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화된 세계의 작은 몸들, 그것이 생명이다 [박미란의 속닥이는 그림들]
거푸집에서 떠낸 투박한 인물 조각들
인간과 사물의 관계성과 생명력 탐구
새의 둥지처럼 만든 은빛의 설치 작품
붉은 것도 빛나는 것도 모든 것이 생명
조각은 사람이 되고 사람은 조각이 돼
◆붉고 빛나는, 생명의 조각들
여리디 여린 백금의 막은 시든 존재의 생을 돌이키는 대신, 그것이 은색의 공통분모를 지닌 여러 다른 사물들과 눈부시게 새로운 관계를 맺도록 이끈다. 공간을 크게 두른 원형의 울타리로부터 아직 부화하지 않은 심장을 알처럼 품은 이름 모를 새의 둥지를 연상해 본다. 결국 붉은 것도, 빛나는 것도 생명이다.
이동욱은 1976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2001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학부 졸업 후 2003년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2024; 2012), 아라리오뮤지엄 제주 동문모텔II(2016), 페리지갤러리(2016), 스톡홀름 샬롯룬드갤러리(2013), 두산갤러리 뉴욕(2012)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국내외 주요 미술관 및 기관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아라리오뮤지엄, 버거컬렉션(홍콩), 루벨 패밀리 컬렉션(미국), 금일미술관(중국) 등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 및 재단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조각의 살, 조각의 눈
이동욱은 조각의 언어로써 대상의 표피와 내면 사이 이질적인 정체성을 드러내어 보이는 시도를 거듭해 왔다. 통조림 캔이나 식음료와 같이 대량생산되는 상품의 패키지가 상징하듯, 특정한 용도를 위해 대상에 덧씌워진 표면적 이미지와 그 내용물 사이 간극을 대조하는 방식을 통하여서다. ‘일곱 명의 기사’와 닮은 붉은빛 재료를 사용하여 코카콜라 병을 여럿 주물로 뜬 뒤 실제 제품과 함께 배치한 작품 ‘코카콜라는 빨간색’(2024)이 그러한 의도를 잘 드러내 보여준다. 콜라의 색상은 결코 붉지 않은데, 거대 기업의 전략에 의하여 우리의 머릿속에 심긴 환상만이 뚜렷이 빨간색이다.
한편 서로 다른 성질의 광물을 결합하여 만든 손바닥 크기 남짓의 조각 연작 제목은 설명을 함구하듯 일제히 ‘무제’(2024)다. 이동욱은 한동안 수석을 모으는 취미를 지녀 갖가지 색다른 돌의 생김새에 매료되었던 바 있다. 사람과 사람이 닮은 듯 각자 다른 것처럼 광물 또한 공통된 성질을 품은 동시에 저마다 고유한 특질을 띤다. 작은 덩어리들은 좌대 대신 삼각대의 가느다란 수직선 위에 놓임으로써 그 자체의 부피와 양감을 효과적으로 강조한다. 오색 빛깔의 돌과 매끈하게 제련된 금속이 정교하게 맞물려 하나의 몸을 이루는 가운데 질감 및 색채의 극명한 대비가 특유의 조형적 미감을 탁월하게 드러낸다.
몇몇 조각의 표면에는 작은 원형 프리즘들이 부착되었는데, 작가의 말에 따르면 낱낱의 덩어리가 지닌 ‘눈’과 같은 요소다. 프리즘은 어느 각도에서든 바라보는 이의 눈빛을 거울처럼 비추어 보여 준다. 마치 광물로 이루어진 조각의 몸이 생명을 갖고 상대와 눈을 맞추려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동욱이 만든 조각의 피부는 때로 연약한 존재를 보호하는 껍질이고, 때로 재료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낸 살덩이다.
보는 자의 시선은 프리즘에 부딪혀 고스란히 되돌아옴으로써 보이는 자의 응시로 탈바꿈한다. 문득 이곳의 모든 우리가 같은 자연의 땅에서 비롯된 물질들임을 상기한다. 조각은 사람이 되고, 이내 사람도 조각이 된다.
박미란 큐레이터, 미술이론 및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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