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메달’ 한국 주춤하는 사이 ‘일본 레슬링’ 부흥…비결 살펴보니
연령대별 체계적 육성 시스템
국가 차원 적극적 지원도 한몫
전지훈련 등 활발한 국제교류
심판 양성해 “룰도 아군으로”
“학생 선수도 많고 선수 육성 시스템과 훈련 자세도 좋고…. 솔직히 부러운 게 너무 많다.”
최근 일본 주오대학교 레슬링부와 전지훈련을 함께하고 돌아온 문의제 삼성생명 레슬링단 감독(50·사진)의 의견이다.
문 감독은 최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에는 레슬링을 하는 학생 선수, 생활체육인들이 무척 많다”며 “커리큘럼도 좋고 젊은 코치들도 많아 선수들 의욕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 레슬링은 파리 올림픽에서 모두 첫 판에 패했다. 2020 도쿄 대회에 이은 연속 노메달이다. 2012 런던 대회 김현우 이후 금메달은 끊겼고 2016 리우 대회에서는 동메달 1개에 그쳤다. 그간 올림픽에서 금메달 11개를 딴 과거는 사라졌다. 반면 일본은 파리 올림픽에서 금 8개, 은 1개,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문 감독은 “일본 선수들은 기본기가 뛰어났고 국제대회를 많이 치러 노련했다”며 “자신감도 넘쳤고 상대 연구도 잘됐다”고 평가했다.
문 감독은 “연령대별로 선수들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 잘돼 있어 선수들의 기본기가 좋다”며 “훌륭한 선수 시절을 보낸 뒤 은퇴한 젊은 코치들이 후배들과 스파링하면서 직접 지도하는 게 부러웠다”고 덧붙였다. 대체로 나이가 많은 코치들이 지도하면서 젊은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 더딘 한국과 다르다.
일본은 한국보다 10년 안팎 이른 시기에 스포츠기본법을 만들어 전 국민에게 운동을 장려했다. 도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실행한 5개년 스포츠 기본계획도 저변 확대, 여성 참여율 제고 등을 목표로 지금 3차 계획이 진행 중이다. 일본 쓰쿠바 대학에서 교편을 잡다가 최근 서울여대에 부임한 홍성찬 교수는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자본·시설·장비·훈련 지원, 적극적인 외국 지도자 영입, 과학 지원에 대한 개방성이 일본 스포츠가 강해진 비결”이라고 꼽았다. 일본 레슬링은 일본스포츠청이 파리 올림픽에 대비해 유도, 펜싱 등과 함께 가장 높은 S등급 지원을 한 종목이다.
일본 레슬링도 해외 교류에 무척 적극적이다. 스포티즌 권혁웅 연구원은 “일본은 국제단체 고위층을 꾸준히 맡아왔고 국제대회도 다수 유치했으며 유망주들을 해외 전지훈련에 계속 보냈다”면서 “일본은 외국 선수들이 일본으로 와서 일본 대표팀과 합숙훈련을 하는 걸 장려하는 등 ‘오는 자는 막지 않는다’는 지론을 수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적극적인 국제교류는 심판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많은 종목에서 심판을 국제무대로 보내고 있다. 경기 규칙 변경을 가장 먼저 아는 게 심판이다. 2004년, 2008년, 2012년 올림픽 여자 레슬링 55㎏ 종목을 3연패한 요시다 사오리를 지도한 오하시 마사노리 감독은 일본 레슬링이 강한 이유로 “룰을 아군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웅 연구원은 “레슬링은 경기 시간, 무승부 여부 등 세부적인 부분에서 자주 룰이 바뀐다”며 “일본은 다수 세계대회에 심판들을 많이 파견하기 때문에 룰 변경에 무척 빠르게 대응한다”고 말했다.
일본 레슬링은 아지노모토 내셔널 트레이닝센터(2008년 완공) 등 일본올림픽위원회가 관리하는 훈련 지원 시설을 적극 활용하는 대표적인 종목이다. 대표팀 합숙훈련은 물론, 어린 유망주에게도 대표선수와 함께 합숙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권 연구원은 “남들보다 먼저 행동함으로써 주도권을 잡는다는 의미의 경제학 용어가 ‘선행자의 이익’”이라며 “여자 레슬링 올림픽 채택을 주도하는 등 전략적으로 선행자의 이익을 실천한 게 일본 레슬링이 부흥한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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