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 스텔스기 전환 땐 국산 엔진 달까…‘100조 파급효과’ 첨단항공엔진 국산화 ‘시동’
한화에어로 전무 “개발 성공시 2059년까지 수요 1천700대, 매출 27조원 예상”
“정부지원 시급”…항공엔진 개발 로드맵 추진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꼽히는 첨단 항공엔진 국산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하고 신속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원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첨단엔진사업단장은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 주최로 열린 ‘첨단 항공엔진 개발을 위한 세미나’ 발제에서 선진국 개발 성공 사례를 들며 "기존 분석에 따르면 첨단 항공엔진 개발을 위한 한국의 기술 역량은 선진국 대비 70% 수준으로, 현재 다각도로 핵심 기술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개발에 성공하면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에 이어 6번째 독자 엔진을 보유한 국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한화와 산업연구원 등의 연구를 인용해 2050년까지 첨단 항공엔진과 파생용 엔진 개발이 완료되면 약 100조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발생하고, 16만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5년간 1만여대의 항공엔진 제작, 조립, 생산, 정비 수행을 통해 축적한 기술·노하우를 바탕으로 첨단 엔진 개발을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인 KF-21 블록3 전력화 시기에 지장 없도록 개발 일정을 단축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정부 사업 승인, 사업 타당성조사 완료 등을 거쳐 2026년 사업에 본격 착수하면 2039년까지 약 13년 동안 3조원 넘는 개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며 "첨단 항공엔진과 파생형 엔진 개발 시 2059년까지 약 1700대의 엔진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고, 약 27조원의 매출이 예상돼 정부 예산 절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공적인 첨단 항공엔진 개발을 위해선 국가 역량 집중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 정책이 필수"라며 "이와 함께 소재를 포함한 핵심 기술 실험 인프라 구축, 전문인력 양성을 적기에 이룰 수 있는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현석 방위사업청 서기관은 ‘항공엔진 개발 필요성’ 발제에서 "한국은 세계 8번째로 초음속 전투기 개발에 성공했지만, 엔진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F141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 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면허생산을 하고 있지만, 우리 엔진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짚었다. 심 서기관은 "미국도 난이도가 높은 엔진 부품 등은 엄격한 기술 통제를 적용하고 수출을 관리하고 있다"며 "우리가 필요할 때 언제나 필요한 성능의 엔진을 선진국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생각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이라며 항공엔진 국산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1만5000파운드힘(lbf) 이상의 추력을 내는 항공 엔진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연말까지 첨단 항공 엔진 개발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세미나에 참석한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첨단 항공 엔진의 국내 개발에는 10년이 넘는 오랜 시간과 수조 원에 달하는 국가 예산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항공 엔진을 자체 기술로 개발할 수 있는 국가는 10개국 미만이다. 이들은 높은 수출 통제 등을 통해 항공 엔진 기술을 보호하고 있다. 현재 KF-21, 수리온 등 국산 항공기에도 외국산 엔진이 탑재되는데, 이를 수출할 때 엔진 생산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등에 따라 6세대 유무인 전투기에 대한 엔진 수입·수출은 엄격히 통제된다. K-21의 스텔스기 전환시에는 외국산 엔진을 탑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출력 1만5000Ibf급 이상의 항공 엔진 개발을 위한 개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두산에너빌리티는 각각 항공 엔진 개념 설계안과 개발 전략을 제출했다. 양사는 한국형 전투기 KF-21에 탑재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F414 엔진을 기반으로 신규 엔진 모델을 제시했다. F414보다 출력과 연료 소모율이 10~15% 가량 늘어난 설계안을 제출했다.
세미나를 주최한 안규백 의원은 개회사에서 "국산 첨단 항공엔진을 적기에 개발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미국의 승인 없이 수출하고 여타 산업으로 파생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안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허성무·박선원·부승찬 의원, 국민의힘 강선영 의원 등이 참석했다. 또 석종건 방위산업청장, 이건완 국방과학연구소장, 신상범 국방기술품질원장, 최병로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부회장, 손재홍 국방기술진흥연구소장 등 100여명이 자리했다.
석종건 방사청장은 "오늘 세미나에서 논의된 고견들을 정책 수립과 제도 개선의 밑거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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