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뺑이 사망 나오는데…‘응급실 근무 의사 블랙리스트’ 등장
정부 “용납 못할 범죄” 수사 의뢰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군의관 등의 실명을 악의적으로 공개한 블랙리스트가 등장했다. 개개인의 이름과 소속, 연락처뿐 아니라 구체적인 사생활까지 담겨 도를 넘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로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9일 ‘감사한 의사 명단’이라는 제목의 사이트에는 “민족 대명절 추석 기념”이라면서 ‘응급실 부역’이라는 이름으로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 명단이 올라왔다. 의사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사이트에는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의사들에 대한 정보가 매주 업데이트되는데 지난 7일 “수련병원 응급실 특별편”이라며 응급실 근무 블랙리스트가 새로 등장했다.
여기에는 ‘응급의학과 추석 때 힘써주시는 선생님들 새로 생기면 급구합니다’라며 응급실 의사들의 명단을 급히 제보받는다는 글이 적혀 있다. 해당 명단에는 “○○○ 선생님 감사합니다” “불법파업 중단하고 환자 곁을 지키시기로 결심한 것 감사합니다” 등 표현과 함께 일부 의사들의 실명이 적혀 있다. 또 ‘군 복무 와중에도 응급의료를 지켜주시는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면서 응급실에 파견 근무 중인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로 추정되는 의사들의 실명도 공개됐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환자 생명을 지키는 의사들을 위축시키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면서 “수사기관과 협조해 엄단하겠다”고 했다. 일부 군의관들은 이번 사건으로 대인기피증까지 겪으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이트에는 응급실 근무 의사들 외에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자, 의대 증원 찬성자, 수련병원 복귀 전공의, 복귀를 독려하는 의대 교수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담겨 있다. 또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의사들의 이름 외에 연락처와 가족관계, 연애사 등 구체적인 사생활도 공개됐다. 지방대 출신 전공의에 대해 “○○대는 처음 들었는데 덕분에 알게 됐다”고 조롱하는 글도 있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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