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그림의 인연
지난주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가 개막하며
서울은 전세계 미술 애호가들로 북적였습니다.
올해 프리즈 서울은 작년만큼의 활기는 없었지만,
상대적으로 차분해 관람객 입장에서 작품을 보기에는 편했습니다.
프리즈 서울 개막에 맞춰 쏟아진 여러 미술책 중
Books는 마크 로스코에 관련된 책 두 권을 골라 소개했습니다.
한 권은 마크 로스코 자신이, 다른 한 권은 마크 로스코의 아들 크리스토퍼 로스코가 쓴 책이었죠.
아들이 본 로스코 "아버지의 직사각형은 관객을 불안하게 한다"
우리는 어떤 그림을 일주일 동안 보고 나서 평생 떠올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떤 그림은 잠깐 보고 평생 생각할 수도 있다.
도나 타트 소설 ‘황금방울새’에서 스페인 화가 호안 미로의 이 말을 발견하고 밑줄을 그었습니다. ‘
2014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황금방울새’는
미술관 폭발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소년이 우연히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그림 ‘황금방울새’를 손에 넣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예술품에 매혹되는 인간의 심리가 섬세하게 묘사되는데,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미로의 말을 곱씹으며 질문하게 됩니다.
‘왜 어떤 그림은 잠시 스쳤을 뿐인데도 평생 마음 속에 자리하는 걸까?’
주인공 소년의 멘토는 그 답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어떤 그림이 정말로 마음을 움직여서 우리가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면 ‘아, 난 이 그림이 보편적이기 때문에 좋아’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건 사람이 어떤 예술 작품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가 아니야. 그걸 좋아하게 만드는 건 좁은 통로에서 들려오는 비밀스러운 속삭임이지. 쉿, 그래, 너. 아주 사사롭게 마음을 건드리는 거야.
결국 어떤 예술작품에 대한 특별한 애정은 작품과의 사적인 ‘관계’에서 빚어진다는 이야기지요.
사람간 관계와 마찬가지로 작품과 인간 간에도 인연이 작용합니다.
미술관 벽에 걸린 수많은 그림 중 특히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한 점이 존재하는 이유를
‘인연’이라는 말 외엔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가을 아트 시즌이 시작되었죠.
서울에선 여기저기 미술 전시가 풍성하지만,
지방 사시는 분들은 여러 여건상 전시장에 가시기 힘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책이라는 매개가 있지요.
전시장에서, 혹은 책장을 넘기다 도판으로라도
인연이 닿는 그림 한 점 꼭 만나시길 바랍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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