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디지털 교과서, 교육 형평성 해결할 수 있다

임철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2024. 9. 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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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부터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AIDT)가 학교에 단계적으로 보급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수업 혁신을 위해 교사가 AIDT를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난 7월부터 ‘교실혁명 선도교사 연수 과정’을 운영했고, 연수 과정에서 AIDT 시험 버전을 소개하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AIDT를 접한 교육 관계자들은 맞춤형 수업이 학교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표시했다.

AIDT의 학교 현장 보급과 관련해 교육학자로서 AIDT가 가져올 거시적이며 장기적인 효과에 주목한다. 1980년대 이후 AI 발전 주기에 따라 AIDT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지능적 교수 체제(Intelligent Tutoring System)를 교육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 중반에 이르기까지 AI 기술의 한계, 휴대용 노트북 보급 및 인터넷망 구축 미비 등으로 공교육 현장에 AI 기술이 접목된 맞춤형 교육 체제가 제대로 구현되지는 못했다.

2020년 코로나 사태로 변화가 생겼다. 비대면 교육이 일상화되면서 스마트 기기가 널리 보급되고 무선 통신망이 구축되면서 디지털 기반 교육 환경이 탄탄하게 조성됐다. 또한 글로벌 기업들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기술 발전을 이끌게 되면서 교육 현장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국내 에듀테크 기업들도 이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AIDT를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이 두 가지 변화는 한국이 교육 분야에서 혁신적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경제, 국방, 연구, 의료, 스포츠 분야에서 이미 상위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교육 서비스를 적극 도입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비교에서 한국 학생들은 높은 학업 성취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교육 경쟁력 확보는 경제 분야와 마찬가지로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 모델을 따른 결과로 서구의 선진적 교육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지난 시기 노력의 산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은 더 이상 추종자 모델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저출생에 대응해 교육 서비스에 있어서 ‘혁신적 리더(first mover)’ 모델을 보여줘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디지털 전환에 대비한 AIDT 도입은 곧 한국의 교육이 혁신적 리더 모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AIDT는 개별 학습자의 수준과 요구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의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AIDT를 국가적인 수준에서 보급하려는 한국의 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는가 여부는 향후 전 세계 국가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데에 선도적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맞춤형 교육을 위한 AIDT를 국가 교육 수준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적용하고, 운영하는가에 관한 전례 없는 길을 한국이 먼저 시도해 보자. 형평성을 위한 맞춤형 교육의 실제적 구현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전 세계 국가들에 제시해 보자. 이 과정에서 글로벌 교육 교류 플랫폼이 국제 간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글로벌 교육 분야에 있어서 혁신적 리더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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