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양쪽 진영에서 조롱받는 검찰
지난 6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 불기소할 것을 검찰에 권고했다. 참석한 심의위원 14명 전원이 검찰의 수사 결론과 다르지 않게 판단했다고 한다. 허망한 결말이다. 죄가 되지 않는 일로 9개월 가까이 논란과 갈등을 불렀다는 건가.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선 ‘검찰이 정치하는 모습’이 곳곳에 드러난다. 대통령 부인이 수사 대상이라는 것 말고는 복잡할 게 없는 사건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작년 12월 고발장을 접수해 9개월이나 질질 끌었다. ‘4월 총선’이 있으니 정치적으로 오해받지 말자며 수사를 늦췄을 것이다. 그 사이 이 사건은 총선 최대의 이슈가 됐고, 여당의 총선 참패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총선이 끝나자 이원석 검찰총장은 “전담 수사팀을 꾸려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법무부는 인사를 내고,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등 김 여사 수사 지휘부를 몽땅 교체했다. ‘김 여사 방탄 인사’라는 논란을 불렀다. 교체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제3의 장소에서 김 여사 대면 조사를 진행했고, 검찰총장과의 의견 대립을 거쳐 수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돌아온 민주당의 평가는 “특검만이 답”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위 의혹은 4년째 수사 중이다. 전주지검은 최근 문 전 대통령 부부의 계좌 추적, 딸 다혜씨의 집과 별장 등을 압수 수색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전 민정수석도 불러 조사했다. 오해받기 딱 좋은 타이밍이다. 야당은 “김 여사 명품백 사건 물타기” “스토킹 수사”라고 비난하고, 여당은 “수사를 4년씩 하는 이유가 뭐냐. 봐주려는 것이냐”고 따져 묻는다. 이런 비난도 수년째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해 나오는 것이다.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카드를 제 것처럼 써서 문제가 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부부의 배임 의혹도 불거진 지 2년8개월이 넘었다. 사실관계가 다 드러나 있는 단순한 사건인데도 검찰은 수십 명을 불러 조사하고, 100곳이 넘는 곳을 압수 수색했다. 정작 이 대표 부부는 2022년 1월 수행 비서의 폭로가 있은 지 2년6개월 지나서야 첫 소환 통보를 했다. 그것도 민주당이 이 대표 등을 수사한 검사들의 탄핵안을 발의한 직후여서 “국면 전환용 쇼”라는 조롱을 받았다. 국민의힘에선 “검찰이 역부족이면 차라리 특검을 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정치권의 조롱이 합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검찰 입장에선 수사가 미칠 파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수사 절차가 건건이 시비가 되고, 논란을 부른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문제가 있는데 기소하지 않을 권한이 있다고 믿거나 반대로 문제가 없는데 무혐의 처분하지 않을 권한이 있다고 믿는다면 착각이다. 수사는 검찰을 지키는 도구가 아니라, 국민을 지키는 도구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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