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 칩샷 ‘지각 버디’, 혹시 캐디의 그림자가 만들었나

홀 옆의 공 40초 지나 안으로 ‘쏙’
KLPGA “홀 끝에 걸친 공 아니라
자연의 힘에 의해 움직인 볼” 판정

김효주(사진)가 칩샷을 한 공이 홀 바로 옆에 멈췄다. 선수와 캐디 등이 40초 정도 기다린 후 공이 홀 안으로 들어갔고 ‘지각 버디’에 김효주와 동반자, 갤러리는 일제히 환성을 질렀다.

김효주가 8일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최종라운드 4번홀(파4)에서 흥미로운 장면을 연출했다. 홀 바로 옆에 멈춘 공을 계속 기다린 끝에 버디를 잡는 장면은 유튜브, 틱톡 등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골프룰 위반 여부가 논란이 됐다. 골프룰 13조 3항은 ‘볼이 일부라도 홀 가장자리에 걸쳐 있는 경우, 플레이어에게는 홀에 다가가는 데 필요한 합리적인 시간 외에 볼을 지켜보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10초)이 더 허용된다’고 규정한다. 10초 이후 볼이 홀 안으로 떨어진 경우엔 스코어에 1벌타가 주어진다.

KLPGA 투어 경기위원회는 비디오 영상을 확대하고, 반복해 돌려보면서 이 장면을 집중 검토했다. 칩샷 이후 공이 들어가기까지 소요시간은 43초이고, 여기엔 김효주가 아쉬움의 제스처를 취한 시간과 다음 플레이를 위해 홀로 가다가 동반자 박지영의 제지로 멈추고 지켜본 시간이 포함돼 있다.

결론을 말하면 KLPGA 투어 경기위원회는 이 상황이 ‘홀 끝에 걸친 공’과 관련된 룰 13조 3항의 사례가 아니라고 봤다. 조정이 KLPGA 치프 레프리는 8일 “공은 홀에 걸치지 않고 정지한 게 확실했고, 이후 그린 경사 등 자연의 힘에 의해 다시 움직였다”고 설명하며 “골프룰 9조 3항 ‘자연의 힘에 의해 움직인 볼’에 따라 페널티 없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홀 옆에 멈춘 공이 경사에 따라 다시 미세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박지영이 이를 보고 김효주가 다가오는 것을 막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캐디의 행동이 여운을 남겼다. 공이 멈추자 김효주의 캐디는 곧바로 반대편으로 이동해 자신의 머리로 그림자를 그 위에 드리웠고, 공은 30여초 뒤 홀 안으로 떨어졌다. 이를 중계하던 캐스터들은 “보통 저렇게 그림자 지면 떨어지기도 하거든요” “아, 그래서 일부러 그림자를 만들었나요”라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골프룰에선 선수나 캐디가 스트로크 시 공에 가해지는 자연의 힘을 조절하기 위해 바람을 막거나, 햇볕을 가리거나, 비올 때 우산을 받칠 경우 등에 2벌타를 매긴다. 그러나 이날 김효주 캐디의 행동은 스트로크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았기에 적용할 페널티 규정은 없었다.

조정이 치프 레프리는 “고의성 여부는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캐디와 면담을 한 뒤 주의를 주도록 하겠다”고 마무리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