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질비료 보조 ‘0’…국회, 내년도 농업예산안 꼼꼼히 따져야

양석훈 기자 2024. 9. 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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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농업예산안 분석
수입안정보험 2078억으로 확대
“재해보험 재원 가져온것” 지적
농업계, 생산비 대책 추가 요구
먹거리 지원·기후 대응 아쉬워
국회의 ‘2025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농업계가 무기질비료 인상분 보조, 고품질 쌀 생산지원 예산 반영 등을 요구하고 있다. 3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연합뉴스

최근 국회로 넘어온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예산이 18조7496억원으로 편성됐다. 올해 대비 증가율은 2.2%로 국가 전체 예산 증가율인 3.2%에 못 미쳤다. 아쉬운 건 총액뿐 아니다. 농업직불금을 비롯해 증액 규모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더러는 감액된 사업도 있어 국회가 꼼꼼히 심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불예산 5조원은 ‘공염불’?=내년도 예산안에서 농업직불금 예산은 올해보다 2504억원 증액된 3조3619억원이 반영됐다. 특히 대다수 농가가 혜택을 보는 기본형 공익직불금의 면적직불금 단가가 5% 인상된 점이 눈에 띈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는 전략작물직불·친환경농업직불 등 선택직불제 예산도 대폭 확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정부가 임기 내 농업직불금 예산을 5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점에 비추면 증액 규모가 아쉽다는 평이 나온다. 이 약속을 지키려면 내년 예산을 포함해 앞으로 3년간 매해 6000억원씩의 증액이 필요하다.

농식품부가 내년에 증액하겠다고 밝힌 농업직불금 예산 가운데 상당 부분은 농업수입안정보험 확대(81억원→2078억원)에 할애됐다. 하지만 정부가 서둘러 이 사업의 확대를 추진하면서 다른 사업으로부터 재원을 끌어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일부 농가가 농작물재해보험에서 수입안정보험으로 갈아탈 것이라는 가정 아래 내년 농작물재해보험 예산을 514억원 감액했고, 장기적으로 수입안정보험과 통합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채소가격안정지원사업 예산도 올해보다 345억원 줄여 편성했다. 강순중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직불금 규모 등 전반적으로 농업의 어려움을 고려한 예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먹거리 지원, 기후 대응 예산 아쉬워=증액됐어도 웃지 못할 예산은 더 있다. 내년에 본사업으로 전환되는 농식품바우처 지원사업의 경우 예산이 올해 148억원에서 381억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당초 농식품부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던 액수의 6%(국비 기준)에 불과한 수준으로, 사업 대상이 종전 ‘중위소득 50% 가구’에서 ‘중위소득 32% 이하 가구 중 임산부, 영유아, 초·중·고교 학생이 있는 가구’로 줄어들게 됐다.

기후변화 대응 예산도 아쉽다. 정부는 내년도 배수개선사업 예산을 올해보다 316억원 증액한 4852억원 편성하긴 했다. 하지만 상습침수피해 농경지가 여전히 14만6000㏊라는 점에 비춰보면 갈 길이 멀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정부 구상대로면 2032년까지 상습침수피해 농경지 중 4만9500㏊에만 배수 개선이 이뤄진다”면서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인 ‘살고 싶은 농산어촌’ 구현을 위해서라도 배수개선사업 예산을 대폭 확충해 집중호우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해복구비는 올해 2800억원 대비 1200억원 줄어든 1600억원만 편성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년도 투입된 사업비 등을 고려해 예산을 편성하는데, 전국적으로 물난리가 난 2023년과 달리 올해는 1500억원 남짓만 집행돼 이 수준에서 예산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생산비 덜어줄 예산 필요”=농업계는 생산비 대책을 추가로 요구한다. 정부는 2022년부터 무기질비료 가격 인상분을 보조해오다가 내년에는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비료가격지수는 132.8로 2021년 대비 133%나 높은 실정이며, 이같은 가격 수준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어서 정부 보조가 없어지면 농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할인쿠폰 등 소비대책을 적극 펼치는데, 안정적 농산물 공급을 위한 예산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다가오는 수확기 ‘풍년의 역설’을 걱정하는 쌀농가도 예산안에 아쉬움을 표한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언제부턴가 전략작물직불 등 쌀농사를 안 지어야 지원하는 사업에만 예산이 반영되며 쌀농가의 박탈감이 커졌다”면서 “농가가 생산량 대신 품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공공비축미 매입 때 품질 기준은 올리되 단가도 함께 인상하는 방안 등을 예산에 담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축산업계에선 축산농가의 어려움을 감안해 사료구매자금 1년 상환 연기를 요구한다. 예산안엔 한우농가의 상환 유예를 위한 예산만 반영됐다. 조진현 대한한돈협회 전무는 “30억원 정도면 다른 축종의 상환 유예도 가능하다”면서 “이와 함께 돼지열병 백신 예산 등의 증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밖에 ‘귀농귀촌 활성화 지원’ ‘농기계 임대’ 등 일부 삭감된 사업도 있어 국회가 세심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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