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주민 찬반·도의회 절차·환경평가 ‘첩첩산중’
개항까지 ‘험난한 비행’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이 국가사업으로 확정됐지만 향후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적한 환경 이슈와 팽팽하게 갈린 찬반 의견, 제주도 심의와 제주도의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환경영향평가까지 ‘험난한 비행’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9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도 홈페이지와 도보, 읍면동 등에서 제2공항 기본계획을 공람 중이라고 밝혔다.
제주 제2공항은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551만㎡ 규모로, 5조4532억원이 투입돼 지어진다. 길이 3200m·폭 45m 활주로, 항공기 28대를 동시 주기할 수 있는 계류장(31만1000㎡)과 여객터미널(11만8000㎡) 등이 들어선다. 연간 1690만명 규모의 여객을 처리할 수 있다. 현 제주국제공항의 수용 능력은 연간 최대 3150만명인데, 지난해 이용객은 2909만명으로 집계됐다.
개항까지 남은 절차 중 환경영향평가가 최대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하반기 기본설계와 환경영향평가에 착수한다. 국토부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도와 협의해야 한다. 제주도는 관련 조례 등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를 심의하고 최종적으로 도의회 동의 절차를 거쳐 국토부에 회신한다. 다만 도의회에서 부동의 의결되면 제2공항 건설은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때부터 제기된 환경을 둘러싼 논란은 향후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2차례 보완과 1차례 반려 끝에 3년6개월 만에 조건부로 환경부 심의를 통과했다. 항공 안전을 위한 조류 충돌 우려와 조류 서식지 보호, 항공소음 저감책과 공항 예정지 안팎 숨골 영향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반대단체들은 이 같은 논란이 해소되지 않았고, 용암동굴의 추가 발견 가능성도 있다면서 강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 이후 제주 지역사회는 둘로 쪼개져 찬반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찬성단체들은 공항 혼잡 해소에 따른 안전성 확보와 관광산업·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내세우며 환영하는 반면 반대단체들은 환경 훼손, 항공수요 측정 부실,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우려 등을 주장하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공항 항공기 이착륙 횟수가 한계치에 도달했다”면서 “항공좌석 부족과 항공요금 상승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제2공항은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제2공항성산읍추진위원회 등도 제주 발전을 위해 제2공항이 건설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환경·시민단체로 구성된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제2공항 건설 근거였던 수요 예측은 당초 연간 4560만명에서 3970만명으로 감소했고, 고령화 등 변수를 반영하지 않은 과대 예측”이라면서 “수요가 늘지 않는데도 환경을 훼손하고 혈세를 낭비하면서 더 큰 공항을 짓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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