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교육-안전… 일상서 체감하는 ‘생활형 정책’ 펼 것”

김재성 기자 2024. 9. 1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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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이를 키울 때는 '롤모델'이 없었어요. 자신의 꿈을 접고 아이를 돌봐야 했던 우리 사회의 여러 엄마들 중 하나였던 거죠. 지금도 그런 엄마들이 많은데요. 그들이 저를 보고 '여자도, 엄마도 저런 일을 훌륭하게 해낼 수 있구나'라고 느끼고, 무언가에 도전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부동산, 교육·돌봄, 안전 분야의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에 살고 싶은 청년들이 결혼을 해서 살 주택이 마련되어야 한다. 교육과 보육에 대한 엄마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정책도 필요하다.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학생을 돌봐주는 '늘봄학교'가 2026년까지는 초등 전 학년으로 확대되는데, 기대하고 있다.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 정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면 결국 우리 사회의 가장 긴급한 문제 중 하나인 '출산' 문제의 돌파구도 엿볼 수 있어 '아기 낳고 싶은, 행복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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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정 서울시의회 ‘사상 첫 여성 의장’ 인터뷰
시민들의 제보-민원 1년새 3배로… 현장대응팀 대폭 늘려 소통할 것
시정 감시 위해 보좌관 확충 절실… 사무처 조직권도 의회에 줘야
“첫 여성 타이틀 귀하게 여길 것”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첫 여성 의장이라는 타이틀을 귀하게 여기겠다”며 “시의회의 역할을 확대하려면 의원들을 보좌할 수 있는 인력을 늘려야 하고, 의회가 사무처 조직권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제공

“제가 아이를 키울 때는 ‘롤모델’이 없었어요. 자신의 꿈을 접고 아이를 돌봐야 했던 우리 사회의 여러 엄마들 중 하나였던 거죠. 지금도 그런 엄마들이 많은데요. 그들이 저를 보고 ‘여자도, 엄마도 저런 일을 훌륭하게 해낼 수 있구나’라고 느끼고, 무언가에 도전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1956년 서울시의회 개원 이후 ‘첫 여성 의장’으로 지난 7월 취임한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최초의 여성 의장이라는 타이틀을 귀하게 여기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2010년 서울시의원에 당선돼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는 두 자녀를 기르는 전업주부였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책을 위한 조례를 만들고, 서울시의 예산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막중한 역할의 시의회를 ‘엄마 정치인’이 이끌게 된 것. 서울시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생활형 정치’를 펼치겠다는 그를 최근 의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시민들이 의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적극 지지하기 위해선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라는 표현이 있다. 시민들이 서울시의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잘하고 있구나”라는 말을 하실 걸로 본다. 111명의 시의원들이 서울시정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의 도로에서 땅 꺼짐 현상이 발생했을 때도 곧바로 여러 명의 의원들이 실태를 파악했고, 조만간 조례를 발의하거나 정책을 제안하는 활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처럼 의회는 시민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기민하게 반응하지만 보다 큰 역할을 위해 변화도 필요하다. 특히 의원들을 보좌할 수 있는 인력이 확충되어야 한다. 현재 1명의 정책지원관이 시의원 2명을 보좌하는데, 국회의원이 1명당 최대 9명의 보좌진을 두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시의원 1명당 최소 1명의 보좌관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임기제 공무원이 아닌 별정직 공무원을 정책지원관으로 두는 변화도 꼭 필요하다.”

-시의회의 역할 확대를 위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은?

“현재 서울시의회사무처 조직은 ‘기형적’이다. 사무처장 아래에 국장급 2, 3급 공무원이 없고, 4급 과장급 공무원이 바로 있는 구조다. 19명에 달하는 과장급 공무원들을 사무처장이 통솔하기엔 애로사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무처 직원 인사권은 의회가 갖고 있지만 조직권은 서울시에 있다. 지방자치가 발전하려면 국회에 국회법이 있듯 지방의회의 권한과 역할이 보장되는 지방의회법이 필요하다. 조직권과 예산권, 인사권을 모두 갖춘 의회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시민들이 활짝 웃는 서울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부동산, 교육·돌봄, 안전 분야의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에 살고 싶은 청년들이 결혼을 해서 살 주택이 마련되어야 한다. 교육과 보육에 대한 엄마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정책도 필요하다.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학생을 돌봐주는 ‘늘봄학교’가 2026년까지는 초등 전 학년으로 확대되는데, 기대하고 있다.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 정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면 결국 우리 사회의 가장 긴급한 문제 중 하나인 ‘출산’ 문제의 돌파구도 엿볼 수 있어 ‘아기 낳고 싶은, 행복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의 민원에 적극 대응하는 현장민원담당관 설치를 검토 중인데, 그 배경은?

“시의회로 굉장히 많은 민원이 들어온다. 2022년에는 1년간 1387건의 민원이 들어왔는데, 지난해에는 3923건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접수된 민원 중 1502건은 시의회가 직접 처리했지만 나머지는 좀 더 세심한 처리가 필요해 서울시, 자치구 등으로 이송했다.

시의회에 문제해결을 원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늘고 있다는 건 의회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에 기존 현장민원팀을 ‘과’ 단위로 승격해 시민들의 기대에 적극 부응하려고 한다. 현장민원담당관이 시민들의 목소리를 잘 듣고 시의원들에게 전달하는 가교가 된다면 그 과정에서 시민의 삶을 바꾸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앞으로 2년간 의장직을 수행하며 이루고 싶은 것은?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국회에 ‘할 말은 하는 시의회’를 만들고 싶다. 국가가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한 위임 사무에 대해서는 국회의 자료 요청이나 감사에 응할 수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사무에 대해선 자료 요청 등에 응할 법적 근거가 없다. 자치입법의 법적 지위 향상을 위해서 당당한 시의회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의회 내에 자체 감사를 할 수 있는 기구도 만들어 시의회 사무처 직원들이 행복하고,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뛰겠다.”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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