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비스업 지탱하는 ‘팁 문화’

라스베이거스/오로라 특파원 2024. 9. 1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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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 근로자 수입의 60% 이를 정도
최저임금 채우는 보전수단 활용
라스베이거스 호텔 '미라지'의 서비스 종사자들의 모습./미국 요식업 노조

‘팁 문화’는 미국 서비스업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이다. 현재 미국에서 팁을 받는 근로자의 수입 중 팁의 비율이 통상 60% 안팎에 이를 정도다. 그러나 좋은 서비스에 대한 감사함으로 돈을 얹어 주는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소비자가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비용의 일부로 고착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뜨거운 감자’다.

미국은 남북전쟁 이전까진 팁을 주는 관행이 없었다. 하지만 1800년대 중반 유럽을 방문한 미국 부유층이 귀족들이 일 잘하는 하인들에게 성과급을 주는 문화를 들여왔다. 이는 곧 노예 제도에서 해방된 흑인을 저렴하게 고용하는 방법으로 변질됐다. 기본 임금을 적게 주는 대신, 고객에게 팁을 받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관습은 이후 미국 금주법 시절 뇌물을 주듯 팁을 주고 술을 구하는 수법이 흔해지며 서비스업 전반으로 확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팁을 받는다는 이유로 근로자들이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미국의 대다수 식당에서는 종업원 각자가 받는 팁을 고용주가 지급하는 법정 최저임금 한도를 채우는 보전 수단으로 활용한다. 이를 ‘팁 크레디트’라고 한다. 가령 텍사스·플로리다 등 일부 주에서는 시간당 30달러(약 4만원) 이상의 팁을 받는 근로자들에겐 고용주가 연방 최저임금인 시간당 7.25달러 대신 2.13달러만을 지급해도 된다. 팁과 합쳤을 때 근로자의 시급이 최저임금 이상이어야 한다는 최소한의 제한 사항이 있지만, 결과적으론 근로자의 소득 안정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현행 팁 제도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대부분 식당에서 팁을 줄 때 종업원이 지켜보는 앞에서 태블릿을 통해 금액을 선택하도록 바뀌면서 손님에게 압박감을 준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일정 금액 이상의 팁을 지불하지 않으면 종업원이 노골적으로 소비자를 무시하거나 조롱하는 ‘팁 셰이밍(tip shaming)’도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논란이 끊이지 않는 현행 팁 제도에 대해 근본적 변화를 주려는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 2015년 뉴욕시 일부 레스토랑에선 팁 선택지 대신 서비스비를 포함한 ‘고정 요금제’를 도입하려 했지만 높아 보이는 가격표에 적응하지 못한 고객들의 외면과 팁의 존치를 원하는 종업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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