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탈원전 하면 복원도 쉽지 않다
인력 부족에 건설비 4배 뛰어
지난 2일(현지 시각) 프랑스에서는 25년 만에 새 원자로인 ‘플라망빌 3호기’가 가동을 시작했다. 이 원전이 가동되기까진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초 2007년 건설을 시작해 2012년 완공될 예정이었는데, 기술 문제와 인력 부족으로 12년이나 지연됐다. 건설 비용 역시 계획보다 4배로 뛴 132억유로(약 19조5000억원)가 들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프랑스는 최소 6개의 원자로 건설 계획도 새로 발표했지만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며 “엔지니어를 새로 교육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탈원전이나 탄소 중립 추진은 국가 에너지 정책 전반을 180도 바꿔야 해 기존의 주력 에너지 산업들이 모두 쇠락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급속하게 추진할 경우, 기존 생태계가 다 망가져 복원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 미국과 함께 ‘원전 최강국’이던 프랑스의 새 원전 건설이 12년이나 지연된 것은 이를 방증하는 사례다. 안정적 전력 수급과 탄소 중립을 한꺼번에 하려면 값싸고 무탄소 에너지인 원자력 발전이 필수적이지만, 유럽에선 ‘탈탈원전’과 ‘탄소 중립’ 모두 난관에 봉착하며 슬그머니 ‘탄소 중립’에서 후퇴하는 움직임도 나타나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인력 수급이다.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는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용접공, 전기 기술자 등 원전 산업에 10만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 유럽의 컨설팅기업 ‘에이프리(AFRY)’도 “에너지 부문 전체에서 ‘인재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가동 중인 원전 3기를 모두 폐쇄한 독일의 경우에도 “원전을 유지하자는 여론이 있었지만, 사람이 없어 더 가동하고 싶어도 못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 외에도 오랜 탈원전 기조로 인한 주민 반대, 기술력 하락, 안전성과 관련한 규제 등도 원전 재개의 어려움이다.
원전 건설은 곳곳에서 지연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20년 사이에 시작되는 원자력 프로젝트는 평균 3년 정도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조지아주 ‘보글 원전’의 경우 건설 비용이 기존 목표보다 2배 이상 오르는 등 건설 지연으로 비용도 치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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