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부정선거 논란 속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스페인 망명

뉴욕/윤주헌 특파원 2024. 9. 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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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야권 후보로 나섰던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가 8일 전격적으로 스페인에 망명했다./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7월 치른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니콜라스 마두로(62) 대통령과 맞붙은 야권 후보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75)가 8일 스페인으로 전격 망명했다. 마두로는 이 선거에서 자신이 승리해 3선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멕시코·브라질 등 상당수 국가는 실제로는 곤살레스가 압승했다고 보고 베네수엘라에 투명한 개표 결과 공개를 압박해 왔다.

CNN 등에 따르면, 곤살레스는 이날 스페인 공군기를 타고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떠나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그는 도착 후 성명에서 “우리의 자유와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스페인 정부는 “곤살레스의 망명은 그의 단독 결정”이라고 밝혔다.

2013년 집권한 마두로는 재임 이래 과도한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으로 경제를 파탄시키고, 이를 비판하는 야당과 시민사회 인사들을 탄압해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를 받아왔다. 그가 앞서 치른 두 번의 대통령 선거도 부정선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마두로는 3선 도전을 앞두고 민심 이반 징후가 확연해지자 유력한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전 국회의장의 출마를 금지했고, 이에 마차도는 외교관 출신인 곤살레스를 야권 후보로 내세웠다.

선거 직후 곤살레스가 압승했다는 언론사 출구 조사 결과와 정반대로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마두로의 승리를 발표했고 대법원도 선관위 결과를 인정했다. 마두로가 정부·사법부를 도구 삼아 “투명한 선거 결과를 공개하고, 민심을 받아들이라”는 국제사회 압박을 뿌리치고 버티기 모드로 돌입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곤살레스 망명 직후 마차도는 X(옛 트위터)에 “마두로 정부의 탄압으로 곤살레스는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반면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곤살레스가 조국을 떠나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다”면서 “(마두로 정부는) 조국의 평화를 위해 그의 출국을 허용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베네수엘라 검찰은 최근 곤살레스에 대해 테러 관련 범죄·직권남용·공문서 위조·법률 불복종 등의 혐의로 영장을 발부받아 체포에 나섰고, 곤살레스는 스페인 망명을 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동안 수많은 야당 인사가 마두로 군부에 의해 구금되거나 강제로 숨어 지내야 했다”면서 “곤살레스는 권위주의 정부에 의한 체포 위협이 임박하자 망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의 망명은 투명한 선거 결과 공개를 요구하며 정권 교체를 추진해 오던 야권과 시민사회, 그를 합법적인 당선자로 공인해 온 미국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곤살레스가 베네수엘라를 탈출했다는 소식으로 전 세계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베네수엘라 국민은 협상을 통해 마두로가 물러나고 곤살레스가 권력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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