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 경제가 아니라 이민이 문제다

여론독자부 2024. 9. 10.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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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이민은 美선거서 '상위권' 관심사
'反개방' 세력서 극우 동력 얻어
트럼프 져도 우익포퓰리즘 남을것
[서울경제]

“신은 바보, 술주정뱅이와 미합중국에 특별한 섭리를 갖고 있다.” 독일의 원로 정치인 오토 폰 비스마르크가 남긴 것으로 알려진 이 말은 계속해서 ‘긍정적인 놀라움’을 안겨주는 미국의 능력에 관한 보편적 인식을 담고 있다. 그러나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신의 섭리라는 행운을 누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가장 최근에 나온 ‘특별한 섭리’의 증거는 미국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내고 있는 점이다. 미국은 경기 침체를 촉발하지 않으면서도 단시간 내에 인플레이션을 큰 폭으로 떨어뜨렸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을 역임한 앨런 블라인더는 엄격하게 정의하면 미국은 과거 60년 동안 딱 한 번 부인할 수 없는 연착륙을 달성했다고 지적한다. 이번이 60년래 두 번째 연착륙이라는 이야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최근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사실상의 승리를 선언했다. 어려운 시기에 적절한 정책의 균형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파월 의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지금 미국 경제는 낮은 인플레이션과 낮은 실업률, 제조업 붐, 인공지능(AI)과 유전자 편집과 같은 미래 기술 분야의 지배력을 갖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치솟았던 불평등도 최근 들어 완화됐다.

그러나 일부의 예상과 달리 이런 요인들은 집권당인 민주당에 큰 이점을 제공하지 않는다. 양당 후보 가운데 누가 경제 문제를 더욱 잘 처리할 것인지 묻는 여론조사의 붙박이 질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계속 앞지르고 있다. 해리스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절망적인 대선 전망을 개선했지만 전국적으로, 또한 접전 주에서 그녀의 지지율은 2016년과 2020년의 현재와 동일한 시점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바이든이 기록했던 지지율 아래에 머물고 있다. 당시 그들의 맞수는 트럼프였다.

얼마 전 필자가 지적했듯 2024 대선의 최대 쟁점은 경제가 아니다. 서방세계의 정치적 분위기를 일깨워주는 가장 최근의 사례는 독일에서 나왔다. 오랫동안 세계 각지에서 기세를 떨쳤던 극우 포퓰리즘이 유독 독일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익 군소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정치판의 주변부에 머물렀다. 그러나 AfD는 이제 더 이상 군소 정당이 아니다. 최근 치러진 독일 주 선거에서 최대 승자는 AfD였다. 극우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나치 시대 이후 처음이다. 이제 AfD는 중도우파인 기독민주연합(CDU)에 이어 독일에서 두 번째로 인기 있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른 많은 우익 포퓰리스트 정당과 마찬가지로 AfD의 부상은 이민 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는 선거가 치러지는 곳에서 늘 나오는 이야기다. 이민 문제에 눈길을 주지 않는 주류 정당은 포퓰리스트 우파로부터 포위 공격을 당할 위험에 빠진다. 최근 치러진 네덜란드 선거에서 헤이르트 빌더리스 또한 그 누구도 연합을 꺼리는 극단적 선동가에서 정계 지도자이자 킹메이커로 변신했다.

이민이 늘 선거전의 핵심 이슈인 것은 아니다. 폴란드에서는 도날트 투스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이 지난해 선거에서 민주주의의 미래와 폴란드의 나토 가입이라는 인기 만점의 공약을 앞세워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여전히 이민이 주요 관심사로 남아 있다. 올해 월스트리트저널 여론조사에서 이민 문제는 전국적으로나 경합주에서 유권자들이 표출한 우려 사항 중 상위권에 근접했거나 최상위권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리스는 대부분 공화당 의원들이 작성한 강력한 국경보호법안이 트럼프의 지시로 좌초됐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이민 문제에 대한 그의 우세를 다소 둔화시켰다. 그러나 그 정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많은 평론가들은 ‘트럼프 현상’이 그의 유명세와 사이비 종교 집단의 광신자와 흡사한 그의 지지자들로부터 연료를 제공받는 요행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익 포퓰리즘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익 포퓰리즘은 과거 수십 년 동안 지속된 경제적·정치적·문화적 개방성과 이를 지지한 도시 엘리트층에 대한 반발에서 동력을 얻는다.

유럽 너머를 바라보라. 튀르키예와 인도 같은 나라의 지도자들은 진보적이고 코스모폴리탄적인 엘리트층의 적대 세력과 결탁했다. 미국의 공화당을 보라. 조지 W 부시, 밋 롬니, 리즈 체니, 폴 D 라이언은 물론 심지어 미치 매코널 등 한때 공화당을 정의했던 인물들에게 공화당은 더 이상 ‘즐거운 나의 집’이 아니다.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가 이길 수 있다. 그러나 설사 그가 패한다 해도 우익 포퓰리즘은 이곳에 그대로 남을 것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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