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9일 35년 만에 동티모르 도착 “인니와의 화해를 높이 평가”
10일에는 교황청 추산 75만 명 운집 미사 집전 예정
[딜리(동티모르)=AP/뉴시스] 구자룡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은 9일 피비린내 나는 충격적인 독립 전쟁에서의 회복을 축하하기 위해 동티모르에 도착해 큰 환영을 받았다.
공항에서는 동티모르에서 가장 존경받는 독립 영웅 두 명인 호세 라모스-호르타 대통령과 샤나나 구스마오 총리가 교황을 맞이했다.
동티모르 국민들은 공항에서 딜리 시내로 들어오는 길가에 노란색과 흰색 우산(성좌의 색상)을 들고 뜨거운 한낮의 태양을 피하며 늘어서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차량 행렬에 대해 바티칸과 동티모르 국기를 흔들었다.
‘비바 엘 파파!’ 동티모르 국민들이 소리를 지를 때 교황은 픽업 트럭 뒷좌석에서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길에는 교황을 환영하는 광고판이 즐비하게 설치됐다.
국민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이며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동티모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도착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교황이 도착한 날은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을 위한 길을 연 유엔 지원하의 국민투표 2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동티모르는 2002년 5월 독립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89년에 방문했을 때는 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의 점령 지역이었고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었다.
인도네시아군은 동티모르의 독립운동에 초토화 작전으로 대응해 국가 인프라의 80%를 파괴하였다. 포루투갈로부터 점령지를 넘겨받은 후 인도네시아 통치 24년 동안 20여만 명이 사망했다.
딜리 근처 해변에서 대규모 미사를 거행하며 마무리된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문은 동티모르 국민의 처지에 대해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고, 인도네시아의 압제적인 점령에 세계가 주목하게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파푸아뉴기니에서 딜리에 도착해 요한 바오로 2세의 발자취를 따라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를 여행하는 세 번째 여정을 시작했다.
교황은 딜리 도착 후 연설에서 동티모르가 평화적 발전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가장 큰 고통과 시련에서 회복한 것을 치하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화해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동티모르가 이민, 빈곤, 알코올 남용, 무술 갱단과 관련된 폭력 등 새로운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한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존엄성을 침해당했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고 말했다. 이는 199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카를로스 히메네스 벨로 주교의 스캔들을 지적한 것이다.
2022년 바티칸은 벨로 주교가 어린 소년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이유로 2년 전 비밀리에 제재를 가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제재에는 그의 이동과 사목 수행에 대한 제한이 포함되었고, 미성년자와의 자발적 접촉이나 동티모르 자체와의 접촉을 금지했다.
바티칸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동티모르의 많은 사람들은 벨로 주교를 지지하며 피해자들의 주장을 부인 또는 축소하고 있다. 일부는 포르투갈에 머물고 있는 벨로 주교가 프란치스코를 환영하기 위해 동티모르 현장에 있기를 바랬다.
또 다른 사제이자 독립 해방 투쟁에서 생명을 구한 역할로 존경받는 미국 선교사 리차드 대슈바흐도 불우한 소녀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티모르 감옥에서 12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그는 교회에서 성직을 박탈당했다.
라모스-호르타 대통령은 지난주 AP통신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으로 교회의 스캔들을 재차 거론할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교황이 방문 중에 학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누군가를 두 번 재판하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AP에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이날 교황의 모호한 언급은 외교적 균형 잡기 행위로 보였다. 성직자에 의한 학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벨로 주교를 받아들인 정부의 희망과 지역 교회 및 동티모르 신도들의 감정을 존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1975년 동티모르가 포르투갈 식민지에서 인도네시아 점령지로 바뀔 때 동티모르 주민의 약 20%만이 가톨릭 신자였다.
현재는 인구 130만 명 인구 중 약 98%가 가톨릭 신자여서 바티칸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가톨릭 신자가 많은 나라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일 요한 바오로 2세가 1989년 미사를 집전했던 해변 산책로에서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동티모르 당국은 130만 명 인구 중 약 30만 명이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교구를 통해 사전 등록했다고 밝혔다.
라모스-호르타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서티모르를 포함해 70만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바티칸은 75만 명을 예상하고 있다.
2일 로마를 출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임기 중 최장 기간·거리 여정인 12일간에 걸친 아시아·태평양 4개국을 순방을 시작했다.
3∼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6∼9일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르즈비, 9∼11일 동티모르 딜리을 거쳐 11∼13일 싱가포르를 방문한 뒤 바티칸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kjdrag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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