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딸’ vs ‘김건희 특검’… 與野, 추석 이슈 선점 경쟁

명절 앞 나흘간 대정부 질문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 장련성 기자

9일 열린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一家) 비위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김건희 대통령” “문재인 캥거루 게이트”라는 말도 나왔다. 여야 의원 상당수는 상대 당 의원들이 질의할 때 본회의장 자리를 비웠다. 정치권에선 “여야가 추석 밥상에 상대방 관련 네거티브 이슈를 올리는 데만 관심이 가 있다”는 말이 나왔다.

첫 질문자로 나선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가 누구냐”라면서 “‘김건희 대통령, 윤석열 영부남(令夫男)’ 소리가 들려오는데 못 듣고 있느냐”고 했다. 한 총리는 “완전한 가짜 뉴스고 선동”이라고 했다. 박 의원이 “왜 김 여사 앞에 서면 다들 작아지나. 대통령이 여사만 싸고돌고 있기 때문 아니냐”고 하자 한 총리는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검찰이 명품백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것과 관련해 “검사가 휴대전화 반납하고 가서 조사했다는 얘기를 들으며 자존심이 상했느냐”고 박성재 법무장관에게 물었다. 박 장관은 “언급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박 장관은 김 여사의 총선 개입 논란에 대해선 “구체적 사실관계가 밝혀지고 거기에 따라 수사가 필요하면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두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박지원 의원은 한 총리에게 “대통령 눈치 보다 골든타임을 놓쳤다. 누가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가느냐”고 물었다. 한 총리는 “어려운 결정을 안 했던 과거의 정부들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누구에게 있느냐”고 거듭 따졌고, 한 총리는 “최고의 의료 시스템을 만들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 손가락질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무마하기 위해 선동을 남발하고 있다고 했다. 권성동 의원은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무려 18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며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지연시키고 검사를 겁박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한 총리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야만 적용할 수 있는 탄핵이 거론되는 건 과거에 집권했던 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권 의원은 검찰의 수사와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 딸 다혜씨가 자신을 ‘돌에 맞은 개구리’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억울한 개구리가 아니라 몰염치한 캥거루(부모에게 의존하는 자식을 의미)”라며 “문 전 대통령의 캥거루 게이트”라고 했다. 박성재 장관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일가 수사가 정치 보복이냐는 물음에 “검찰이 특정인, 특정 정당에 정치 보복을 행하는 기관은 아니다”라고 했다.

야당이 연일 제기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계엄 준비’ 의혹에 대해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계엄 준비 의혹은) 좌파 성향 유튜브로 퍼져 민주당이 그대로 받아서 유포시켰다. 아직까지 아무 물증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했다. 한 총리는 “전쟁 상태에 있지 않다면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 법안심사 1소위에서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인사·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하는 내용의 특검법을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실은 “제1당이 국민 삶은 내팽개치고 오로지 대통령과 영부인 흠집 내기에 몰두하고 있다”며 “국민도 이제 지쳤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