽)과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 (사진=롯데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롯데재단과 '신격호 CEO(리더스) 포럼'은 지난 6일 롯데호텔서울에서 우수작에 대한 시상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이승훈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이철우 전 롯데쇼핑 대표를 비롯한 전직 롯데 CEO 30여명, 롯데재단 자문위원회와 임직원 30여명, 재단의 협력기관 관계자 등 약 120여명이 참석했다.

심사는 김호운 한국문인협회 회장과 권남희 한국수필가협회 회장이 맡았다.

총 6명의 우수작 대상자들에게 신영자 의장은 직접 상을 수여하며, "바쁘신 와중에도 '내가 겪은 신격호 회장' 평전을 써주신 롯데그룹 전 CEO 여러분께 깊은 영광과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앞으로도 롯데재단이 저희 아버님의 경영철학과 리더십을 이어받아 후대에도 그분의 가르침이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혜선 이사장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사회적 연대나 협력, 타인의 복지를 위할 줄 아는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며 "의장님(어머니)께 많은 조언을 구하고 있는데, 롯데를 함께 일구신 신격호 롯데 CEO 리더스 포럼분들을 비롯한 재단 임직원분들의 노력을 더한다면 외조부의 유지를 잘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수 대상은 이철우 전 롯데쇼핑 대표의 ‘나는 일하는 것이 아니야, 내 삶이야’ ▲샤롯데상은 김창규 전 케이피 케미칼 대표의 ‘우리가 일등인가, 신격호의 혁신 DNA’ ▲푸시킨상은 정기석 전 롯데월드 대표의 ‘민족기업인 롯데’ ▲피천득상은 최영수 전 롯데면세점 대표의 '롯데면세점의 역사창조’ ▲특별상은 이동호 전 롯데호텔부산 대표의 ‘나의 아버지 같으신 신격호 회장님’ ▲김용택 전 롯데 중앙연구소 소장의 ‘자네는 고집이 좀 있지’가 수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arch11@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