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정후를 지우는 시간…이주형은 그날 사우나 토크를 기억할까, 진짜 소중한 101경기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정후를 지워야 한다.”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은 이주형(23) 얘기가 나오자 다시 한번 이렇게 얘기했다. 지난 7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이주형과 장재영의 포지션 정리에 대해 물었다. 홍원기 감독은 역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다고 했다.
이 포지션, 저 포지션, 이 타순 저 타순. 변화가 잦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으로 쉽게 판단하면 안 된다는 홍원기 감독의 신중함이 투영돼 있다. 현 시점에서 홍원기 감독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 올 시즌 이주형은 풀타임 1년차다. 자신의 야구를 만들어가는 시간이다.
홍원기 감독은 지난 6월 말 광주 원정 당시, 숙소 사우나에서 이주형을 만나 가슴 속에서 이정후를 지우라고 조언했다는 사연을 들려줬다. 메이저리거 이정후를, 이주형이 하루아침에 따라잡을 수도 없다. 그만큼 하길 바라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자신의 루틴을 만드는데 집중하라는 충고였다. 설령 제2의 이정후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면, 한 귀로 흘리라고 했다.
홍원기 감독은 “올해 처음으로 풀타임을 한다. 주변에서 리틀 이정후, 그런 압박감을 많이 가진 것 같다. 그걸 없애야 한다고 여러 얘기를 해줬는데 통했는지 안 통했는지 모르겠다. 받아들이기에 따라 다르지만, 그것부터 내려놔야 자기만의 야구를 할 수 있다. 업다운은 있지만 풀타임 경험하는 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그런 이주형은 올 시즌 101경기서 412타수 114안타 타율 0.277 12홈런 50타점 75득점 OPS 0.780이다. 볼륨은 작년보다 좋지만, 애버리지는 0.326을 찍은 작년보다 다소 떨어진다. 이주형의 야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정말 소중한 101경기.
올 시즌 본격적으로 조용히 좌충우돌 1군 적응기를 갖는다. 시즌 초반에 작년에 다친 햄스트링을 다시 다쳐 고전하더니, 건강이 회복되니 타격의 기복이 은근히 심하다. 5월 타율 0.243 3홈런 14타점, 6월 타율 0.247 4홈런 14타점, 7월 타율 0.304 2홈런 7타점, 8월 타율 0.217 2홈런 11타점, 9월 타율 0.407 1홈런 3타점.
1군 풀타임 첫 시즌을 통해, 1군의 맛을 확실히 알면 된다는 게 홍원기 감독 생각이다. 확실한 롤은 좀 더 기다렸다가 내, 후년에 결정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날 사우나 토크를 기억한다면, 이주형은 시즌이 마무리 돼 가는 시점에서 뭔가 느낀 게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이주형이 장재영과 함께 타선의 핵심, 외야진의 핵심이 될 게 확실하다. 주로 중견수로 뛰지만, 장재영이 중견수로 가고 이주형이 우익수로 들어갈 수도 있다. 제2의 이정후가 될 수 있을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냉정히 볼 때 데뷔 후 3~4년간의 모습을 보면 이정후보다 임팩트는 떨어진다. 그러나 앞으로 볼륨을 채워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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