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많은 지자체일수록 살림 어려워졌다
이천 징수액 1978억 → 378억…올 지자체 살림 -18조 예상
세입 규모가 큰 기초자치단체일수록 올해 상반기 지방소득세 징수액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에 위치한 반도체, 전자, 정유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주요 수입원인 법인지방소득세 징수가 지난해에 비해 반토막 난 것이 원인이 됐다.
지방소득세 감소율로는 경기 이천, 전남 여수, 경기 평택 순으로 컸다. 여기에 올해는 지방교부세마저 줄어들어 기초단체의 재정 상태가 심각할 정도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경향신문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입수한 자료를 분석해보니 지난해 지방소득세 세입 규모 상위 20위 기초단체의 지방소득세 징수액은 올해 상반기 3조5330억여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5조3411억여원 대비 33.1%가 줄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보면 이천시가 69.7%로 가장 크게 줄었다. 이어 여수시(58.5%), 평택시(52.6%), 충북 청주시(47.5%), 경기 수원시(46.9%) 등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지방소득세가 급감한 것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법인지방소득세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상위 20개 기초단체의 법인지방소득세 징수액은 올해 상반기 1조6812억여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조2529억여원 대비 절반 가까이(48.3%) 감소했다.
이천시는 지난해 상반기 법인지방소득세를 1978억여원 징수했지만, 올해는 80.9% 줄어든 378억여원에 그쳐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이어 수원시가 2585억여원에서 595억여원으로 77% 줄었고, 여수시가 1599억여원에서 490억여원으로 69.3% 감소해 뒤를 이었다. 청주시와 평택시가 65.9%, 경북 구미시도 62.6%가 감소했다.
상반기 법인지방소득세 감소는 기업이 많은 도시일수록 컸다. 지역에 밀집한 반도체, 전자, 정유·석유화학 기업 등이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통상 8월에 전년 실적을 바탕으로 법인세의 절반가량을 선납(중간예납)하고 이듬해 3월에 나머지를 부담하는데, 실적이 줄거나 적자가 발생하면 선납한 법인세를 환급해준다.
법인지방소득세는 법인세 납세의무가 있는 법인이 이듬해 4월 말까지 관할 기초단체에 납부하는 시·군세로 해당 지자체의 중요한 수입원 중 하나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전체 지방세 수입의 약 15%를 차지한다.
법인지방소득세가 급감하면서 기초단체의 세수 목표치 대비 징수액을 보여주는 세수 달성률도 저조했다. 통상 납부 시기가 집중되는 상반기에 최소 60% 이상을 달성해야 하반기 재정 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평택이 51.9%에 그치며 가장 저조했고 고양(56.1%), 청주(58%), 안산(59.4%), 부천(59.8%) 등도 60%에 미달했다.
올해부터는 법인지방소득세 세율이 하향조정된 것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정부는 법인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을 0.1%포인트 인하했다.
김진태 중앙대 다빈치교양대학 교수(회계학)는 “정부는 세율 인하분만큼 기업들이 재투자를 하고, 이렇게 되면 기업 이익이 증가해 다시 세금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세율을 낮췄다”며 “그러나 예상보다 그 효과가 크지 않아 지자체 입장에선 재정만 감소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지방교부세가 전년보다 3조3000억원 감액 편성된 상황에서 지방소득세마저 급감하면서 지방재정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지자체의 예상 적자가 18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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