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3차례 불낸 북한 ‘오물 풍선’…하늘만 쳐다보는 당국
타이머 연결된 전선서 발화 추정…마땅한 예방책 없어
북한이 날려 보낸 오물 풍선으로 인해 화재가 최소 3차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재발 우려가 높지만 정부가 현재 기조를 유지하는 한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지난 8일 오후 2시쯤 경기 파주시 광탄면의 한 창고 지붕으로 오물 풍선이 떨어지면서 불이 났다고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가 9일 밝혔다. 창고 1개동 지붕 330㎡를 태운 불은 3시간 만에 진화됐다. 8729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고 소방본부는 추산했다. 이번 화재 피해는 오물 풍선으로 인한 단일 피해액 중 가장 큰 규모다. 화재 현장에서는 풍선에 부착됐던 것으로 추정되는 플라스틱 소재의 타이머(Timer)와 전선이 발견됐다.
오물 풍선은 풍선과 쓰레기를 담은 비닐봉지가 줄로 연결돼 있다. 타이머는 비닐봉지 쪽 줄에 달려 있었다. 지정된 시간이 되면 타이머와 연결된 전선에서 불이 나면서 비닐봉지를 찢는다. 이후 비닐봉지에 담긴 쓰레기는 땅 위에 흩뿌려지고, 풍선은 하늘로 날아가는 방식이다. 다만 이처럼 정상 작동하지 않고 풍선이 달린 채 땅에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또 모든 풍선에 타이머가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이날 화재는 비닐봉지를 찢는 용도의 전선이 봉지에 담긴 종이·비닐·플라스틱병 등 쓰레기를 함께 태워 발생한 것으로 군과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풍선이 떨어졌던 샌드위치 패널 지붕에 다른 탈 만한 물질은 없었다.
다만 북한이 오물 풍선을 통해 화재를 의도했다고 보긴 어렵다. 북한은 민간단체가 보낸 대북전단을 “오물”로 규정하고 이에 “맞대응”한다고 밝힌 뒤 지난 5월 말부터 풍선을 보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풍선에 폭발물이나 인화성 물질이 담긴 적은 없었다”고 재차 확인했다.
오물 풍선으로 인한 화재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건물 지하주차장 지붕 위에 풍선이 떨어져 불이 났다. 불은 11분 만에 꺼졌다. 지난 6월2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에선 풍선에서 불이 나 차량 앞바퀴가 그을리는 피해를 입었다. 각각 5만원과 121만원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추산됐다.
하늘에서 떨어진 쓰레기 더미에 맞아 부상을 입은 사례도 있다. 지난 7월24일 서울 강서구 방화대로를 자전거를 타고 지나던 A씨는 쓰레기 더미에 오른팔 타박상을 입었다. 병원에서 3주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과 함께 10회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로 인한 피해액을 서울시는 46만8400원으로 추산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29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물류센터 지붕 파손으로 1571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지난 5월28일부터 8월10일(1~11차 풍선 살포 기간)까지 서울시에선 7978만원(38건), 경기도에선 2065만원(13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 같은 화재·인명 피해의 재발이 예상됨에도 이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자제시킬 의지가 없다. 대북전단을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권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정부의 ‘8·15 통일 독트린’에는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권을 늘리기 위해 민간단체의 대북 라디오 방송을 지원하겠다는 방안도 담겨 있다. 북한이 심리전으로 인식할 법한 조치들이 더 많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북한의 오물 풍선 맞대응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곽희양·김태희·전지현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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