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한림원 임원들, 해외출장 부풀려 골프”
“자료 없다” 해명…원장은 국내서 관용차로 골프장 다녀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KAST)의 임원들이 해외 출장 기간을 부풀려 골프·관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단체 대표가 국내에서 관용차를 골프장 이동 등에 사적으로 이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과기한림원은 기초과학 육성을 표방하는 학술단체로 국고 지원을 받는 법정단체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은 9일 유욱준 과기한림원 원장 등 6명이 지난 1월22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한·말레이시아 과기한림원 공동심포지엄’에 다녀오면서 실제 열리지 않은 일정을 소화한 것처럼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빈 시간을 이용해 단체 골프 및 관광을 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유 원장 등 과기한림원 임원 6명은 비즈니스석 이용 등 사흘치 출장비로 정부 예산 1494만670원을 사용했다.
이 의원실이 확보한 출장보고서를 보면 공식 출장 기간은 1월21~23일(2박3일)이었다. 21일 현지에 도착해 22일 공동심포지엄에 참석했다. 23일에는 ‘간담회 등 개최’가 있었다고 돼 있다.
이 의원실은 말레이시아 측에 직접 확인하고 양측이 주고받은 e메일 등을 봤더니 23일에는 공식 일정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실은 과기한림원이 출장을 준비하며 말레이시아 측에 보낸 e메일과 과기한림원 내부에서 주고받은 e메일 등을 근거로 과기한림원이 애초부터 ‘1일짜리 심포지엄’을 계획했다고 지적했다.
출장 일행 중 일부가 골프·관광 등 일정을 계획하고 참여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의원실이 입수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기록을 보면 과기한림원 관계자 B씨는 “일요일(1월21일) 오후 관광조와 운동조로 구분해 방을 배정하겠다”고 안내했다. 말레이시아의 한 골프장 위치를 공유하면서 “C교수님 추천 장소”라며 “화(1월23일)~목은 제가 조인합니다”라는 메시지도 올렸다.
유 원장이 국내에서 관용차를 골프·관광 등 개인 일정에 이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관용차 운행일지 등을 보면 유 원장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 6월까지 최소 7차례 자택 혹은 과기한림원에서 골프장으로 이동하는 데 관용차를 이용했다.
과기한림원 측은 “(말레이시아에서) 1월23일 공식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됐고 골프 모임 참여자는 심포지엄 참석자가 아니고, 개인 경비 참여자”라며 “다만 출장보고서 이외에 별도 증빙 자료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유 원장이) 일부 잘못된 관용차 사용 건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향후에는 투명하게 운영하겠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과학계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이라는 날벼락을 맞고 고통에 신음하는 동안 과기한림원에서는 외유성 출장, 국가 예산의 사적 유용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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