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날부터 인권위 ‘피진정인’ 신분 된 안창호 인권위원장
인권단체는 자진 사퇴 촉구
청문회 ‘혐오 발언’ 진정 제기
보수 개신교 반동성애단체
“위원장 되신 게 신의 한 수”
취임식 단상에 선 안 위원장
“다른 의견 경청, 숙고할 것”
안창호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이 취임 첫날 ‘혐오 발언’을 이유로 인권위 진정 대상이 됐다. 인권단체들은 안 위원장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했던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지적하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고, 반동성애를 표방한 보수 개신교계는 그의 취임을 환영했다.
안 위원장은 9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다른 의견들을 경청하고 숙고한 후 민주적 절차에 따라 토론할 것”이라며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여야 국회의원들의 지적과 질책, 언론의 우려와 걱정을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성소수자 인권, 차별금지법 등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구체적인 사항들은 취임사에서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경로이탈 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은 안 위원장의 인사청문회 발언이 혐오 발언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안 위원장은 지난 3일 인사청문회에서는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가 확산된다” “동성애가 공산주의 혁명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공동행동은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바탕으로 차별·폭력을 선동한 혐오 표현이라는 점은 인권위가 발간한 혐오 표현 리포트, 평등법 시안 일문일답 등 자료를 보더라도 명백하다”고 했다. 공동행동은 “위원장으로서 피진정인이 차별적 인식을 드러낼 경우 인권위가 소수자 인권 보호 기구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차별금지법과 평등법 제정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반면 보수 개신교계 인사들은 취임을 환영했다. 안 위원장 취임식에는 반동성애 단체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취임식 후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 단체 관계자들은 안 위원장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들 중 일부는 이날 오후 인권위 앞에서 ‘성혁명·젠더이데올로기, PC주의 전파하는 유엔의 하수인 노릇하는 인권위 해체하라’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인권위 앞에서 ‘안창호 인권위원장 취임 환영 및 인권위 개혁’ 기자회견도 열렸다.
‘동성파트너 건강보험료 피부양자 자격인정 대법원 판결 규탄 학술대회’가 열린 국회에서도 안 위원장 취임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인영 복음언론인회 상임대표가 “안 위원장이 되신 게 신의 한 수”라고 하자 방청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주요셉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 공동대표는 안 위원장을 두고 “우리 진영에서 가장 귀한 고급 두뇌”라며 “복음법률가회에서 튼튼하게 포럼도 하고 계속 논문을 발표하며 훌륭한 우리 진영의 자원들, 인재들을 양성할 줄로 믿는다”고 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복음법률가회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렸던 안 위원장은 후보자 내정 이후 공동대표직에서 사퇴했다.
김송이·이예슬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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