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71년생 연금 7400만원·92년생 1.5억 덜 받는다…'자동조정' 뭐길래
연금 지속가능성 높일 수 있지만 실질가치 하락으로 노후소득 보장 약화
(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정부가 최근 발표한 연금 개혁안의 쟁점 중 하나는 바로 '자동조정장치'다.
국민연금 재정 안정을 위해 최근 3년 평균 가입자 수와 기대여명 증감률에 따라 연금 수급액이 자동 조정되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국민연금은 매해 소비자물가 상승률만큼 급여액이 재평가돼 오른다. 기존에 받던 연금이 월 100만 원이고 물가 상승률이 3%라면 이듬해 연금은 3만 원(3%)이 더해져 103만 원이 된다. 하지만 장치가 적용되면 상승 폭이 이보다 적은 2만 원이나 1만 원이 될 수 있다.
기존에 받던 명목 연금액이 깎이지는 않지만,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햇수가 길어질수록 연금액의 실질 가치 하락 폭이 누적돼 점점 커지는 것이다.
◇2036년 가동 시 71년생 연금액 7400만 원↓…84년생·92년생은 20%↓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 필요성 및 적용 방안' 보고서를 토대로 자동 조정 장치 도입 시 평균소득자의 연금이 얼마나 깎이는지 추산했다.
연금행동은 보고서와 동일한 방식으로 국민연금 가입자 감소율 3년 치와 평균수명 증가를 반영한 만큼을 물가 상승률에서 빼는 방식으로 연금액 삭감치를 추정했다. 평균 물가상승률은 2%, 2023~2093년 피보험자 감소율 1.2%, 기대수명 증가율은 0.4%로 봤다.
내년 54세가 되는 1971년생이 기대수명인 85세(2056년) 사망 전까지 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현행 체계에서 생애 4억 3685만 원을 받는다. 정부의 개혁안대로 소득대체율을 42%로 높이되, 자동 조정 장치를 적용하지 않으면 4억 4115만 원을 수령한다.
여기서 정부 시나리오에 따라 자동조정장치를 적용하면 연금액이 최대 17% 가까이 줄어든다.
정부가 제시한 '1안'대로 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을 초과하는 2036년 장치가 도입되면 받는 돈은 3억 6684만 원으로 현행 체계에 비해선 약 7000만 원(-16.0%) 감소한다. 소득대체율만 상향하는 경우에 비해선 약 7400만 원(-16.8%) 연금이 깎인다.
정부의 2안 대로 연기금 수지적자 5년 전인 2049년 장치가 도입되면 1971년생은 4억 2477만 원을 받는다. 각각의 경우와 비교해 1207만 원(-2.8%), 1637만 원(-3.7%)만큼 연금이 줄게 된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3안대로 수지 적자가 발생하는 2054년 장치를 적용하면 1971년생은 생애 4억 3823만 원을 받는다. 이 경우 1971년생은 자동조정장치를 2년만 적용받으므로 삭감 수준은 그리 크지 않다. 소득대체율만 42%로 올리는 경우보다 연금액이 291만 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외 내년 41세인 1984년생이 2049년부터 87세가 되는 2071년까지 연금을 받는다면 생애 5억 9919만 원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득대체율을 42%로 상향하면 6억 1699만 원을 받는다.
다만 2049년 이전에 자동조정장치가 가동되면 이들이 받는 돈은 4억 9330만 원으로 줄어든다. 현행 체계와 비교하면 1억 589만 원(-17.7%), 소득대체율이 42%일 때와 비교하면 1억 2369만 원(-20.0%) 감소한다.
내년 33세인 1992년생이 65세인 2057년부터 88세가 되는 2080년까지 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현행 체계로는 총 7억 5847만 원을 받는다. 여기서 소득대체율만 42%로 상향하면 받을 연금액은 7억 9061만 원이 된다.
1992년생은 2057년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하므로 자동조정장치를 2036년, 2049년, 2054년 중 어느 시점에 적용하더라도 받는 연금은 6억 3815만 원으로 동일하다.
현행 체계보다 연금이 1억 2032만 원(-15.9%) 줄며, 소득대체율을 42%로 상향했을 때와 비교하면 1억 5247만 원(-19.3%) 줄어든다.
다만 실제 가입자 수, 기대여명이나 장치 작동·종결 시점이 어떻게 되는지 등에 따라 연금 가치 하락 폭이 연금행동의 계산보다 줄어들 수 있다.
계산의 토대가 된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 필요성 및 적용 방안' 보고서를 집필한 성혜영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보고서 내용에 대해 "(자동 조정 장치를) 최대로 적용을 받게 됐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비교한 것"이라며 "어떤 시점에 작동시키고, 종결할지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연금 지속가능성 제고해야"…시민사회 "급여 인하 의미" 반발
정부가 자동 조정 장치를 도입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연금 기금 고갈 소진 시점을 늦춰 재정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보험료율이 13%·소득대체율 42%·기금투자수익률 5.5%를 전제로 자동조정장치가 2036년 도입될 경우 기금소진 시점은 2088년으로 현행 대비 32년 늘어난다고 밝혔다. 누적 적자는 2776조 원으로 현행보다 1경 8893조 원 줄어든다.
장치가 2049년 도입될 경우에는 기금 소진은 2079년으로 23년 밀리며 누적 적자는 1경 4647조 원 감소, 2054년 도입될 경우에는 2077년으로 21년 늦춰지며 누적 적자는 1경 3784조 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성 연구위원은 "과거에 연금 개혁을 통해서 보험료율을 상승시켰어야 하는 시점들을 놓치게 되면서 기성세대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가 누적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국민연금제도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혜택을 많이 받았던 앞선 세대의 양보가 조금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연금액 가치 하락에 따라 노후 소득이 감소하는 만큼 야권과 시민·노동 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자동조정장치의 도입은 지금도 낮은 국민연금액을 더 삭감함으로써 심각한 노인빈곤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수십년간 이어질 것"이라며 "지금의 청년 세대도 앞으로 노후 빈곤에 시달리게 할 것"이라고 했다.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논평을 통해 "자동조정장치는 급여 인하를 의미한다"며 "국민연금처럼 미래 급여에 대한 불안이 큰 상황에서는 오히려 부정적 논란만 초래할 개연성이 크다. 당분간 사회적 합의 방식을 통해 재정 안정화를 논의해야 하며,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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