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승리 여당 난장판 만들고 무혐의로 끝난 소동
검찰이 ‘성 접대’ 의혹을 제기한 사람을 고소했다가 무고 혐의로 고발당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성 접대’ 의혹 자체에 대해서도 입증할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2년 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성 접대’ 의혹과 관련해 4건의 혐의를 받으며 대표직에서 쫓겨났는데 그 혐의가 다 근거 없었다는 것이다.
이 의혹이 불거진 건 국민의힘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직후였다. 보통 이 시기엔 여권 전체가 축제 분위기여서 언론이 ‘승리에 취하지 말라’고 지적을 하게 되는 것이 상례였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선거 참패 정당처럼 진흙탕 내전을 벌이며 지도부 실종 사태를 자초했다.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대표 간의 불화 때문이다. 친윤계는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는데도 이 의원을 ‘성범죄자’로 몰아 징계했다. 이 징계가 근거 없었다는 것이 이번 검찰 조사 결과로 다시 밝혀진 것이다. 징계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는 낯 뜨거운 감정싸움을 벌였다.
윤 대통령은 얼마든지 이 의원을 만나 감정을 풀고 내분을 수습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당시 이 의원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를 겨냥해 가처분 신청을 5차례 제기하며 내홍을 키웠다. 이 의원을 지지하던 적지 않은 당내 인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이 난장판이 되고 윤 대통령과 이 의원 모두 큰 상처를 입었다. 윤 대통령 지지율부터 떨어졌다. 당시 지지율이 10%포인트가량 떨어졌고 이는 회복되지 않았다.
윤 정부는 대통령과 당대표 갈등으로 정권 초 6개월을 허송했다. 정권 초기인데도 국정 동력이 실종됐다. 윤 대통령은 이 후에도 당 내부 인사들을 번갈아 적대하면서 대선 승리를 만든 선거 연합을 스스로 해체해 버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까지 요구했다. ‘성 접대 소동’에서 시작된 여권 분열은 총선 참패로 이어졌다. 여권이 합심해 국정을 개혁하기를 기대했던 국민들로선 참으로 어이없는 지리멸렬이었다. 대선 승리 정당이 승리 직후에 순전히 감정싸움 때문에 스스로 무너지는 것은 전무후무할 일일 것이다. 그런 정당이니 성 접대 의혹이 이렇게 끝나도 유감 표시하는 사람 한 명 없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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