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균열’ 나비효과로 반사이익?…이재명의 ‘의정갈등 장기화’ 손익은

변문우 기자 2024. 9. 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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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학년도 의대증원 유예’ 카드 꺼낸 민주…여‧야‧의‧정 논의도 ‘가시밭길’ 전망
의정갈등 속 홀로 지지율 오른 이재명…“국민들은 더욱 ‘유능한 정당’ 찾을 것”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 사진부터) ⓒ연합뉴스·국회사진취재단·시사저널 박은숙

최근 '의정갈등' 이슈가 당정갈등으로 번지며 장기화되는 가운데, 그간 소극적 태도를 보여 온 더불어민주당에서 본격 움직임에 나서며 '당정 균열'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당초 당정의 협상 테이블에 없었던 '2025학년도 의대증원 유예' 카드도 새롭게 꺼내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오히려 의정갈등 장기화가 민주당에 '이익'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당정 간 균열을 키우는 동시에 정부‧여당의 '대안세력'으로서 이미지를 굳힐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의정갈등 국면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꺼냈던 '2026학년도 의대증원 유예안'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 9월28일 최고위원회의에선 "한 대표가 의대 정원 감축 얘기를 하고 (증원을) 유예하자 했다"며 "현 상황에서 의료 붕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안 중 하나"라며 기존 원고에 없던 발언까지 했다. 또 여야 당대표 회담 준비단계에서 의대증원 유예도 적극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당정이 이견을 좁혀 2026학년도 이후 의대 증원에 대해 재논의가 가능하다며 전향적 태도를 보이자 민주당은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며 공세전에 돌입했다. 2026학년도 증원에만 국한하지 않고,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2025학년도 의대증원'까지 수술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료대란 대책특위는 6일 "2026학년도에만 국한하지 않고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통령실은 곧바로 맞불을 놓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2025학년도 의대증원 유예안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며 "교육부에서도 대혼란을 야기해 불가하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결국 정부‧여당과 야권‧의료계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날 양당 원내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의 회동으로 가닥이 잡힌 '여‧야‧의‧정 4자 협의체'의 향후 논의도 가시밭길이 될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심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尹정부 직격'에 '의료계 포섭'까지 일석이조?

이처럼 의정갈등이 장기화될수록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플러스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최근 2주간 의정갈등이 본격 논의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과 여당의 지지율은 동반 하락세를 기록한 반면, 민주당은 기존 지지율 수치를 계속 유지하면서 국민의힘을 역전했다. 여기에 이재명 대표는 오히려 차기 대권 지지율에서 반등을 이루기도 했다.

한국갤럽이 9월 1주차 조사(3~5일 전국 유권자 1001명 조사, 응답률 11.1%,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 긍정률은 2주째 23%로 집계됐다. 여기에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 7월 전당대회 기간 동안 민주당에 우위를 이어오다 8월 4주차에 1%p(국민의힘 32%-민주당 31%)로 격차가 좁혀졌고, 결국 8월 5주차부터 역전(국민의힘 30%-민주당 31%)을 허용했다. 9월 2주차에도 국민의힘은 31%, 민주당은 32%로 나타났다.

특히 이재명 대표는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26%를 얻으며 직전 조사(7월 4주차) 대비 4%p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동훈 대표(14%)가 5%p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양자구도에선 시사저널이 한국여론평판연구소(KPORA)에 의뢰해 시행한 조사(8월29~31일 전국 유권자 2011명 조사, 응답률 2.1%,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p)에서 이 대표가 54%를 얻으며 한 대표(35%)에 오차 범위 밖 격차로 우위를 점했다.

정치권에선 한 대표가 당정갈등 중재를 위해 '2026학년도 의대증원 유예안'으로 칼을 빼들었으나 최근 대통령실의 이상기류에 머뭇거리는 사이, 이 대표와 민주당이 얻는 반사이익이 더 커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여당도 스탠스를 잡지 못하고 대통령, 친윤(親윤석열), 야당, 국민, 당원들 눈치를 모두 보면서 좌고우면하는 상황이다.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셈"이라고 봤다.

이 대표 입장에선 정부와의 대립각을 세우는 동시에, 여당에 우호적이었던 의료계까지 포섭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이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를 겨냥해 "국민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을 초래해놓고도 정부가 계속 무리수만 두고 있다"며 "이제 강공으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 정부가 지난 7개월간 문제를 인정하고, 폭넓고 개방적으로 논의에 임해야 한다"고 한층 강하게 질타했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도 이날 시사저널과 만나 "정부‧여당은 의정갈등 문제로 무능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일방통행 의료개혁을 꺼낸 정부는 물론, 한동훈 대표도 2025학년도 유예안을 건너뛰고 2026학년도만 유예시키자며 임시방편에 불과한 중재안을 내세웠다"며 "당정이 못하면서 반사이익을 민주당이 보고 있다. 국민들은 앞으로 더욱 무능한 집권여당을 보면서 민주당처럼 '유능한 정당'을 찾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이번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들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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