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안 된다는데…‘응급실 군의관’ 더 보낸다
정부, 235명 추가 투입 계획
경험 부족 이유 타 부서 배치
연휴 공백 메우기 실효성 의문
정부가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의료기관에 군의관 235명을 추가 투입한다. 앞서 파견된 군의관이 응급실 근무가 어렵다며 복귀를 요청하는 등 혼선이 발생하고 있지만 일단 예정대로 대체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군의관 파견이 응급실 공백을 막는 실효성이 없고 추석 연휴 의료공백이 심각할 것이란 우려를 내놨다.
보건복지부는 9일 군의관 235명을 의료기관에 순차적으로 파견·배치한다고 밝혔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응급의료 브리핑에서 “의료기관 필요도와 군의관의 의사를 고려해 우선 150여명을 파견하고 나머지는 금주 내 순차적으로 배치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군의관 추가 파견을 순차적으로 조절하고 나선 배경은 현장 혼선에 있다. 복지부는 지난 4일 이대목동병원 3명, 아주대병원 3명, 세종충남대병원 2명, 충북대병원 2명, 강원대병원 5명 등 5곳에 군의관 15명을 우선 파견했으나 일부는 현장 경험 부족 등을 이유로 복귀를 요청하거나 응급실 근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충남대병원에 파견된 군의관 2명은 응급의학과 전문의였지만, 현장 근무를 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복귀 조치됐다. 충북대병원에 파견된 응급의학과 전문의 군의관 2명도 응급실이 아닌 중환자실에 배치됐고, 강원대병원 파견 군의관 5명 역시 응급실 근무에서 배제됐다.
현재 지난주 조기 배치됐던 군의관 15명 중 7명은 당초 본인이 지정한 병원에서 배후 진료 등 다른 업무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파견 군의관은 응급실 의료공백 해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추가 파견되는 군의관도 응급실 진료를 맡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충북대병원은 추가 투입된 군의관 3명도 응급실이 아닌 타 부서로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이날 군의관 5명을 추가로 받기로 했지만 군부대로부터 파견 취소 통보를 받았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의사회 전문의 회원 503명을 대상으로 지난 3~7일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2%가 현재 응급실 상황이 ‘위기’ 또는 ‘심각한 위기’라고 답했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에는 응급실이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도권·비수도권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응답자 97%·94%가 추석을 ‘위기’ 또는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판단했다.
비대위는 “군의관·공보의 파견도 지난 6개월과 마찬가지로 실효성 없을 것”이라며 “남은 유일한 방법은 국민에 ‘제발 응급실 오지 말아달라’고 비는 것뿐”이라고 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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