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의 마음PT] 요즘 정신과를 많이 찾는 ‘자기비난’ 환자들
# 요즘 정신과를 찾는 사람 중에는 과도한 ‘자기 비난’ 때문에 오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난 실패자야’, ‘형편없는 놈이야’,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 ‘난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 ‘난 위선자 같아’, ‘내 외모는 너무 한심해’, ‘먹는 것을 참을 수 없어. 그런 내가 너무 미워’ …
자신의 능력, 인격, 인간관계, 외모, 취향 등은 물론 부모・자녀・남편・아내 등 자신의 역할에 대한 회의와 부정적 시각이 자책감, 죄책감, 수치심으로까지 이어져 견디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수치심과 죄책감에 대해 미국의 정신의학자 데이비드 호킨스는 “인간이 가진 최악의 의식상태”라고 규정했다.
인간의 감정을 IQ처럼 수치화한 그는 수치심(에너지 수준 20)과 죄책감(30)이 죽음(0)에 가장 근접한 감정으로 자살이나 사고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렇지 않더라도 오래 지속되면 온갖 심신질환 속에 시달리거나 학대나 폭력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21세기 현대인들의 이런 과도한 ‘자기 비난’ 현상은 선진국 공통인 듯싶다.
미 예일대 종교학과 종신교수 일미스님(김환수)은 “학생들을 상담하면 대부분 자신이 나쁜 사람인 것 같다, 지금 인생을 잘못 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고민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전했다.
# 왜 이렇게 됐을까.
전통 사회처럼 함께 어울려 살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데서 오는 외로움이나 소외감, 스마트폰이나 SNS를 통해 전파되는 온갖 정보로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는 데 따른 질투・열등감・자괴감…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이 다 노출될 수 있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따른 과도한 긴장과 자기 검열이 결국 자기비난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지금 우리가 인류 역사상 유례없이 빠르고, 욕망지향적으로 살아가는 데서 찾을 수 있겠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Yes, we can!’ 구호가 말해주듯 남이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목표를 정해놓고 죽어라 노력하는 데도 현실은 여전히 불만스럽고, 남들보다 뒤진 듯싶고, 허기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 정신과의사들이 주축이 된 대한명상의학회(회장 이강욱 강원대의대교수)는 이같은 ‘자기비난’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1박2일 마음챙김-자기연민(Mindful Self-Compassion:MSC) 프로그램 시간을 가졌다.
미 하버드대와 텍사스대 심리학 교수들이 명상, 뇌과학, 심리치료를 토대로 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우울증 환자들의 약물이나 인지행동치료의 한계를 보완하는 것일 뿐 아니라, 늘 피곤과 자기검열 속에 살아가는 의사나 치료인력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원래 1주 2시간반씩 8주 프로그램을 이틀 만에 돌파하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강의와 실습이 이어졌다. 핵심은 스스로에게 연민(compassion)과, 타인을 향한 자애 (loving-kindness) 마음을 만드는 것.
프로그램을 마치고 각기 체험담을 말하는 자리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40대 여성의 얘기였다.
몇 년전 남편의 행동으로 가족 전체가 위험한 상황에 빠졌던 것을 지금까지 용서할 수 없었는데 이틀간 자기 연민을 통해 자신을 달래고 보니 남편의 행동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도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행동이 나왔을까요…”. 자기 연민 수련이 타인에 대한 연민과 이해-용서로 발전한 것이다.
반면 다른 40대 여성은 스스로에게 계속 자기연민을 보냈지만 자신이 진정 위로받을 존재인지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그만큼 가슴이 닫혀 있다는 것인데 바로 이런 사람들을 위해 이 훈련이 필요하다.
# 자기연민을 통해 스스로 긍정에너지를 만드는 기법은 체계적이고 다양하지만 일상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1. 위로의 손길
▲두 손을 가슴 위에 올려놓기나 ▲두 팔을 교차해서 자신을 부드럽게 안아주기 등 스스로에게 위로와 지지를 보내는 신체적 접촉을 행한다. 마치 어렸을 적 어머니가 포근하게 안아준 느낌이 살아난다.
2. 애정 어린 호흡
마치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구에게 할 수 있듯이, 사랑과 위로의 마음으로 들숨과 날숨을 부드럽고 천천히 반복한다.
3. 자애 문구 낭송
어렸을 적 어머니가 침대 곁에서 속삭여주던 말, 예컨대 “우리 착하고 예쁜 ○○이”, “사랑하는 ○○야”, “너는 좋은 사람이야” 등의 self-talk를 반복해 주는 것이다. 내가 들어 친절함과 희망이 솟는 말이면 좋다.
4. 작은 것에 감사하기
평소 간과해 왔지만 감사하다고 느끼는 작고 소박한 것들 열 가지를 생각해 내거나, 글로 적어보거나 입으로 말하는 것이다. 예컨대 가을 하늘, 청소부 아주머니, 가로수, 어린이 미소, 맛있는 점심… 등등이다.
5. 일상생활서 자기 연민
-신체적: 운동, 마사지, 목욕, 차 마시기
-정신적: 명상, 영화 보기, 영감 주는 독서
-감정적: 시원하게 울기, 웃기, 음악감상, 애완동물 쓰다듬기
-관계적: 친구 만나기, 생일카드 보내기, 함께 놀기
-영적: 기도하기, 숲에서 걷기, 다른 사람 돕기
▶<마음건강 길>에서 더 많은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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